최인훈의 소설 ‘광장’을 보면 한때 사회주의를 지향했던 주인공은 마지막에 남북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제3국을 택한다. 결국 마직막에 타고르호 선상에서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만다. 그런 선택권마저 박탈된채 무관심과 냉대 속에 버려진 사람들이 있다. 소설보다 기구한 현실이다. 공산당 점령 후 중국은 우리 교포에 대한 정책을 지역으로 나눈 것같다. 즉 양자강을 경계로 북쪽은 중국인으로 귀화시켰다. 오히려 대접받는 소수민족인 중국인이 된 것이다. 반면 웬일인지 그 이남의 한국인은 귀화를 못하게 했다고 한다.

  외국인으로 취급받아 살려면 2년마다 거주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거주지역을 마음대로 옮길 수도 없었다. 자식의 고등교육도 당에서 허락하지 않는다. 영원한 이방인인 것이다. 그들이 조국으로 들어온다. 형제를 만나고 고향의 흙을 만져보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조국은 그들에게 철저한 금속성의 경고를 한다. 삶의 광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도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외국인인 너희들이 조국으로 갔으니 그만이라는 것이다. 갈 곳이라고는 황해바다속밖에 없는 그들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서울의 하늘밑을 도망다닌다. 법적으로는 한국인이나 시민권이 없는 무리들이다. 한국판 보트피플이자 광야 없는

‘출앱급민’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