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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위기의 아렌델 #18

아렌델 파수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6.22 10: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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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은 네 몫이야, 여왕."

한스가 말을 마쳤다. 엘사는 이를 꽉 다물었다. 그녀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비쳤다. 한참을 제자리에 서서 갈등하던 엘사는 필립의 부축을 안나에게 맡긴 뒤 천천히 한스의 앞쪽으로 걸어갔다. 시민들을 살릴 수 있다면... 안나를.. 구할 수만 있다면... 엘사가 몇 발자국을 옮기던 중 필립이 힘겹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안.. 됍니다, 여왕님... "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그저 허망하게 한스의 앞에서 굴종을 준비하는 엘사를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안나는 하늘을 우러른 채 두 눈을 꽉 감았다. 굳게 닫힌 눈꺼풀 사이로 눈물이 하염없이 타고 흘러내렸다. 필립은 당장이라도 엘사를 멈추고 싶었지만 몸과 입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까 전의 전투에서 다쳤던 부위가 계속 쓰라렸다. 엘사가 한스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려는 순간이었다.

 

 

 

 

 

 

 

 

 

 

 

 

*

 "크아악!"

 "으윽!"

후방, 즉 북쪽에서 들려오는 병사들의 비명소리. 한스는 흠칫 놀라 고개를 뒤로 확 돌렸다. 울창한 숲 멀리서 뭔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는 듯이 키 큰 침염수림이 이리저리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진원지의 수직 방향 위쪽에는 커다란 눈구름이 낮게 떠 눈을 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바닥이 두두두두 하고 빠르게 진동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 오는 듯 하더니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시종 당당하던 한스의 얼굴에 비로소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아니나다를까, 숲길 너머에서 한 떼의 기병대가 나타났다. 선봉대가 들고 있는 깃발에는 선명하고 샛노란 태양의 문양이 한껏 나부끼고 있었다. 그 뒤에 푸른빛 별 모양 사파이어 문양이 그려진 깃발들이 줄지어 있었다.

 

 "라푼젤 공주의 서신을 기억하겠지, 반역자 한스!"

태양과 사파이어, 각각 코로나와 위즐턴의 국장이었다. 최선봉에 선 휘황찬란한 황금빛 갑주를 입은 백마를 탄 코로나 기사가 창을 높이 들어올린 채 위엄있게 소리쳤다. 뒤이어 또다시 숲이 떠나가라 질러대는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올라프!"

엘사의 얼굴에 환한 빛이 돌아왔다. 숲 저편부터 침엽수림을 뒤흔들던 거대한 무언가는 다름아닌 마쉬멜로였다. 눈구름이 사라지지 않은 것을 보아 오랜 시간 끝에 재생된 듯 했다. 마쉬멜로의 어깨에는 역시 올라프가 올라타 있었다.

 

 

 "뭣들 하는거야! 저놈들을 당장 쏴버려! 당장! 어서!"

한스는 흥분한 목소리로 엘사 일행을 가리키며 자신의 뒤에 서 있는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병사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일제히 석궁에 화살을 매겼다. 사태를 파악한 엘사는 황급히 바닥에서 얼음 기둥을 끌어올려 첫 번째로 발사된 화살 무더기들을 막아냈다.

 

 

 "멍청한 놈들, 그거 하나 못 맞추나!"

코로나 선봉 기병대가 차츰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포로 관리를 위해 후방에 진주시켜 놓은 서던 제도 병사들은 아마 진작에 궤멸되었을 것이다. 마쉬멜로 하나로도 버거웠을텐데 코로나와 위즐턴의 연합 군단이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었으니. 한스의 입장에서 천만다행인 것은 아직 그가 올라프/마쉬멜로가 프레드릭을 풀어 주었고 지금 그들이 함께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쌓인 한스는 신경질을 내며 바로 옆에서 어설프게 화살을 쏠 준비를 하던 병사의 석궁을 빼앗아 일순간에 엘사를 조준했다.

 

 "안 돼!!"

