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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상플이얌 100화

ra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9.14 14:45:47
조회 480 추천 1 댓글 3

다음 날 아침, 모델 에이전시 촬영장.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분주한 세트장 구석 한쪽에서 나는 영찬이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슥슥


촬영장에 오는 이유야 늘 뻔하다.

언니의 스케쥴이 있기 때문.

배우인 언니가 왜 모델 경연 프로그램에 캐스팅 되었냐 하면야.... 

선진백화점 모델을 오래 했었기도 했고, 요새 여러가지로 핫한 셀럽이기에 겸사겸사 화제를 모으기 위해 멘토역으로 캐스팅을 했댄다.

아무튼. 그러한 연유로 언니가 캐스팅되었기에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깨작깨작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스탭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 사이에서 홍나나~ 홍나나~ 하는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ㅎㅎㅎㅎ

언니가 나 찾나보다!

네~ 언니~ 여기에요~ 하니 곧 언니가 내 앞에 왔다.

언니의 표정이 삐죽했다.


이연 "언니가 부르는데 째깍째깍 안올래?" 

홍난 "영찬이 앉아 있으니까 그렇죠 ㅎㅎ 그렇지 영찬아?"

영찬 "웅!"


품에 안겨있는 영찬이에게 물어보자 망설임 없는 대답이 나왔다.

잘했어 영찬아 ㅎㅎ

호흡이 잘맞는 나와 영찬이의 모습에 언니가 툴툴댔다.


이연 "누구 아들이야 대체. 홍난이한테 쏙 빠졌다니까 아주"

홍난 "언니 아들이니까 저한테 쏙 빠진거죠. 음.... 이를테면 모전자전?"

이연 "그래 내 아들이다 내 아들 ㅎㅎ"


언니의 미소.

이뻐라.

영찬이가 따라웃었다.


영찬 "ㅎㅎㅎㅎ"

홍난 "ㅎㅎㅎㅎ 메이크업은 다 끝났어요?"

이연 "응 끝났어. 언니 열심히 메이크업 받는데. 옆에 있어주진 않을망정 여기서 핸드폰이나 보고 있구...."


언니 말고도 다른 사람도 많이 지나가는 자리라 자리를 비켜준건데.

언니 역시 알고는 있지만 입이 삐죽 올라온게 조금 섭섭하긴 한가 보다.

나는 웃으며 대꾸했다.


홍난 "에이~ 혼자 본 것도 아닌데요. 영찬이도 좋아하던데요? 그렇지 영찬아?"


영찬이를 장난스럽게 안으며 묻자 영찬이가 이번에도 바로 답했다.


영찬 "응! 재밌는거 보고 있었어!"

이연 "변명은. 그래서? 뭐보고 있었는데?"

홍난 "추리소설이요. 거의 다 봤어요"

이연 "추리? 너야 평소에도 자주 봤다지만.... 영찬이가 그 어려운걸 본다구?"

홍난 "네! 영찬이가 얼마나 잘보는데요. 영찬아 재밋었지?"


내 물음에 영찬이가 답했다.


영찬 "웅! 재밋었어! ㅎㅎ"

이연 "그래? 그럼 다행이다 ㅎㅎ"


역시!

이 날을 위해 모아놓은 어린이용 추리소설이 힘을 재대로 발했다.

나도 재밌고 영찬이도 재밌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나의 작전에 대해 언니는 잘들 논다는 눈빛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뭐 반쯤은 잘 데려왔다는 눈빛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아침에 영찬이를 어린이집으로 데려다줘야 했지만

지난번 한나와의 그 일도 있고 해서 언니가 오늘 촬영장에 영찬이를 데려온 것이였다.

부산스럽고 시끄러운 아이였다면 데려오는게 민폐였겠지만 다행히 우리 영찬이는 얌전한 아이라 데리고 다니는데 문제가 없었다.

언니가 말했다.


