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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상플이얌 110화

ra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2.20 00:25:57
조회 165 추천 3 댓글 1



그 시각 백화점.

해준은 사태 수습을 위해 백화점을 정비하고 있었다.

혹시 몰라 아직도 회수 못한 녹취장비가 있나 꼼꼼히 매장을 살피기도 하고,

내부 배신자를 확인하기 위해 한 명씩 직원들을 찾아가서 간단한 일대일 대면도 하고 있었다. 


해준 "요새 뭐 무언가 찾는 직원이나 그런 사람 본 적 있습니까?"

점원 "네. 전 그런 사람  못봤는데.... 누가 뭐 잃어버렸대요?"

해준 "아닙니다. 그냥요 하하...."


그러나 꼬랑지조차 안 잡힌다.

다혜가 있었다면 은혜에 대해서 실마리라도 잡았겠지만.

운명의 여신이 장난을 치는지 다혜는 사유서 한 장을 달랑 남기고 승재를 만나러 나가버린 상태였다.

야속한 엇갈림에 자연히 아무 정황도 확인 못하고.... 

해준은 공연히 시간만 낭비하고 있을 뿐이였다.


비서 "점장님. 손님께서 오셨습니다"


그런 그에게 방문자가 찾아왔다.


해준 "손님이요? 누군데요?"


해준의 질문에 비서가 머리를 갸우뚱했다.


비서 "서에서 오셨다고...."

해준 "네? 서에서요?"


서.

틀림없이 경찰이다. 

어제 왕비서가 분명히 소문을 싹 가라앉혔다고 했는데

어디서 소문을 들은건지 발빠르게 찾아온 그에게 해준이 혀를 내둘렀다.


해준 "들어오시라 하세요. 뭐 말할 것도 없이 이미 들어오고 있으시구만...."


비서의 뒤, 유리 너머에서 자켓입은 형사가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형사 "이해준 점장 맞죠? 확인할 것이 있어서 들렸습니다"


차림은 자켓차림에 얼굴은 험악해보이는 인상.

약간은 건들거리는 모양새에 덥수룩한 머리까지.

꽤나 불량해보이는 인간상이였다.

그렇지만 안심할 순 없었기에 해준은 평온한 척 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응했다.


해준 "예. 무슨 일로 오셨죠?"

형사 "저희 서로 이상한 제보 하나가 들어와서 말입니다"

해준 "무슨 제보 말씀이십니까?"

형사 "별건 아니고 백화점에서 누가 사람들 녹취하는걸 봤다고 해서요. 혹시 아시는 거 있습니까?"


이 형사.

다 알고 왔다.

말하면서 은근하게 반응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런 확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광고가 내려갈 것을 두려워하는 언론에게서 샜을리는 없을테니 아마도 재국쪽에서 공작을 한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리고 재국쪽에게서 제보를 받은 경찰이라면 뇌물을 먹었을 것이 뻔했고.


해준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해준의 모르쇠에 형사가 능청스레 답했다.


형사 "잘 아셔야 할텐데요?"

해준 "제가요? 누가 그런 말을 한답니까?"

형사 "그건 알려주지 못하죠. 보호차원에서. 잘 아시지 않습니까?"


보호차원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말이다.

건수 하나 잡았다고 거들먹거리는게 우스웠다.


해준 "아우. 너무 힘주신다. 그냥 물어본건데. 그정도도 궁금해하지 못합니까?"

영사 "하하. 궁금한건 오히려 저죠. 제보를 듣는 순간 이 백화점 구석구석이 아주 궁금해 미치겠더라구요" 

해준 "그럼 그것도 알고 계시겠네요. 영장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신다는거"


해준의 말에 형사가 잘 걸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사 "영장? 인정하시는겁니까?"

해준 "뭘요? 백화점 뒤지겠다는 소리 하시니 당연히 한 말입니다만?"

형사 "그럼 수사협조를 안하시겠다는 겁니까?"

해준 "누가 피해를 봤는지 근거도 없고, 증거도 없는 그런 제보에 제가 협조를 해야 합니까?"


히죽.

갑자기 형사가 환히 웃었다.


