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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상플이얌 175화

ra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08 09:57:25
조회 879 추천 1 댓글 1



주말의 시작인 금요일.

화창한 아침부터 언니는 나를 집 앞으로 불러냈다.


홍난 "으.... 졸린데...."


열시가 좀 넘은 시각이였다만,

그래도 나는 비몽사몽이였다. 

원래부터 잠을 많이 좋아했으니까. 

아침에 일어나는건 정말 고역이였다.


이연 "새벽까지 버티다 잤니?"

홍난 "네.... 조금요.... 티비에서 재밌는거 해서.... 언니도 저 원래 새벽반인거 잘 아시잖아요...."


찰싹


언니가 나를 가볍게 타박했다.


이연 "으이그. 언니가 어제 일찍 자라고 했잖니" 

홍난 "므으으.... 이렇게 일찍 부르실 줄 몰랐죠...."

이연 "그래서. 많이 졸려?"

홍난 "아뇨.... 많이는 아니에요. 그래도 잘만큼은 잤어요"

이연 "그래?"


새초롬한 표정을 짓는 언니.

굉장히 수상쩍어보여서 몸을 움츠렸는데 언니는 신경쓰지 않고 나에게 다가와 팔짱을 꼈다.

그리고 질질 나를 어디론가로 끌고갔다.

아침인데....

걷기 싫었다.


홍난 "어디가려구요~ 언니이~"

이연 "투정부리지 말고 따라와~"

홍난 "으...."

이연 "어서어~"


무슨 대단한 자신감인지.

챡 하고 달라붙은 언니는 나를 주차장 쪽으로 이끌었다.

왜 주차장이지?

그렇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잰걸음에 어느새 우리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반짝


매끈한 유리에 반사되는 빛 내 망막을 괴롭힌다.

내 차 앞에서 멈춘 언니가 차 쪽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이연 "타!"

홍난 "네?"

이연 "타라구. 갈 데 있으니까"


언니는 여전히 의기양양한 모습이였다.

뭐지 이 당당함? 언니 면허 없는데?

초를 치긴 싫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홍난 "언니.... 면허.... 없지 않아요?"


내 물음에 언니가 답했다.


이연 "응. 홍난이 니가 운전하라구"


....네?

나는 순간 사고가 굳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적어도 이번주부터 다음주까지는 언니가 얌전히 내 투정을 다 받아주는 그런 주간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언니가 큰 잘못을 했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부려먹힘이라니....

전혀 예상도 못했다.

나는 반문했다.


홍난 "제가요?"

이연 "응. 나는 운전 못하니까. 너는 운전 잘하구"


아니면 혹시 장난치는건가?

그치만 언니 표정은 또 아주 순수해서 놀리거나 그런 의도도 아닌 것 같았다.

얼이 빠져있는 나를 보았는지 언니가 한마디를 더했다.


이연 "진짜 꼭 갈 데가 있어서 그래. 응? 얼르은~ 타아~"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언니에게 투덜거렸다.


홍난 "갈 데 있으시면 그냥 택시를 부르시지...."

이연 "아냐. 한 군데만 가는게 아니라서 그래. 일단 타. 언니가 다 설명해줄게!"


꾹꾹


홍난 "므앗...."

이연 "얼르은~"

홍난 "으으~"



결국 나는 언니의 등쌀에 밀려 차에 탔다. 

도도도 반대편으로 달려간 언니도 이내 조수석에 탔다.

그리곤 개구장이처럼 웃는데

불만스러운 눈으로 언니를 힐긋 바라보자 언니가 웃었다.


이연 "ㅎㅎㅎㅎ 삐지지마. 오늘 너 기분 풀어줄려고 가는거니까"

홍난 "제 기분이요? 어디가는건데요?"

이연 "으음~ 어디냐면~"


내 말에 언니가 뜸을 들이다 말했다.


이연 "데이트."


....

데.... 이트....

나긋한 언니의 목소리에


꼴깍


내 뺨이 급격히 뜨거워져왔다.

나는 손바닥으로 양 볼을 가렸다.


홍난 "데.... 데.... 데이트요?"

이연 "응! ㅎㅎㅎㅎ 그나저나 오랫만에 보네. 홍난이 꽃받침. 또 볼 잔뜩 빨개졌니? ㅎㅎㅎㅎ 그렇게 설레? ㅎㅎㅎㅎ"

홍난 "서.... 설레는거 아니거든요! 그.... 그냥 좀 놀라서 그런거지...."

이연 "알았어 알았어. 놀라서 그런거라고 할게. 정말~ 귀엽다니까~ ㅎㅎㅎㅎ"

홍난 "또 놀리는거에요?"


째릿

언니를 흘겨봤는데 언니는 여전히 웃고있었다.


이연 "아니. 아냐. 그냥 귀여워서 그런거야 ㅎㅎㅎㅎ 자. 안전벨트 매자!"


언니가 훅 다가와서 내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그리곤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나를 쭉 바라보는데....


콩닥콩닥



나는 언니를 밀어냈다.


이연 "아야...."

홍난 "어.... 얼렁뚱땅 작업하지 마요!"