미처 방어 준비를 하지 못한 엘사에게 화살이 날아들었다. 엘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때 반쯤 정신을 잃은 채로 안나에게 부축되고 있던 필립이 소리를 지르며 엘사 쪽으로 뛰어들어 그녀의 옆으로 몸을 날렸다. 엘사는 중심을 잃고 쓰러졌고 필립 또한 엘사를 안은 채로 눈밭을 수 미터 굴렀다.

 

 

 

눈을 한참 꽉 감고 있다가 뜬 엘사는 자신의 몸에 화살이 맞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휴, 덕분에 살았... "

필립은 엘사 옆에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분명 내 몸에는 화살이 박히지 않았는데 화살이 뒤로 쉭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설마? 엘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엎드려 쓰러진 필립의 몸을 슬쩍 들췄다. 방금 발사된 듯한 화살 한 대가 왼쪽 가슴 쪽에 얕게 박혀 있었다. 화살이 꿰뚫은 주변의 옷 밖으로 피가 빠르게 번져 나오고 있었다.

 

화살이 목표물에 명중하지 않았음을 깨달은 한스는 욕을 퍼부으며 방향을 틀어 도주하기 시작했다. 한스의 뒤에 서 있던 병사들은 모두 코로나 선발대에 의해 제압당한 상황. 한스는 내리막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래쪽에는 아직 수천의 서던 제도 군대가 건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즉시 꽁무니를 빼는 한스를 쫓았다. 안나가 도주하는 한스의 등 쪽으로 두어 발의 석궁을 쏴 봤지만 우거진 수풀 때문에 모조리 빗나가고 말핬다.

 

 "필립, 괜찮아요? 필립! 대답 좀 해 봐요!"

화살은 왼쪽 가슴에 착용한 배지 때문인지 깊숙히 박히지는 않았다. 지난날 엘사가 필립에게 돌려줬던 그 위즐턴 문양이 새겨진 배지였다. 혹시 심장 쪽을 찔리지는 않았겠지? 엘사는 필립의 어깨를 흔들었다. 필립이 서서히 눈을 떴다.

 

 "여... 왕.... 님...."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났다. 화살은 다행히 심장을 빗겨나간 모양이었지만 폐를 찌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몸 여기저기에도 입을 벌린 상처에서 심한 출혈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필립의 숨소리에서 망가진 고무 인형의 바람 새는 소리같은 음성이 계속 들려왔다.

 

 "말하지 마세요. 더 나빠져요. 그만..."

엘사는 필립을 자신의 무릎 쪽에 뉘여놓은 채 말했다. 곧 그들이 있는 쪽으로 위즐턴과 코로나 소속 병사들이 말을 타고 뛰어왔다.

 

 "왕자님!"

먼젓번에 원군을 요청하러 위즐턴으로 돌아갔던 선장이 황급히 왕자를 부축했다.

 

 "왕자님, 이쪽으로..."

선장은 필립을 말 위로 올린 뒤 엘사에게 짧은 절을 올린 후 그를 데리고 위즐턴 의사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말에 실려서 멀어지면서 필립은 가늘게 눈을 뜨고 엘사를 바라본 채 나즈막히 말했다.

 "제... 걱정..은..."

 

 

 

 

 

 

 

 

 

 

*

 "한스! 거기 서지 못해!"

뒤에서 안나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스는 꽁지가 빠지듯이 달렸다. 마침내 그는 아렌델 병사들과 서던 제도 병사들이 뒤엉켜 싸우던 곳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빗나갔다. 벌판에 즐비한 것은 서던 제도 병사들의 시체 뿐이었다. 살아남은 병사 천여 명은 무기를 버린 채 모조리 삼백여 명의 아렌델 병사들에게 투항한 뒤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투항한 서던 제도 병사들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들. 포위당한 병사들은 귀신이라도 본 듯이 잔뜩 쫀 채로 저들끼리 뭐라고 지껄이고 있었다.

 "부,, 분명 대포로 박살을 냈는데 다시 살아났어...!"

 "그것도 몇 배로 숫자가 늘어나면서..."