형사 "증거가 없긴요. 녹취록 있던데요. 제가 뭐 괜히 왔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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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사태.

왕비서의 대처는 괜찮았다.

다만 재국의 계획이 그것보다 빨랐을 뿐.


고실장 "전부 처리했습니다"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서재.

책을 읽고 있던 재국에게 고실장이 보고했다.


고실장 "황석원 이사님이 말했던 외국언론 세 곳 기사, 국내 커뮤니티에 댓글 작업 시작했습니다. 

        백화점이 고객의 사생활까지 엿듣는다는 논조로 달라고 말도 맞춰놓았습니다.

        근데 유명하지 않은 언론들이던데.... 먹히겠습니까?" 


부정적인 물음이였다.

한국에선 먹히는 외국기사는 큰 언론사 것 밖에 없으니까.

이렇게 고만고만한 언론들로 괜찮은걸까?

고실장의 의문을 재국이 해결해주었다.


재국 "거기가 크진 않지만 그렇다고 작지도 않거든. 나름 신뢰도 있는 언론 정도?

      거기에 출처불명의 녹취록까지 달아놓으면 확 이목 쏠리겠지.

      저 밑에 버러지들. 겉으로는 아니라곤 해도 속으로는 늘 남이 추락하는거 바라잖아?"


자신이 믿는, 소위 밑의 인간들이 등을 돌리는 상황.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오갈 곳도 없이 고립되는 이해준.

그 절망속에서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웃는 재국을 대신해 석원이 말을 보탰다.


석원 "언론 눈치 살살 보는 경찰 입장에선 이러면 수사 안 할 수가 없겠죠. 설사 의혹만 있다고 해도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까봐야 할판인데

      이건 워낙 확실한 사안이잖아요? 차만석 회장님도 못막습니다 이거"

고실장 "그래도 이해준 점장이 여태까지 해온게 있는데요? 혹시라도 사람들이 미적지근하게 반응하면...."

석원 "아뇨. 내일이면 무조건 빵 터집니다. 원래부터 나쁜놈보다 위선자가 더 욕을 먹는법이거든요.

      이해준은 항상 착한 척, 고상한 척 해댔으니. 떨어지는 낙폭도 더 크겠죠"


아주 진창까지 떨어지리라.

원래 착한 놈이 나쁜 짓 한 번 하는게 더 눈에 띄는 법.

결점없는 자에게 결점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치명적이였다.


고실장 "그럼 굳이 윤형사 쪽으로는 정보를 넘기지 않아도 되지 않았습니까?"


해준에게 간 형사의 이야기였다.


석원 "그건 그냥 재미. 윤구산 그 새끼. 하는 짓이 더럽거든요. 미친 개한테 한번 당해보라고 하죠 ㅎㅎㅎㅎ"

재국 "맘에 드네 그거 ㅎㅎ"


얼마나 잘 구르나 보자.

석원과 재국의 웃음 뒤에 검은 꽃이 피었다.



-------------------



아침.

씻고 나온 내 코에 쿰쿰, 

구수한 냄새가 맡아졌다.

아마도 된장찌개.

왠일인지 언니가 정성스레 밥을 한 것이였다.


홍난 '밥은 항상 내 몫이였는데....'


오늘따라 언니가 유별나보인다. 

혹시 어제의 데이트 답례인가?

살금살금 다가가서,

말랑말랑 

백허그와 함께 만지며 언니에게 물었다.


홍난 "언니이~"

이연 "응~"

홍난 "왠 된장찌개에요?"


나의 물음에 언니가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이연 "그냥~ 그냥 한번 해봤어"

홍난 "치이~ 저보고 보양식 잔뜩 해달라면서요~ 언니가 만들면 어떡해요"

이연 "아침부터? 됐어. 그리고 언니가 홍난이한테 전부터 꼭 해주고 싶었거든 된장찌개"

홍난 "으음?"


전부터 꼭 해주고 싶었다니?

깜짝 선물인가 싶어 언니를 보았지만 언니는 한결같이 웃을 뿐이였다.


홍난 "언니가 먹여주고 싶다면야 ㅎㅎ"

이연 "응? 언니가 먹여줄까?"