이연 "아 왜애~ 그냥 예뻐서 본건데.... 우리 첫 데이트 생각도 나구.... 기억나? 홍난이 너 언니한테 막 반했었을때.

     언니가 너 떠보겠다고 안전벨트 매준거?"


그러고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

언니에게 반한걸 숨기려고 막 애국가 부르고 그러던 때가.

그땐 진짜 안들키려고 막 아둥바둥했었는데....

노력하는 의미도 없이 언니가 바로 눈치채서 엄청 부끄럽고 그랬었다.

서로 처음이라 어쩔 줄 몰라서 풋풋하던 시절.

그런 생각들에 기분이 좋아졌다.


홍난 "그럼 지금도 떠보는거에요?"

이연 "음? 그건 아니.... 아니다. 맞을수도 있겠다. ㅎㅎㅎㅎ 홍난아. 언니 사랑해?"


시큼 다가온 느끼한 질문에 나는 질색했다.


홍난 "으으. 느끼해...."

이연 "느끼해? 아니 그보다 대답은? 언니 사랑해? 언니 사랑하냐구~ 응? 대답해줘어~"

홍난 "싫어요! 질척질척하게 달라붙지마요!"


나는 또 달라붙어오려는 언니를 떼어냈다.

그치만 의외로 언니는 내 반응에 가벼운 모습이였다.


이연 "그래. 지금은 그래도 이따 데이트하면 분명히 홍난이 너 입에서 언니 사랑해요~ 라는 말이 나올거야 ㅎㅎㅎㅎ

     그러니까 오늘은 언니만 믿고 따라와. 알았지?"


아무래도 진짜 단단히 준비한 듯 싶었다.

핸드폰을 보면서 일정표 비스무리한걸 확인하고 있는 걸 보면 더욱 그런 확신이 들었다.


홍난 "어제 종일 핸드폰만 보더니.... 데이트 코스 잡을려고 그런거였어요?"

이연 "응 ㅎㅎㅎㅎ"


해맑은 웃음이였다.

나도 저 기분 잘 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데이트 준비를 하는 그 마음.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씩, 같이 할 생각을 할때의 그 두근거리는 마음.

예전에 내가 언니에게 보였던 그 모습 그대로였던지라 피식하고 절로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이라는 것은 닮는건가보다.


홍난 "ㅎㅎㅎㅎ"


내 웃음에 언니가 반응했다.


이연 "ㅎㅎㅎㅎ 웃는 것도 예쁘다. 우리 홍난이는 뭘 먹어서 이렇게 예쁜걸까? 삼겹살? 피자?"

홍난 "ㅎㅎ 실없는 소리하지말구 언니도 안전벨트 매요. 그리구 핸드폰 줘바요. 어디가야하나 보게" 

이연 "안돼! 핸드폰 보면 오늘 어디가는지 다 알게 되잖아? 언니가 하나씩만 불러줄거니까 궁금해도 참아!"

홍난 "알았어요 ㅎㅎㅎㅎ 그러니까 첫번째 장소 불러봐요 어디로 가나"


네비게이션에 손을 올리며,

나는 언니를 바라보았다.




------------------------------------



???? "멍!"

???? "멍멍!"


우리가 첫번째로 방문한 곳은 강아지카페였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여기저기 방방대며 뛰어다니는 작은강아지들과 놀 수 있는 밝은 분위기의 작은 카페.

외진 곳에 한적한 시간대라 우리 말고는 손님도 없어서 더 좋았다.


홍난 "이리와 얘들아~ 간식 먹자~"

강아지 "왈왈~"

강아지 "왈!"


강아지들이랑 놀기 시작한지도 벌써 십수분 째.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도 좋았지만 간식도 줘 보고 싶었기에 직원분께 이야기를 해서 간식을 한아름 들고왔다.

내가 다시 돌아와 쪼그려 앉자 조그마한 강아지들이 졸졸 내 주위를 따라와 같이 앉았다.

많이 놀아준 덕분에 내 말을 알아듣는건지, 아니면 그냥 간식냄새를 맡은건지 아리까리했다만

어쨌든 쪼마난 강아지들이 내 손 앞으로 모여들어 드는게 되게 사랑스러웠다.


홍난 "ㅎㅎㅎㅎ 그렇게 먹고 싶었어요? 자! ㅎㅎㅎㅎ"


새콤맞게 집게손으로 간식을 쭉.

기다란 형태의 간식을 집어서 하나씩 주니 강아지들이 얼굴을 쏙 내밀어서 받아먹는다.

그게 또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하나씩 하나씩 받아먹는 강아지들.

교감이 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헤헤 하고 완전히 풀어지는데 언니가 옆에서 물어왔다.


이연 "좋니?"

홍난 "네 ㅎㅎ 얘들 완전 귀엽지 않아요? 이렇게 동글동글 올망졸망하게 생겨가지구 애교도 많구...."

이연 "그러다 입이 귀에 걸리겠다. 좀 쉬엄쉬엄 해. 너 내내 개들이랑 논다고 쪼그려 앉아있었잖아. 그러다 쥐나. 잠깐 의자에 가서 앉자"

홍난 "질투는...."

