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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상플이얌 99화

ra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7.28 12:10:12
조회 489 추천 6 댓글 2

백화점으로 돌아오는 길.

조용한 차 안에서 해준이 창 밖을 보던 다혜에게 말했다.


해준 "다혜씨. 저.... 혹시 비서에 관심있습니까?"


관심있냐는 말.

뜻하는 바가 명확한 말이였지만 종일 홍난을 생각하고 있던 다혜는 별 생각없이 해준의 질문에 답했다.


다혜 "비서요? 무슨 관심이요?"

해준 "뭐.... 만약에 비서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거요"

다혜 "글쎄요. 월급도 많고 좋을 것 같긴한데....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여전히 다혜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어보이는 그녀의 옆 모습에 해준이 미소지었다.


해준 "그럼. 해보시겠습니까?"

다혜 "뭘요?"

해준 "비서요"

다혜 ".... .... 네?"


눈이 커져서는.

뒤늦게 다혜가 해준을 돌아봤다.

방금까지 생각하던 홍난의 일조차 잊을 정도로 어이없는 소리였는지라

황당한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해준이 차근히 설득을 시작했다.


해준 "네. 예전에 다혜씨 프론트 해보셨던데. 프론트에서 하던 일이랑 비슷해요 비서 일. 

      크게 다른 일 아니니까 금방 잘하게 될겁니다"

다혜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요! 제가 어떻게 그 일을 할 수가 있어요!"

해준 "왜요? 별로 어렵지 않은데? 다혜씨만 좋다면야 저는 언제든지 시켜드릴 수 있습니다만?"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러나 순진한건지, 아니면 영악한건지 해준은 아이같은 표정으로 다혜를 쳐다볼 뿐이였다.

막막한 기분. 

다혜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다혜 "하아...."


그녀가 단호하게 해준을 불렀다.


다혜 "점장님"


해준이 답했다.


해준 "네?"

다혜 "점장님 저 좋아하세요?"


그동안은 조심스러워서 못해왔던 물음.

하지만 해준의 부담스러운 호의가 계속되자 다혜는 결국 그에게 자신을 좋아하냐는 물음을 던졌다.

해준.

아주 잠깐 벙 쪘다가 웃으며 말했다.


해준 "네. 좋아하는데요?"


다혜가 경악했다.


다혜 "네?"

해준 "이성으로서는 아니고. 그냥 친구로써. 제가 친구가 없거든요. 가족도 없고...."


머리를 긁적이며 그가 말을 이었다.


해준 "쑥스럽긴 한데. 터놓고 말하면 다혜씨. 꼭 누나처럼 저 챙겨주니까. 그게 정말 좋거든요 하하하하"


누나가 필요하단 이야기.

조금은 요상한 이야기에 다혜의 눈이 휘어졌다.


다혜 "제가 무슨 누나에요!"

해준 "아니. 나이가 그렇단 이야기가 아니라 잘 챙겨준다는거죠. 하하. 그러니까 쭉. 우리. 이런 관계로 나아가면 안되겠습니까?"

다혜 "아니...."


이런 관계라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연인관계가 아니라고 해도 갑자기 이렇게 쑥 들어오다니.

도대체가 무슨 마음인건지 짐작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게 또 생각만큼 나쁜것도 아니여서 다혜는 결국 이도저도 답하지 못했다.


다혜 "음...."

해준 "하하 모르겠으면 일단 한번 해봐요. 불편하시면 언제든지 알려주시고. 알았죠?"

다혜 "아.... 네. 네...."


분명히. 

딱 자르려고 했는데, 그러려고 했는데.

예상밖의 말을 들어서 거부하지도 못하고.

오늘도 다혜는 해준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닐 뿐이였다.



----------------------------------------------------------------------



홍난 "으.... 이제 완전 여름인데...."


한편 마포대교. 

홍난과 이연은 다리위를 걷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운동.

많이 먹었단 핑계로 이번에도 이연이 홍난을 끌고 마포대교까지 온 것이였다. 

그렇지만 이번엔 완연한 여름이였다.

지난번 초여름과는 달리 햇빛 쨍쨍 떨어지는 무더운 날씨속을 걷는지라 자연스럽게 홍난의 입에선 불평들이 튀어나왔다.