홍난 "네 ㅎㅎ"


언니가 먹여주면 진짜 맛있을거 같거든요 ㅎㅎ

헤실헤실 웃자 언니가 실소를 흘렸다.


이연 "앉아. 다했어. 먹자!"

홍난 "네 ㅎㅎ"


식탁에 앉아서 가만히.

언니가 오기를 기다렸다.

챡챡 놓이는 밥과 찌개.

이내 언니도 앉고.

나는 말없이 입을 벌렸다.


이연 "뭐야? 진짜 먹여줘? ㅎㅎ 으이그"

홍난 "ㅎㅎ 아~"

이연 "ㅎㅎㅎㅎ"



적당히 뜬 밥을 찌개에 적시듯 띄워서 나에게 한 입.

....!

센스있게 올라온 두부가 너무 뜨거웠다!


홍난 "흐아.... 으흐아...."


뜨거워서 발을 동동 구르자 언니가 어쩔줄 몰라 했다.


이연 "뜨.... 뜨거워? 물 물!"


언니가 호다닥 물을 나에게 건냈다.


꼴깍꼴깍

싸아아

아.... 살거 같애....

간신히 불을 끈 내가 툴툴댔다.


홍난 "으.... 너무해여...."

이연 "미안.... 그렇게 뜨거울 줄 몰랐어. 그럼 뜨거운거 말고 다른거부터 먹어. 자!"


미안한지 언니가 내 밥 위에 계란말이를 하나 얹어주었다. 

자상한 마음씨.

나는 아기새마냥 냠냠 받아먹었다.

맛있었다!


홍난 "가끔씩은 언니가 밥하는 것두 좋을거 같아여"


데인 입이 너무 얼얼해서 혀가 짧아진 나에게 언니가 말했다.


이연 "음. 그러기엔 홍난이 밥이 너무 맛있는데?"

홍난 "으으.... 그러면 일부러 맛 없게 하는수가 이써여!"

이연 "언니가 먹는건데? 정말 그럴거야?"


실망한 눈빛 한가득.

입도 앙다물고는 진짜로 그래버리면 삐진다! 라는 분위기를 마구 내뿜는데....

읏.... 심장이....

당연히 손을 내저을 수 밖에 없다.


홍난 "아녀! 잘 만들게여!"

이연 "그래야지! 그래야 우리 홍난이지! ㅎㅎ"


슥슥


진짜....

내 약점을 너무 잘 알아서 탈이다.

으. 페이스 말려.... 밥이나 먹어야지!

분풀이로 밥과 반찬을 괴롭히는데 문득 언니를 보니 밥도 안먹고 나를 쭉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흐뭇한 표정으로.

세상 다 가진 것 같은 저런 흐뭇함이라니....

아무리 연인이라지만 그래도 밥먹는걸 지켜보기만 당하는건 조금 뻘쭘했다.


홍난 "왜.... 안먹구 쳐다보기만 해여?"

이연 "그냥. 그냥 잘먹어서. 어때? 맛있어?"

홍난 "네 ㅎㅎ 맛있어여 ㅎㅎ"

이연 "그래? ㅎㅎ"


그 흐뭇함 속에 왠지모르게 서정적인 뭔가가 있는 것 같은 건.... 내 착각인가?

잘 모르겠다.

언니의 목소리가 내 상념을 뚫었다.


이연 "언제 한번 다혜씨한테도 된장찌개 해달라고 해봐"

홍난 "다혜언니한테도요?"


다혜언니는 왜?

나의 궁금증을 언니가 풀어주었다.


이연 "응. 다혜씨도 너한테 꼭 한번 된장찌개 해주고 싶어했거든. 시간 나면 언니랑 같이 가자!"

홍난 "싫어여~ 다혜언니가 저한테 해준다는데~ 저 혼자 다 먹을거에여!"

이연 "뭐어? 욕심만 가득해서는.... ㅎㅎ"


말은 저렇게 하지만 웃고있는 모양새는 언니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을 잘 알게한다.

그런데.... 왜 하필 된장찌개지?

뭔가 의미가 있나? 나만 모르는?

이따가 인터넷이라도 찾아봐야겠다.