이연 "곧 있으면 워킹 시작하니까 그전에 다 같이 사진찍자. 감히 우리 영찬이 무시한 것들한테 본 때를 보여줘야지! 그렇지 영찬아?"


그동안은 이상하게 시간이 안맞아서 누가 놀리거든 '우리엄마 대스타거든!'이라고 맞받아치라고 했지만

그것도 하루이틀, 이번 기회에 아주 사진도장까지 쾅쾅 박아줘야 할 것 같아서였다.

언니의 당찬 말에 영찬이가 씩씩하게 답했다.


영찬 "웅!"

이연 "그래. 그래야 우리 아들이지!"


살랑살랑

언니가 마음에 드는지 영찬이의 코를 간지럽혔다.

웃음이 나왔다.


홍난 "언니두 참 ㅎㅎ"

이연 "홍난이 너는 지난번처럼 뚜하게 사진 찍을라고 하지말고! 웃는 연습이나 해!"

홍난 "저.... 저도요? 저도 찍어요?"


항상 그렇듯. 나는 이번에도 스스로를 가리키며 같은 물음을 건냈다. 

내 물음에 언니가 꾹꾹 사랑을 눌러 담아 나에게 확신시켜주었다.


이연 "당연하지 내 여자인데. 당연히 같이 찍어야지"


볼이 발그레해진다.

저 소리, 매일같이 듣는 소리지만 들을때마다 심장 쿵쾅거리게 한다.


홍난 "네 ㅎㅎ"


두근거려서.

언제나 그렇듯 나는 이번에도 언니에게 이끌려서 어물어물 같이 사진을 찍기로 했다.


홍난 "읏챠! 가요 그럼 ㅎㅎ"


무릎위에 있는 영찬이를 가볍게 들어서 땅에 내려놓고 일어선 나.

우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저마다 그룹지어 두런거리는 사람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눈치를 보는 중인데 왠 머리가 환한 사람이 나에게 다가왔다.


???? "어머 자기. 오랫만이야?"

홍난 "느.... 네.네?.... 누구...."


일단 인사치레는 했다만 영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약간은 반짝이는 의상에 선글라스. 여성스러운 포즈로 나를 안다는 듯 반갑게 맞아주는데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누구였더라? 

기억을 더듬어봤다.


홍난 '으음.... 나를 알만한.... 특이한 대머리가 있었.... 아!'


그 사람이다!

내 머리를 잘라준 사람.

토깽이한테 처음으로 끌려갔을 때 머리를 잘라줬던 그 디자이너분이였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만 나는 디자이너분에게 간단히 인사를 했다.


홍난 "아! 안녕하세요 ㅎㅎ"

???? "이제 기억난거야? 너무한다 자기. 자기 그때 완전 비맞은 생쥐꼴이라 지금이랑 달랐어도 난 한번에 알아보겠는데"

홍난 "제가 좀 깜빡깜빡하는게 있어서.... 죄송해요"

???? "아~ 죄송할거까진 아니고. 근데 오늘은 되게 화사하다 자기? 여기 이 언니 때문에 그래?"


손가락으로 우리 언니를 콕 찍는 디자이너분.

뭐. 아니라곤 못하겠어서 가볍게 웃었다.


홍난 "아하하하. 네 ㅎㅎ"

???? "어쩜어쩜! 너무 잘어울린다 둘이! 퍼펙트한 한쌍이잖아! 나 완전 응원하거든. 둘. 화이팅!"

홍난 "ㅎㅎㅎㅎ"


옆에서 언니가 작게 속삭였다.


이연 "누구야 이 사람? 누군데 너보고 자기래?"

홍난 "아 그게...."


간단히 설명했다.

내 기다랬던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준 사람이라고.

그랬더니 언니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디자이너님을 째려봤다.


이연 "이 사람이 니 긴머리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란 말이지?"

홍난 "에?"

이연 "나도 못 본건데.... 저 사람만 봤단 말이지?"


핀트가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 말.