이연 "질투 아니거든? 애초에 내가 짠 코스거든?"

홍난 "네~ ㅎㅎ"


어쨌든 언니의 권유에 따라 나는 나무 테이블이 있는 곳 의자에 앉았다.

휴우~

확실히 의자에 앉으니 몸이 풀린다.

강아지들이랑 노는거 은근히 힘들었거든.

맞은 편에 앉은 언니가 나를 보면서 실실 웃기만 하길래 나는 양심에 찔려서 아무 질문이나 던졌다.


홍난 "근데 여긴 어떻게 알고 예약한거에요?"

이연 "전에 있잖아. 그 한강에서. 홍난이 너 언니도 못보고 고양이랑 놀았잖아. 조그마난 동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여기 예약했어"

홍난 "아.... 그땐 걔가 너무 쪼꼬만한게 귀여워가지구.... 으음? 근데 언니 오늘따라 은근히 예전 데이트 이야기 많이하는 거 같아요?"

이연 "그런가? 아무래도 너랑 그전에 데이트한게 내 기억속에 콱 하구 박혀서 그런가봐 ㅎㅎㅎㅎ"


언니의 눈빛이 과거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

향수에 잠긴 것처럼.

촉촉히.

하지만 괜찮았다.

그 과거는 그 사람이 아니라 나였으니까.

언니가 잘못을 고쳐나가는 것 같아서 뭔가 위안이 되는 기분이였다.

좋았다.


이연 "뭐야? 왜 그렇게 웃어?"

홍난 "아니에요. 그냥 언니 귀여워서요 ㅎㅎㅎㅎ"

이연 "흐음? 눈치보니까 아닌거 같은데? 아 진짜~ 뭔데? 응? 뭔데 웃은거야 방금?"

홍난 "진짜 별거 아니에요. 차 식겠다. 어서 마셔요!"

이연 "스읍.... 별거 아닌거 아닌거 같은데.... 그래.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언니가 한번 봐줬다!"

홍난 "ㅎㅎㅎㅎ"


우리는 잡담을 나누었다.

마음 같아서는 강아지 한마리를 무릎에 데려와 쓰다듬고도 싶었지만,

카페 안내문에 강아지를 테이블 쪽으로 데려오지 말라기에 그러지는 않았다.

강아지 구경하고 차 한잔하고, 강아지 구경하고 쿠키 하나 먹으며 언니랑 떠들고,

그렇게 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나서 일어나서 언니를 끌어당겼다.


홍난 "언니! 일어나봐요"

이연 "응?"

홍난 "언니두 같이 놀아요. 아까 저만 강아지들이랑 놀았잖아요. 그냥 멀리서 보기만 하구...."

이연 "아냐. 언니는 너 보는거만으로도...."

홍난 "그러지말구요! 이리 와요! 어서요~"

이연 "어어어...."


내 성화에 언니도 결국 강아지들 앞에 쪼그려앉게 되었다.

왈왈거리는 강아지들과 그런 강아지들 앞에서 눈만 도롱도롱 굴리는 언니.

어디가야할지 몰라서 덜덜덜 해매는 손이 귀여웠다.

나는 언니의 손을 잡아서 강아지에게로 이끌었다.

언니가 화들짝 놀랬다.


이연 "으잇!"

홍난 "무서워요?"


동그란 눈으로 물어보니 언니가 답했다.


이연 "조금? 그래도 친해진 애면 괜찮은데 처음보는 애는 왠지 물거같잖아...."

홍난 "에이. 안그래요. 얘들 얼마나 착한데. 봐봐요"


내가 시범삼아 내민 손에 강아지 한 마리가 쓱쓱 머리를 비벼왔다.

보들보들한 털뭉치를 만지는 것 같아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

빨리 언니에게도 경험시켜주고 싶었다.


홍난 "히히. 정 모르겠으면 간식으로 친해지는것도 좋아요"

이연 "그.... 그럴까?"


나는 바구니에서 주섬주섬 강아지 간식을 꺼내 언니에게 주었다.

받아든 언니.

겁먹은 듯 줄까말까 망설였지만 이내 용기를 내서 조심스레 강아지들에게 간식을 내밀었다.


덥석


하고 강아지가 간식을 물었다.


이연 "엄마야!"

홍난 "너무 놀라지말구요 ㅎㅎㅎㅎ"


나는 언니의 손을 잡아서 인도했다.


홍난 "그대로 머리로 손을 옮겨서.... 자 이렇게 쓰다듬으면...."


언니 손이 강아지에 닿았다.

강아지가 기분 좋다는 듯 짖었다.


강아지 "멍!"

이연 "히익...."

홍난 "ㅎㅎㅎㅎ"


끙끙 앓는 신음소리를 내는 언니.

그래도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싫지는 않은지 언니는 조금씩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나는 그런 어리숙한 언니와 함께 강아지카페에서 마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짧아서 미안 ㅠㅠ


늦은것도 미안 ㅠㅠ


연말연초라 ㅠㅠ




그래도 새해 첫 10일 전엔 올렸으니까 ㅎㅎ


구질이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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