이연 "장난이구, 다혜씨랑 잘 먹고와. 뭐 하루 자고 와도 좋고. 언니가 방해 안할게"

홍난 "저야 괜찮은데.... 다혜씨랑 가족분들이 허락해줄까요?"

이연 "응. 다혜씨는 당연히 찬성이고, 한나랑 아버님도 너 좋아하시니까. 분명히 허락해주실거야. 믿어!"

홍난 "알았어요 ㅎㅎ"


일전에 생일에서의.... 술김에 나온 본심.

그 때 다혜언니가 울적해했던 것을 언니가 기억하나 보다.

외로운 다혜언니를 잘 달래주라는 언니의 말.

그래도 평소의 질투대마왕 언니답진 않아서 나는 가볍게 장난을 쳐주었다.


홍난 "저 없다고 외로워서 혼자 우시면 안돼요?"

이연 "누가~ 너야말로 다혜씨 집에서 울지마. 나 없다고 안절부절할게 눈에 빤히 보이는구만...."

홍난 "제가요? 아니거든요! 다혜언니랑 열심히 잘 놀거거든요!"  

이연 "어어? 잘놀아? 나 없는데서?"

홍난 "네. 잘 놀거에요. 밥도 훨씬 맛있는거루 먹을거구요!"


아. 너무 나갔다.

말을 수정할 새도 없이 언니의 눈매가 살쾡이 같아졌다.


이연 "훨씬 맛있는 거? 안되겠다! 너 거기가서 많이 먹어! 내놔! 내놔아~"


언니가 내 밥그릇에 손을 뻗었다.

에잇!

뺏길 수 없어서 재빨리 사수했다.


홍난 "으으읏.... 줬다뺐기 있기에요?"

이연 ".... 흠흠. 아 내놔~ 거기가서 먹어어~"

홍난 "으.... 이거 먹을거에요~"

이연 "내노라구~"

홍난 "된장찌개 맛있단 말이에요~"


치열한 힘싸움.


이연 "아이이!"

홍난 "으으으!"


힘을 주다가 언뜻 언니랑 눈이 마주쳤다.

ㅎㅎㅎㅎ 

지금 뭐하나 싶었다.


이연 "푸흐흐흐"

홍난 "흐흐흐흐"

이연 "으~ 진짜"

홍난 "ㅎㅎㅎㅎ"


언니가 포기했는지 밥을 놓아주었다. 

착한 언니 ㅎㅎ

나는 맛있게 된장찌개를 먹을 수 있었다.



*****************************************************************


-송이연-



촬영장으로 가는 차 안.

노닥거리다가 지루해졌는지 이내 잠든 홍난이를 기대 누이고.

나는 파도같았던 어제를 생각했다.


이연 '한.... 홍난....'


어제 수목원의 화장실에서.

나는 예전의 홍난이를 완전히 기억해냈다.


이연 '처음 잡아주던 그때부터.... 마지막으로 떠날 때까지.... 바보처럼...."


스스로의 몸은 전혀 돌보지도 않은체 한결같이 나만을 바라보던 너.

첫날부터 만신창이인 발로 나타나서는 어찌하면 나의 마음에 들어올 수 있는지 그렇게 고민했더랬다.

의심하는 나에게 싹싹하게 다가와서는 하나씩 나의 불행을 사라지게 해주었고

방황할 때마다 나타나서는 등불처럼 나의 곁을 지켜주었다.

힘들고 지치면 용기를 돋구어주었고.

세상이 비난 할 때면 나를 대신해 위험을 감수하기도 했었다.

두 달 동안, 너는 나의 세상이였다.


이연 '겨우 두 달 말이지....'


처음부터 가야 할 것을 알고 있는 그 마음은 얼마나 문드러졌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다시 인연이 되준 너는 또 얼마나 혼자서 속으로 끙끙 앓았을까.

내가 걱정할 것을 염려해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 사라지려고,

미국간다는 핑계나 대었던 그 속 깊은 마음.

진짜 간다고 할때 너의 목소리가 유달리 우울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 나는 또 얼마나 멍청했는지....

마지막 변심이 아니였다면 나는 너의 가는 모습을 보지 못할 뻔했다.