아무래도 언니는 자기만 내 긴 머리카락을 못봤다는 거에 잔뜩 토라진 듯 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야 다 보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라지만.... 

이런거까지 질투하다니.... 못말린다 싶다.

디자이너분이 끼어들었다.


???? "그나저나 자기. 그래서 홍보는 했어?"


홍보라니?

전혀 모를 일이라 땡그란 눈으로 반문했다.


홍난 "홍보요? 무슨 홍보...."

???? "그때 졸았니? 머리 자른거 어디서 했냐고 누가 물어보면 이 줄리안 홍님께서 잘랐다! 라고 홍보하라고 했잖아"


아 이름.... 줄리안 홍이였구나.

한 마디 말에 나는 덤으로 줄리안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홍난 "아아...."

줄리안 홍 "이젠 뭐 길러서 보이지도 않지만.... 계집애야 머리 좀 잘 길러. 좀 다듬으면서 기르던가 이게 뭐야 이게. 막무가내로 길러서는"

홍난 "그게...."


줄리안이 머리카락에 대해 타박을 하길래 변명하려는데

이번엔 언니가 끼어들었다.


이연 "뭐가요! 이쁘기만 하구만. 우리 홍난이는 뭘 어떻게 해도 다 이쁘거든요? 그리고 빨리 기르려면 자르면서 기르면 안돼죠!"


살짝 따지는 뉘앙스.

줄리안도 당황했나보다.


줄리안 홍 "아 네네...."


떨떠름한 표정이였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진 않았다.


줄리안 홍 "아니 아니지. 그건 그렇긴한데...."

이연 "그렇긴한데?"

줄리안 홍 "그래도 역시 자르면서 길러야 이쁜데.... 어디가서 이거 내가 잘랐다고 하면 속상해서...."

이연 "속사앙~?"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를 사이에 두고 둘은 어느새 내 머리카락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줄리안이야 자기가 자른 머리라서 자부심이 있다고 쳐도,

언니의 경우는 참 모를 일이였다.


그러고보면 요즈음 언니는 내 머리카락에 유독 관심을 보이곤 했었다.

긴머리가 어울린다느니, 그래서 길렀으면 좋겠다느니, 그런 말들을 내 옆에서 자꾸 흘리곤 했었다. 

내 머리카락으로 장난을 치거나 쓰담쓰담 쓸어내리는 쓰다듬도 많아져서.

결국 내가 머리를 기르고 있긴한데....

아 모르겠다.

나는 잡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둘은 여전히 나를 두고 싸우고 있었다.


줄리안 홍 "이게 선머슴도 아니고 뭐야. 자르면서 길러도 충분히 기를수 있는데"

이연 "그렇게 자르면서 기른다 하고 자르다보면 결국 짧은 머리 익숙해져서 긴머리 잘 못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짧은머리일때 앞머리 관리하는게 얼마나 귀찮은데. 귀찮아서 못해요!"

줄리안 홍 "아니 무슨 매일 자르는 것도 아닌데 그게 귀찮...."

이연 "양말 치우는 것도 귀찮아 죽겠는데! 충분히 귀찮거든요?"


이게 또 어쩌다 귀찮음을 성토하는 장이 되버렸는지.

더했다간 더 이상한 이유들이 나오게 될까봐 나는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흠흠.

숨을 고르고 언니의 귀에 속삭였다.


홍난 "언니이~ 사진 찍어야죠"

이연 "아참. 내 정신 좀 봐"


정신을 차린 언니. 

그래도 줄리안에게 한마디 하는건 잊지 않았다.


이연 "아무튼. 홍난이 머리 기르는거 이쁘니까 뭐라하지 마요. 알았어요?"


줄리안도 언니의 등쌀에 포기했는지 끄덕였다.


줄리안 홍 "아 네네...."

이연 "후우. 가자"


언니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으휴 저 질투심....

나는 언니의 몫까지 줄리안에게 인사를 하고 영찬이를 데리고 언니를 따라갔다.