 

화포로 현무암 덩어리인 트롤들을 부수는 작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트롤들은 부숴져 봤자 파편 하나하나가 또다시 새로운 트롤들로 분화된다는 사실만 빼면 말이다. 풍화 작용을 통해 분해되고 쪼개져서 새로운 개체로 분화되는 것이 트롤들의 번식 방법이라는 사실만 알았더라면....

 "크리스토프, 알고 있었어요?"

 "전혀요..."

 

 

 "한스를 잡아라!"

한스 쪽으로 시선을 돌린 용감무쌍한 아렌델 병사들이 그가 있는 쪽으로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다. 한스는 탈출로를 찾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더니 전장 바깥에에 놓인 서던 제도 전진 초소를 발견했다. 사방에서 빗발치는 화살들 사이를 뚫고 한스는 그쪽을 향해 신들린 듯이 뛰어갔다.

 

어깨와 허벅지에 화살 몇 대가 꽂힌 채로, 한스는 진영 한가운데 무더기처럼 쌓인 정체모를 덩어리 위로 기어 올라갔다. 인고의 시간 끝에 꼭대기까지 완전히 기어 올라간 한스는 갑자기 정신나간 사람처럼 크게 웃더니 검은 숲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소리라 외쳤다.

 

 "이렇게 된 이상 여기를 지도에서 완전히 지워 주마! 엘사! 안나! 그리고 아렌델까지... 위즐턴과 코로나 놈들까지 모조리...!"

한스는 광기어린 표정으로 성냥을 그었다. 그가 디디고 있던 무더기에서는 아까부터 썩은 달걀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유황 냄새였다. 

 

 "저, 저거... 우리까지 모조리 죽일 셈이야!"

서던 제도 병사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 그가 디디고 있는 것이 다름아닌 유황과 흑색화약이라는 것을. 저 엄청난 양의 폭약이 한 번에 터지면 검은 숲 일대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될 것이었다.

 

 

 "다 죽자고! 크핫핫하하!"

 

 

 

 

순간, 한스의 목 한가운데를 화살 한 대가 꿰뚫었다. 호탕하게 웃던 한스의 목소리가 일순간 끊기더니 그의 손에서 불타던 성냥개비가 튕겨져 나가 간발의 차이로 화약이 있지 않은 곳에 떨어져 눈과 닿아 불이 꺼져버렸다. 한스는 잠시동안 경직된 듯이 가만히 서 있더니 곧 뒤로 쿵 하고 쓰러졌다. 그리고는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환호하는 아렌델 병사들. 서던 제도 포로들 중 일부 역시 만세를 불렀다. 크리스토프 역시 쾌재를 부르며 옆에 서 있는 안나의 얼굴을 확인했다.

 

 "안나...?"

안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크리스토프는 걱정스럽게 안나를 쳐다봤다. 안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씁쓸한 억지 미소를 지으며 크리스토프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봤다. 그녀의 손에는 석궁 한 대가 들려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안나의 얼굴에 곧 울음기가 핑 돌았다. 크리스토프는 가만히 안나의 등을 토닥였다. 안나는 조용히 흐느끼며 크리스토프의 품에 안겼다.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해야 할 일을 한 거에요..."

 

 

 

 

 

 

 

 

 

 

 

 

 

*

참전국

아렌델, 위즐턴, 코로나, 서던 제도

 

아렌델

총 병력 478명

총 인구 수 1,640명

사망 167명

부상 231명

 

서던 제도

총 병력 3820명

총 인구 수 74,800명

사망 1307명

부상 805명

 

위즐턴

총 병력 600명 (전원 기병)

총 인구 수 23,000명

사망 14명

부상 91명

 

코로나

총 병력 250명 (전원 기병)

총 인구 수 42,000명

사망 0명

부상 14명

 

 

전투 목록

-제 1차 검은 숲 전투

-제 2차 검은 숲 전투

 

 

 "이제... 전투 경과를 기록해야 겠군...."

막사 안쪽에서 전쟁 보고서를 기록하는 움직임이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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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중에 완결지을수있겠다ㅏ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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