이연 '홀린 듯 달려서 겨우 도착했었지.... 예장동 집에 올까 싶어서....'


그렇게 간신히 너를 붙잡았는데.

그런 너의 마지막이 겨우 짧은 키스라니.

겨우 그거 하나 받고 그렇게 떠나다니.

그래서는 안됐다.

나는 너를 그렇게 보내서는 안됐다.

너가 해준 만큼, 너는 나에게 많이 받았어야 했다.

그리고 그걸 후회할 시간도 없이.

너는 내 마음속에서 흔적도 없이 지워졌었다.


이연 '그러다가.... 또다시 내 앞에 나타났고....'


지금의 너.

나를 다시 사랑하러 왔는지 또 다시 내 인생에 끼어들어서는.

미처 못한 사랑 다 해달라는 듯 이렇게 안겨오다니.

어느새 나에게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버린 너에게 나는 앞으로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


이연 "사랑해"


진심으로.

영원히 사랑해.


그렇지만 동시에 고민된다.

앞으로 나는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예전의 너로 대해야 할까? 아니면 지금의 너로 대해야 할까?

지금 내가 분명히 사랑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너지만....

예전의 너를 가만히 잊기에는 받은 것이 너무 많다.

자꾸만 너에게서 예전의 너가 눈에 밟혀 포기 할 수 없게 만든다.


이연 '....'


그냥 같은 사람이라고 해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다기엔 예전의 너와 지금의 너는 너무나도 다른데....

예전의 너는 조금은 무심한 듯 무뚝뚝 하다가도 알게 모르게 챙겨주는 성격이였다면,

지금의 너는 한없이 발랄하고 쾌활하고, 사랑 넘치는 성격이였으니까.


더구나 드라이브에서의 이야기로는 

사람들을 챙겨주기를 버거워 한다하니....

많은 가족들을 이끌던 예전의 너와는 확연히 달랐다.


사는 환경이 달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환생하면서 뭔가가 꼬인건지. 

너무도 다른 너는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이연 '그치만.... 예전 홍난이를 기억하면서 해준 된장찌개엔 또 같은 반응을 보였는데....'


기억하고 있던대로 살짝 다혜에 대해 떠봤다. 

그때처럼 거기가서 먹으라고 밥그릇을 뺐었더니

줬다뺏기 있기에요! 라는 존대만 살짝 다른, 

그때와 똑같은 말을 내뱉어서 순간 밥그릇을 놓을 뻔 했었다.

깜짝 놀라서 심장이 떨렸지만 꾹 숨기고 겨우 상황을 이어갔었다.


영 다른 사람이라고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같은 사람이라고도 못하겠고....

갈대처럼 흔들리는 마음은 어느새 번민으로 이어졌다.


모르겠다.

차라리 내 마음만 아프면 말해볼텐데....

니 마음이 아플걸 생각하니 말이 안나온다.

너가 슬퍼하고 미워하고 방황할까 하는 마음에 도저히 내 입에서 예전의 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어쩌나....

역시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하나....?

아니면,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예전의 너와 했던 것들을 하나둘 해볼까?

그러다 보면.... 어제의 화장실 같이.

기적처럼.

운명처럼.

그렇게 너도 모든 사실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그런 기약없는 희망을 가져도 되는걸까?


제길 "누님~ 누님!"


아!

제길이가 부르는 소리에 상념에서 깼다.


제길 "뭔 생각을 그렇게 하는디 전화오는 것도 모른디요? 전화왔소. 진동 울리잖소"

이연 "아.... 응...."


제길이는 운전을 해야해서 백미러로 나를 쳐다보며 이야기 중이였다.

승재가 오늘 무슨 일이 있다고 빠져서 하는 수 없이 운전하는 신세인데....

생각보다 스무스하게 운전해서 앞으로 종종 신세 져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이연 "여보세요"

한나 "이연 언니!"


한나였다. 


이연 "응. 한나야"

한나 "어제 데이트 잘했나 궁금해서 전화해봤어요 ㅎㅎ"

이연 "지금 학교 아니야? 수업은 어쩌구?"

한나 "쉬는 시간이에요 ㅎㅎ"


쉬는 시간에 전화를 했다니.