--------------------------------------------------------------------------------



홍난과 영찬을 달고 사람들 앞에 온 이연.

줄리안과의 다툼으로 시간이 많이 지체된지라 그녀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사람들을 불러 인증샷을 찍었다.

같이 캐스팅된 셀럽들이나 경연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에게 간단히 양해를 구하고는 찰칵찰칵.

자연히 이연과 같이 찍는 영찬과 홍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 "똘똘하게 생겼네"

영찬 "ㅎㅎ"

???? "홍난씨는 뉴스에서 본 것보다 훨씬 이쁘세요. 이연씨랑 잘 어울려요"

홍난 "아 네! 감사합니다 ㅎㅎ"


전부 다 좋은 이야기들. 

영찬이를 보며 귀엽다고 하고 홍난을 보며 자신과 잘어울린다고 하니 이연의 입꼬리가 활짝 올라갔다.

물론 반쯤은 빈말이겠지만 그래도 칭찬은 늘 기분 좋은 법이였다.

그렇게 한창 사진을 찍는데 그녀의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 "저도요. 저도요. 저도 같이 찍어요 선배님"


같이 사진 찍으려는 신인인가? 하고 뒤를 돌아보니.

전혀 예상치 못하게도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 보였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알았어야 했는데.

너무 오랫만에 듣는 목소리라 잊었었다.


유혁 그리고 왕주연.

같은 업계라서 언젠가 볼줄은 알았다지만.... 왜 하필 오늘인지....

운명이 참 얄굳었다.

이연의 얼굴이 구겨지기 시작하는데 정작 둘은 이연을 기억 못하는지 해맑은 얼굴이였다.

짜증났다.


이연 "네.... 같이 찍어요"


화를 삭이고,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보였다. 

자연스럽게 주연과 유혁이 이연 옆에 붙었다.

정말 짜증났다.


물론 알고는 있었다. 

기억하지 못하는 둘에겐 잘못이 없다는 것을.

그러나 사람 마음이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 

울컥하고 화가 올라왔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말이다.


찰칵


이연 "감사합니다"

주연 "아니에요. 저희가 영광이죠. 대선배님이랑 같이 사진 찍는건데"

유혁 "맞습니다. 저희가 오히려 감사하죠"

이연 "네.... 하하...."


주연이 허리를 굽혀 영찬이를 봤다.


주연 "애가 엄청 귀엽네요 ㅎㅎㅎㅎ 크면 여자 여럿 울리겠어요 ㅎㅎ"

이연 "아.... 네...."


시종일관 뻣뻣할 수 밖에 없었다.

괜찮은 척 했다만 그런 이연의 반응을 같이 사는 홍난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다만 그녀는 갑자기 이연이 왜 저러는지 곰곰히 생각해도 도통 알 수가 없어서 오리무중한 채로 서있을 뿐이였다.

유혁이 그녀에게 말했다.


유혁 "저.... 실례지만 저희 혹시 어디서 본 적 있나요? 왠지 익숙해서 하하"

홍난 "글쎄요. 전 한국 온지 얼마 안됐는데. 아마 다른 분이랑 착각하시는거 아니에요?"

유혁 "그런가요? 음.... 이상하다.... 분명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홍난 "뉴스에서 보셔서 그런거일거에요. 저 집에 있는거 좋아해서 잘 안돌아다니거든요"

유혁 "아 그래요?"


홍난의 답에도 여전히 갸우뚱거리는 유혁.

그러나 홍난이 그렇다니 별 수 있나. 

그는 애매해진 분위기를 달래듯 푸시시 웃고는 이연에게 악수를 청했다.


유혁 "아 저.... 악수 한번만 해주시면 안될까요?"

이연 "네네...."


가벼운 악수.

옆에 있던 주연도 거들었다.


주연 "저도요 선배님. 기좀 주세요. 저도 언젠가 선배님처럼 꼭 멋진 모델되서 백화점 모델하게요 ㅎㅎ"

이연 "하.... 하하하하"


백화점 모델....