홍난 "제 차 안타고 택시타고 가자고 할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연 "엄살부리지 말고 걸어! 아무리 안찐다 안찐다 해도. 놓으면 확 찌는게 살이니까. 관리해야지!"

홍난 "아깐 찌라면서요~ 찌라고 잔뜩 먹일땐 언제구.... 거기다 우리 엄마두 전 좀 쪄도 이쁠거같다고 했었는데...."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들.

말해놓은 게 있었기에 이연은 화제를 돌렸다.


이연 "내가내가. 내가 살찐다고! 이 폭염속에서 언니 혼자 걷게할거야? 잠자코 따라와"

홍난 "으으...."

이연 "그리고 넌 살찌는거랑 별개로 운동좀 해야 돼. 의외로 체력 모자라잖아. 

      그런 주제에 운동 같이하자고 하면 어디 다다다하고 쪼르르 숨어서는. 발레도 결국 유야무야하더니....

      맨날 말로만 네네 하지말고 이 기회에 진짜로 운동해!"

홍난 "네...."


토라진 듯 입을 내미는 홍난이지만.

그래도 그녀는 이연을 따라 쫄래쫄래 걸었다.

타박타박 들리는 걸음소리와 함께.

축 쳐진채 걷는 귀여운 홍난을 보며 이연은 생각했다.


이연 '지난번에 왔었을 때는 입술이 그렇게 닮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같은 사람이였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운명같기도 하다. 

감사한 마음에 그녀가 피시식 웃자 홍난이 물었다.


홍난 "제가 힘들어 하는게 그렇게 재밋어요?"

이연 "아니. 그래서 웃은거 아닌데?"

홍난 "그럼 왜 웃어요?"

이연 "음.... 사랑스러워서?"


덥석.

이연이 홍난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사이엔 빛나는 은색의 반지.

겹쳐지는 생각들이 떠올라서 즐거웠다.

샐쭉한 표정으로 홍난이 튕겼다.


홍난 "더운데...."

이연 "싫음 말구!"


손을 놓으려하자 홍난이 황급히 이연의 손을 잡았다.


홍난 "아.아. 아니에요!"

이연 "진작 그럴것이지. 또 튕기면 진짜 놓는다?"

홍난 "못됐어!"

이연 "그럼 못됐지. 이 언니가 얼마나 이기적인데. 그러니까 얌전히 당해. 알았어?"

홍난 "치이. 네~"


사랑스러운 실랑이.

이런 소소한 투닥임이 좋았다.

미소지어지는 입꼬리와 만지작거리는 손가락 너머에서.

같이 즐거워하던 홍난이 말했다.


홍난 "그러고보면 그때랑 같네요"


홍난 역시.

아직 연인이 되기 전, 이 곳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기억하나 보다.

빼꼼.

몸을 살짝 앞으로 숙인 채 이연을 올려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홍난 "솔직히 말해봐요. 그때도 이미 저 좋아했죠?"


이연이 정색했다.


이연 "엥? 왠 지나친 자신감?"

홍난 "ㅎㅎㅎㅎ 맞잖아요. 언니 그 때 막 말도 더듬고 제 손 피하고 그랬는데. 분명히 그때부터 더 좋아하고 있었던 거죠? 그렇죠?"

이연 "으음? 글쎄?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한 말에 홍난이 삐죽였다.


홍난 "아닌거 같아요? 에잇!"


장난기 가득담아.

그녀가 이연의 손을 놓았다.

이번엔 이연이 다시 홍난의 손을 잡았다.


이연 "그땐 뭐.... 음.... 그냥 귀여운 애 보는 기분이였으니까. 이런 애완동물 하나 있었으면~ 했거든"

홍난 "뭐에요 그게~"

이연 "ㅎㅎㅎㅎ"


좋았다.

이런 달콤한 대화를 하며 추억의 장소를 걷는다는게.

더 이상 아무 고민 없이 이렇게 연인과 같이 걸을 수 있다는게 좋아서.

이연의 마음속에는 꼭꼭 사랑이 가득 찼다.

물론 지금의 홍난을 보며 계속 예전의 홍난을 추억한다는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이연 '그래도 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둘다 같은 홍난인데 어떻다고'


그래서 그녀는 마음껏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

홍난 너머로, 예전의 홍난을 보는 그녀.