어지간히도 궁금한가보다.


이연 "으응 그렇구나"

한나 "그래서 잘 했어요? 어디 갔어요?"

이연 "아. 향초만들러 갔었어. 향수도 같이 만들고. 겸사겸사 드라이브도 하구"


유원지에서의 그 일 때문에 많은걸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제의 데이트는 정말 즐거웠다.


이연 '더이상 사랑하는 거에 대해서 망설이지도 않기로 했고 말이지....'


홍난이의 사랑을 다 받아주기로 다짐했으니.

의미도 있는 데이트였다.


한나 "그래요? 재밌었어요?"

이연 "응. 이것 저것 같이 만드는데 신기하고 막 그런거 있지 ㅎㅎ 나중에 한나도 애인생기면 해봐 ㅎㅎ"

한나 "저 아직 초등학생인데요?"

이연 "그러니까 나중에. 알았지?"

한나 "네! ㅎㅎ"


싹싹한 대답.

소탈하게 웃음을 받는 나에게 한나가 다시 질문했다.


한나 "아. 맞다! 깜짝 놀래주니까 홍난언니가 많이 기뻐했어요?"


한나의 질문에 당당히 답했다.


이연 "당연하지. 언니 그런거 전문이야. 홍난이가 얼마나 기뻐했다구"

한나 "ㅎㅎㅎㅎ 다행이다"

이연 "그래. 보는 나도 기분이 다 좋더라. 우리 홍난이 헤헤 웃는게 얼마나 귀여운데. 너도 그거 봐야했어"


살짝 자랑하자 한나가 툴툴거렸다.


한나 "그렇게 자랑하실거면 데이트 사진이라도 보내주시던가요"

이연 "음. 이거저거 많이 찍긴 했는데. 그래도 역시 직접 보는게 좋겠지? 조만간에 홍난이 너희집 갈지도 몰라. 아버님께 잘 좀 말해줘"


다혜씨 집에 간다는 말에 한나가 놀랐다.


한나 "홍난 언니가요? 왜요?"

이연 "다혜씨가 홍난이한테 못해준 게 있다고 해서. 그래서 하루정도 보내려구"

한나 "엄마가요? 뭐 음식이라도 해주신대요?"

이연 "응. 된장찌개. 자세한 건 다혜씨한테 직접 들어"


다혜씨도 아쉽다고 했던 일이니.

분명 기억하고 있을터였다.


한나 "네~ ㅎㅎ 하루라는 말은 자고 간다는거죠?"

이연 "어. 아마 그럴거야. 너희 집만 괜찮다면"

한나 "저희야 당연히 괜찮죠. 홍난 언니 보낼때 미리 말씀해주세요 그럼"

이연 "알았어"

한나 "ㅎㅎ 기대돼요 ㅎㅎ 언니 그럼 나중에 봐요 안녕!"

이연 "응. 끊어. 안녕!"


전화가 끊겼다.

묘한 여운에.

나는 문득 자고있는 홍난이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곤히 자는 홍난이.

널 보고 있노라면 자꾸 따뜻함이 피어난다.

예전의 너가 얼마나 나에게 잘해줬는지가 떠올라 자꾸만 눈가에 물기가 맺힌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는 우수를 달래며 홍난이를 쓰다듬었다.


홍난 "으으으음...."


홍난이가 내 손길에 뒤척인다.

귀여운 모습.

이렇게 귀여운데 예전엔 어쩜 그리 괄괄했는지 모르겠다.


이연 "사랑해"


다시 한번.

나는 너에게 수줍은 고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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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110화! 


이번 화는 특이하게  이연이 시점으로 써봤음 ㅇㅇ


3인칭 보단 1인칭이 감정묘사에 좋아서. 



된장찌개 부분은 


원래 있던 부분이랑 추가분에 나왔던 부분 합친 거. 


원래있던 부분은 된장찌개랑 다혜 전화 위주로 돌아가고 


추가분에서는 된장찌개랑 홍난이연 티격태격하는거 위주로 돌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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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53 홍연 편집본 혹시 구할수 있을까..???????? [2] ㅇㅇ(112.187) 22.08.20 54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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