이연의 웃음이 썼다.



---------------------------



한편 비서실. 

다혜는 직원들과 비서들의 눈치를 받으며 비서실 한쪽에 쭈구리처럼 앉아있었다.


오전 내내 이어지는 질시어린 눈빛들. 

예상하고 있던 반응이긴 하지만 그래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나마 친구라도 있었으면 속이라도 환히 털어놓을텐데.

마땅히 털어놓을 만한 친구도 없어서 그녀는 외로이 침묵중이였다.


다혜 "하아...."


일이라도 있으면 차라리 그거에 집중하고 좋을텐데....

점장이라는 양반은 눈치도 없어서 첫날이라고 일을 안준다.

그렇다고 직접 가서 일을 달라고 하자니 비서실에 있는 사람들의 째릿한 눈빛을 보아하니 

오늘은 만나는 것 자체가 어림도 없는 일 같아보였다.

그나마 조금 친분이 있는, 전에 같이 잠깐 홍난의 일을 도와주었던 비서는 설상가상 휴가갔다고 하고....

완전한 고립.

정말 죽을 맛이였다.

 

별 수 없이 그녀는 비서실을 나와 바람이라도 쐴 요령으로 옥상에 들렸다.

쌩하니 부는 바람.

맞으며 답답함을 털어내고 있는데 저기 멀리서 비서차림으로 화단에서 뭔가 뒤적거리고 있는 여자를 보였다.

궁금해서 다가갔다.


다혜 "뭐 찾으시는거 있으세요?"

???? "어마야!"


깜짝 놀라서 돌아보는 여자.

누군가 했더니 자신 이전에, 두 달 전 쯤 비서실 막내로 들어왔다는 은혜였다.

그녀가 양손을 후다닥 뒤로 감췄다.


다혜 '뭔가 자그마한걸 들고 있던거 같은데....'


딱봐도 숨기는게 역력해보이는 움직임.

그렇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가뜩이나 눈총을 받는 상황에서 굳이 긁어부스럼을 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혜가 말했다.


은혜 "아.아.아. 아뇨! 뭐 찾는거 없는데요! 흠흠. 오.... 오늘 오셨다는 그 신다혜씨 맞죠?"

다혜 "네. 편하게 대하셔도 되요. 이제 제가 막낸데요 ㅎㅎ"

은혜 "아.... 네.... 그래도 어떻게 그래요. 제가 훨씬 어린데...."

다혜 "하하하.... 그것도 그렇네요...."



편하게 대하라 말은 했지만.

뭔가를 하다가 들켰다는, 그리고 그걸 대놓고 모른척 해줬다는 상황은 둘의 사이를 시시각각 불편하게 만들었다.

어색한 분위기.

쌀쌀함을 참지 못하고 은혜가 먼저 말문을 틔었다.


은혜 "저.... 여기.... 생각보다 많이 삭막하죠?"

다혜 "네. 조금요.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섭섭하긴 하네요"


말 그대로다.

충분히 이해는 한다. 

다혜 자신도 남이 낙하산으로 갑자기 떡 들어온다 생각하면 왠지 기피하게 될테니까.

그러나 당하는 입장에서는 섭섭하기 그지 없었다.

막 들어온 사람도 아니고 그래도 가끔씩 마주치던 사이들이였는데 어쩜 그리 다들 매정한지....

돈이 뭐라고 내가 비서를 한다 했을까?

그녀는 비서직을 수락한 것을 후회했다.


그나마 말을 걸어주는건 여기 앞에 서있는 은혜 뿐이니....

다혜는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한채로 은혜를 쳐다봤다.


은혜 "왜.... 왜 그렇게 쳐다보시고....?"

다혜 "다른 분들은 아예 저랑 이야기도 안하는데.... 은혜씨는 저 싫지 않으세요?"