계속 바라보는게 부담스러웠는지 홍난이 물었다.


홍난 "흠흠.... 그렇게 제가 예뻐요?"


당연하다는 듯 이연이 답했다.


이연 "응 예뻐"

홍난 "비.... 빈 말은...."

이연 "빈 말 아닌데? 진짜 예뻐. 나는 세상에서 우리 홍난이가 제일 이쁜걸?"

홍난 "ㅎㅎㅎㅎ 고마워요. 언니두 세상에서 제일루 예뻐요 ㅎㅎㅎㅎ"


웃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연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귀여운 아이.

이연은 홍난의 뺨을 꾹꾹 눌렀다.

다른 한 손에 딸기 쿠키가 가득이라 이연의 짖굳은 손을 못막는 홍난.

그녀가 질색했다.


홍난 "으으~ 누르지 마여~"

이연 "왜? 귀엽고 좋은데? 홍난이는 언니가 우쭈쭈 해주는거 싫어?"


우쭈쭈라니.

애도 아니고!

홍난이 칭얼댔다.


홍난 "우쭈쭈가 머에요~"

이연 "왜? 우쭈쭈 맞는데? 그럼 어야둥둥이라고 해줄까?"


어야둥둥?

홍난이 볼을 부풀렸다.


홍난 "됐네요!"

이연 "음.... 싫어? 별로야?"


그래서 싫으냐는 물음.

그러나 막상 싫지는 않은지 홍난이 우물쭈물 대답했다.


홍난 "싫은건 아닌데.... 그래두. 맨날 언니만 저를 귀여워해주니까 그렇죠. 저두 언니 잔뜩 귀여워 해주고 싶은데...."

이연 "뭐어? ㅎㅎㅎㅎ"


그런데 그 이유가 또 귀엽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정말이지. 예뻐할 수 밖에 없는 아이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생각해보니 평소에 귀엽다 귀엽다 말한건 항상 이연 자신이였다.

홍난도 가끔 자신보고 귀엽다고 하긴 했었는데 그건 짖굳는 장난 중에나 그랬던 것이였으니까.

이연이 웃으며 홍난을 쓰다듬었다.


이연 "ㅎㅎ 나 말고. 영찬이 오면 영찬이나 잔뜩 귀여워해줘. 이따 오후에 오니까"


홍난이 땡그란 눈으로 답했다.


홍난 "영찬이 오는거 내일 아니였어요?"

이연 "글쎄? 차재국 그 인간 갑자기 바쁜가봐. 일 있다고 영찬이 보낸다고 하더라고"

홍난 "그래요? ㅎㅎ"


영찬이랑 놀 생각에 기분이 좋은지 홍난이 방긋 웃었다.

역시 애다.

그런 홍난을 보며 이연도 흐뭇해했다.



----------------------------------- 



돌아와서. 다혜는 다시 매장에 복귀했다.

우두커니 서서는 멍하니.

흐린 눈으로 아까 일을 생각했다.


해준 '그럼 내일부터 바로 비서실로 오세요'


정말이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판이다.

어떨결에 네네 하다가 수락했던 비서 일이 자꾸 떠올라 그녀는 내내 걱정이 앞섰다.

거절할 걸....

이라고 지금 생각해봤자 의미도 없는 일이고,

내일부터 올라가서 한번도 해보지 못한 비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것에 반응하지 못했다.


미경 ".... 혜씨. 다혜씨!"

다혜 "네!"


미경이 몇번을 부르고 나서야 겨우 그녀의 신경이 돌려졌다.


미경 "아까 점장님이랑 같이 가서 한 소리 들었어?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다혜의 힘없는 모습이 딱해보였나보다.


다혜 "아. 아니에요. 그냥 생각할 게 있어서요"

미경 "생각? 왜? 점장님이 잘 해보재?"

다혜 "아뇨. 그런게 아니라요. 저 내일부터 여기 못나올지도 몰라서요"


못다온다니?

갑자기 왜?

둘샘이 옆에서 물었다.


둘샘 "왜요? 언니 뭐 점장님한테 잘못한거 있어요?"

