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경계선의 여인 - 법치와는 천리인 정부

운영자 2010.06.22 10:23:50
조회 150 추천 0 댓글 0

  정부측의 태도는 자기 존재와 권위의 과시일 뿐이었다. 아예 한영숙 개인을 매도하는 공세로까지 나왔다. 예봉을 사전봉쇄하겠다는 듯했다. 정부측 첫번째 답변의 요지는 이랬다.


  “한영숙은 평양시 사동리에 원적을 두고 북한공민증을 소지한 채 한국으로 오게 된 재외국민으로서 국내에 거주할 목적으로 서울에 호적이 있음을 이용하여 정부를 기만하여 주민등록증을 교부받았음. 한영숙은 중국의 사정을 얘기하나 정부는 중국의 실정을 알기도 어렵고 알 수도 없는 실정임.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근거서류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주민등록 처분을 할 수 없는 것임. 한영숙이 서류를 제출하려면 거주여권의 무효확인서를 외무부로부터 받아와야만 함. 결국 한영숙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함”

  비비 꼬인 말들과 비겁하게 복면한 말들이었다. 무감동한 납덩이 심장을 가지지 않고는 하기 힘든 말이었다. 한영숙은 소리를 죽여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가 간첩입니까. 그렇다면 당장 감옥으로 집어 넣어야 할게 아닙니까. 이게 민주주의 대한민국 정부가 조국을 찾아온 한 약한 여자에 대해 할 말입니까”하면서 통곡했다.


  2차 3차의 공판이 진행되면서 정부측은 낯 뜨거운 말장난을 하는 듯했다. 논리는 법적 하자가 없으니 문제 없다는 식이었다. 게다가 원인이 한영숙에게 있다고 속보이는 쇼도 했다. 일례로 정부는 1991년 4월 16일 신설한 주민등록법 조항을 당당히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한영숙에 대해 주민등록을 직권말소한 날짜는 1990년 1월 24일이었다.


  치밀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나중에 만들어진 법조항을 들이대며 법대로 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한영숙을 외국인으로 보는 해프닝도 있었다. 주민등록법을 보면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은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그 관할구역 안에 주소를 가진 사람을 주민등록하도록 하고 있고 외국인에 대해서만 예외로 하고 있다.(주민등록법 제6조 제1항). 그런데 정부측은 이 조문을 한영숙에 대한 주민등록 직권말소 근거로 주장하기도 했다. 외국인으로까지 억지를 부리는 것이 들여다 보였다.
 