은혜 "아뇨. 저도 사실 쪼끔은 낙하산으로 들어왔거든요 ㅎㅎ 그래서 저는 다혜씨 그다지 싫지 않아요 ㅎㅎ"

다혜 "네? 무슨 낙하산이요?"

은혜 "그건 비밀. 그거 이야기하면 슥삭 하고 제 목이 날아갈거 같아서 ㅎㅎ"

다혜 "네? ㅎㅎㅎㅎ"


익살스러운 연기지만 살짝 눈이 떨린다.

대체 누구길래 저렇게 말하는지 궁금했다. 

하기야 해준이 오기 전까지 선진백화점은 알아주는 비리의 온상이였으니 

굳이 뭐 신기할 것도 없긴 했다.

다만 해준이 오고나서 대부분 처리 되었을텐데, 아직도 그럴만한 힘이 있는 인물이 누가 있나 마음속으로 재어보았다.


다혜 '이사님들 중에 한분인가? 이사님들도 대부분 끈떨어진 연 신세인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다혜의 상념을 은혜가 끊었다.


은혜 "다른 사람들도 다혜씨 싫은건 아닐거에요. 그냥.... 음. 너무 갑작스러워서 뭐라 말하지 못하는 거에요"


아.

방금까지 했던 이야기였다.

다혜가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다혜 "그럴까요?"

은혜 "네. 거따가 다혜씨는 점장님 백으로 올라온거잖아요. 다혜씨 앞에서 밉보였다간 뻥하고 자리 날아갈까봐 

      다들 그냥 조심조심 하는거에요. 아까 다혜씨 화장실 갔을때 오고가던 이야기가 그거였거든요"

다혜 "네?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

은혜 "아니죠~ 근데 조심해서 나쁠건 없다는거죠. 이를테면 다들 다혜씨 앞에선 마부장님이 되었다고 할까나.... 하하"

다혜 "그래요?...."


좋지 않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살랑살랑 살갑게 말하는 은혜를 보니 다혜의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미소 짓는 다혜에게 은혜가 말했다.


은혜 "저 뭐 좀 물어봐도 돼요?"

다혜 "뭐 물어보실건데요?"

은혜 "그 구두. 어디 제품이에요? 너무 이뻐서요 ㅎㅎ"

다혜 "구두요? 이거 옛날거라 촌스러운건데...."

은혜 "적당히 편해보이면서 이쁜데요? 전 그렇게 굽이 큰게 좋더라구요 ㅎㅎ"


밴디 BD854.

다 헤지고 낡아버린 구두.

이런 구두를 좋다고 하다니.

빈말인가 싶어 은혜의 눈을 보았지만 그녀의 눈이 반짝거리는 걸로 보아 아무래도 진심인 듯 했다.

자신과 보는 눈이 같아서 좋았다.

다혜는 은혜에게 자신의 구두메이커를 적어주었다.


은혜 "고마워요 ㅎㅎ"

다혜 "아니에요 ㅎㅎ 뭐 이런걸로요"

은혜 "아 그래요? 그럼 혹시 이거 말고 다른 구두도 이쁜거...."


그 때, 둘의 뒤에서 은혜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비서 "은혜씨"

은혜 "네~"


다른 비서의 부름.

은혜는 다혜에게 가볍게 목인사를 하고 가버렸다.

혼자 남은 다혜.

그래도 조금은 숨통이 트인 것 같아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


와 100화!


아주 처음에 등장하고 다시 등장한 줄리안 홍!


더불어서 유혁이랑 주연이도 다시!





한달 넘어서 올린건 tmi지만 수술이 있었기 때문....


그나저나 홍난이 다시 봐도 참 대단하다


내가 지금 예전 체중보다 6kg 빠져서 생활하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완전히 피곤해 죽겠는데


홍난이는 드라마 촬영을 48~50kg로 했다며 ㄷㄷㄷㄷ


새삼 대단하다 생각해 ㄷㄷ 



다들 환절기 감기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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