다혜 "아니 그.... 음.... 저 일하는 곳이 바뀌거든요"

둘샘 "어디로요? 어디로 바뀌는데요?"

다혜 "비서실? 아마 거기서 일할 거 같은데...."

미경 "뭐어? 비서시일?"


높아진 목소리.

당연히 시스타 포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쫄쫄쫄쫄

독수리 눈을 한 그녀들이 다가왔다.


영은 "뭔데 뭔데?"

태희 "무슨 일이야?"


오든말든 미경이 마저 말했다.


미경 "그러니까. 내일부터 점장님 비서라고?"

다혜 "네. 그게 어쩌다보니까 그렇게 되서...."

상희 "와 점장님 대담하시네"

지영 "흑.... 점장님~"


진도 이야기도 물었다.


미경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

영은 "막 어? 키스했어? 아니 같이 출근한거면 어.... 그런...."


너무 나갔다 싶어 다혜가 손사레를 쳤다.


다혜 "아니에요 그런 사이. 그냥 음...."

둘샘 "그냥 음?"

상희 "그냥 뭐?"

지영 "뭔데 뭔데?"

태희 "무슨 사인데? 무슨 사인데~"


누나가 필요했다는 해준의 말.

그 말을 해도 되나 고민하다가 결국 말하지 않았다.


다혜 "아니에요. 아무튼 아니에요. 그런 사이"


물론 그 말을 믿을 바보는 없었지만 말이다.

여섯 여자의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받는 다혜. 

그녀는 내일 비서실로 출근하면 백화점 모든 사원들에게서 이런 눈빛을 받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



재국 "그래서. 남은 다섯개는 아직도 못찾았어?"


고즈넋한 서울 모처의 바.

칵테일의 체리를 희롱하던 재국이 고실장에게 물음을 던졌다.

재국 뒤에 서 있는 고실장.

그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고실장 "예. 아직입니다. 원래 있던 곳 뿐만 아니라 그 주변도 살펴보았습니다만 어디에도 없다고 합니다"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은 녹음형 도청장치.

재국이 사장으로 있던 시절에 설치했던 것들로 그것들을 다시 찾아 언론에 퍼트려 백화점에 타격을 주려는 게 그들의 계획이였다.

찾기 위해 일부러 백화점 내에 여자들을 돌아다니게 했었고. 

그러나 원래 놓았던 장소에 도청장치가 없어서 그들은 당황중이였다.


재국 "그게 없다는 게 말이 돼? 거기 놨잖아 분명히"

고실장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로 간건지...."

재국 "꼭 찾을려니까 없어. 뭐 재대로 돌아가는게 있어야지"


에라이.

던져버린 체리꼭지 위로 하이힐이 넘어왔다.

막내비서.

고실장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그녀가 그의 귀에 뭔가를 속삭였다.

숙덕이는 둘.

고실장이 이내 끄덕끄덕하더니 재국에게 다시 속삭이기 시작했다.


재국 "뭐? 지난번에 이미 걷어갔다고? 그걸 왜 이제 말해!"


또 다시 잔이 날아다닌다. 

난폭한 그의 모습에 막내비서가 겁을 먹었다.

고실장이 대신 말했다.


고실장 "죄송합니다. 그때 당시 듣기로는 그냥 백화점 내부 정비라고만 들어서"


석원의 조폭들을 처리할 때 임시로 했던 소방점검.

그 때 몇개의 도청장치를 회수했다는 것이였다.

그것도 모른채 여지까지 찾는다고 시간만 낭비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짜증 날 수 밖에 없었다


고실장 "그래도 찾아놓은 것들만으로도 충분히 이사들을 압박할 수 있을테니 우선 그거라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거듭 고개를 숙이는 고실장.

재국은 이를 꽉 깨물었다.


재국 "나머지 직원구역에 있는 것도 싹 다 확인해. 사람을 쓰던 뭘 쓰던 책잡을 수 있는거 다 찾아내서.

      백화점에 다니는 인간 하나하나 박살을 내버리란 말이야"

고실장 "알겠습니다"


고실장이 목례했다.



%%%%%%%%%%%%%%%%%%%%%%%%%%%%%%%%%%%%%%%%%%%%%%%%%%%%%%%%%%%%%%


모두 폭염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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