  또 정부측은 주민등록법에 주민등록이 이중으로 신고되면 안된다는 조항도 주장했다. 중국에서 거주신고했었고 한국에서도 주민등록을 했으니 이중신고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규정은 국내에서 이중으로 주민등록을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런 아전인수격인 법 해석은 끝없이 이어져 나갔다. 깊숙한 곳에서 꿈툴거리는 진실은 아예 외면한 불성실하고 직무유기에 가까운 태도였다. 정부측은 책임있는 사람을 소송에 내보내지도 않았다. 배경도 내막도 잘모르는 일선 하급공무원을 법정에 보낸 것이다. 관련 공무원 그 누구도 사람이 죽어넘어가기 전에는 뒷짐지고 월급받으면 그만이고 숨겨진 저의가 증명되지 않는 한 보호받도록 되어 있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225 소설가 정을병씨의 죽음 8 운영자 10.08.05 415 0
224 소설가 정을병씨의 죽음 7 운영자 10.08.05 578 1
223 소설가 정을병씨의 죽음 6 운영자 10.08.05 388 0
222 소설가 정을병씨의 죽음 5 운영자 10.08.03 648 0
221 소설가 정을병씨의 죽음 4 운영자 10.08.03 382 0
220 소설가 정을병씨의 죽음 3 운영자 10.08.03 389 0
219 소설가 정을병씨의 죽음 2 운영자 10.07.29 504 0
218 소설가 정을병씨의 죽음 1 운영자 10.07.29 483 0
217 작은 문제 큰 사건 6 운영자 10.07.29 325 0
216 작은 문제 큰 사건 5 운영자 10.07.28 300 0
215 작은 문제 큰 사건 4 운영자 10.07.28 294 0
214 작은 문제 큰 사건 3 운영자 10.07.28 302 0
213 작은 문제 큰 사건 2 [1] 운영자 10.07.22 316 0
212 작은 문제 큰 사건 1 운영자 10.07.22 489 0
211 인정과 규정사이 운영자 10.07.22 220 0
210 신총리재판 - 23 결론 운영자 10.07.20 255 1
209 신총리재판 - 22 원죄의식 운영자 10.07.20 250 0
208 신총리재판 - 21 말꼬리 잡기 운영자 10.07.20 249 0
207 신총리재판 - 20 논객 조갑제 운영자 10.07.15 383 0
206 신총리재판 - 19 민족적 전향을 탄식 [3] 운영자 10.07.15 241 0
205 신총리재판 - 18 일제후반의 대중의식 운영자 10.07.15 184 0
204 신총리재판 - 17 독립운동의 변화 운영자 10.07.15 198 0
203 신총리재판 - 16 반역반국가범죄 운영자 10.07.15 216 0
202 신총리재판 - 15 김재규의 권총 앞에서 운영자 10.07.13 402 0
201 신총리재판 - 14 박정희의 장관 운영자 10.07.13 313 0
200 신총리재판 - 12 부정선거 거부, 13 혁명재판 징역 7년 6월 운영자 10.07.13 248 0
199 신총리재판 - 10 아이젠하워의 격찬, 11 정치와 경제구별 운영자 10.07.08 331 0
198 신총리재판 - 8 점과 면, 9 인간 신현확 운영자 10.07.08 350 0
197 신총리재판 - 7 그들의 색안경으로 본 신현확 운영자 10.07.08 251 0
196 신총리재판 - 6 그들의 역사관 운영자 10.07.07 305 0
195 신총리재판 - 5 논쟁을 법정으로 운영자 10.07.07 320 0
194 신총리재판 - 3 아들의 분노, 4 의문 운영자 10.07.07 340 0
193 신총리재판 - 1 친일파보도, 2 분열된 사회 운영자 10.07.01 326 0
192 동행 [1] 운영자 10.07.01 259 0
191 닫힌 판사와 열린 판사 [1] 운영자 10.07.01 352 0
190 정의의 붓으로 인권을 쓰자 운영자 10.06.29 325 0
189 세 갈래 길 [1] 운영자 10.06.29 217 0
188 스폰서와 검사 운영자 10.06.29 496 2
187 경계선의 여인 - "한번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알아야지” [1] 운영자 10.06.24 242 0
186 경계선의 여인 - 마지막 반전 그리고 패소 운영자 10.06.24 206 0
185 경계선의 여인 - 한영숙을 등장시킨 반격 운영자 10.06.24 188 0
경계선의 여인 - 법치와는 천리인 정부 운영자 10.06.22 150 0
183 경계선의 여인 - 머나먼 법적투쟁의 시작 운영자 10.06.22 154 0
182 경계선의 여인 - 정화능력을 잃은 듯한 당국 운영자 10.06.22 148 0
181 경계선의 여인 - “체면상 뒤집을 수 없으니까‧‧‧” [1] 운영자 10.06.22 160 0
180 경계선의 여인 - 진실한 공무원들의 자기 폭로 운영자 10.06.17 242 0
179 경계선의 여인 - 한국민 자격 박탈 처분 운영자 10.06.17 204 0
178 경계선의 여인 - 귀국했으나 이제는 북한 사람 운영자 10.06.17 193 0
177 경계선의 여인 - 천덕꾸러기 대표 韓英淑 운영자 10.06.17 272 0
176 경계선의 여인 - 한국판 출애급민들 운영자 10.06.17 28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