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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위기의 아렌델 #15

아렌델 파수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6.10 23:51:12
조회 879 추천 24 댓글 10
														

위기의 아렌델 #14가 업로드 타이밍이 영 좋지 않아 묻혔습니다. 확인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강조 링크를 다시 답니다. 

https://gall.dcinside.com/frozen/1641739 위기의 아렌델 #14 


viewimage.php?id=2bafdf3ce0dc&no=29bcc427b18b77a16fb3dab004c86b6fb2a09527f01f968086b54400f385e252d9c20367c33c9ab89f1587c8aaa4a0ceca051d2a14400704

https://gall.dcinside.com/frozen/1470189 #1
https://gall.dcinside.com/frozen/1475685 #2
https://gall.dcinside.com/frozen/1482234 #3
https://gall.dcinside.com/frozen/1492910 #4
https://gall.dcinside.com/frozen/1500176 #5
https://gall.dcinside.com/frozen/1514033 #6
https://gall.dcinside.com/frozen/1521832 #7

https://gall.dcinside.com/frozen/1533147 #8

https://gall.dcinside.com/frozen/1543253 #9

https://gall.dcinside.com/frozen/1562030 #10

https://gall.dcinside.com/frozen/1589409 #11

https://gall.dcinside.com/frozen/1596965 #12

https://gall.dcinside.com/frozen/1609558 #13

https://gall.dcinside.com/frozen/1641739 #14

 



 

엘사는 몹시 피곤했는지 숙소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푹 엎어져 곯아떨어졌다. 필립이 눈물 자국정도는 씻은 다음에 자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필립은 길게 한숨을 뽑았다. 그런 다음 왼쪽 가슴에 손을 얹어 보았다. 엘사가 다시 달아 준 위즐턴 문장 배지 너머로 격렬한 심장 박동이 선명히 전해졌다. 젠장, 이걸 어떻게 수습하려고 잘도 그런 낯간지러운 소리를 했던 거지? 너무 긴장했더니 입하고 머리가 따로 놀았나 봐! 필립의 머릿속은 숲에서 있었던 일에 관한 온갖 잡념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엘사 역시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다시 그런 얘기를 해 보라면 죽었다가 깨어나도 하지 못할 것 같은 필립이었다.

 

필립이 엘사 앞에서 늘어놓은 말들에 거짓은 없었다. 활력도, 의욕도 없던 그의 삶에 아렌델은 분명히 생명력을 불어넣어 줬다. 사실 필립이 엘사 앞에서 일련의 고해성사 비슷한 소리를 지껄였던 이유는,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엘사에 대한 연정이 없지는 않아서였기도 했으나, 두려움에 사로잡혀 제정신을 놓아 버린 엘사의 모습이 마치 과거의 자신과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 이걸 대체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제정신을 찾으신 여왕님이 날 이상하게 보기라도 하면..."




 

 


 





*

당장 이불이라도 뻥뻥 차고 싶은 필립이었지만 우선 그런 생각은 뒤로 미룬 채, 필립은 간만에 위즐턴 사절단이 대피해 있는 곳을 찾아갔다. 항해사와 일부 선원들이 둘러 앉아서 화살을 조립하고 있었다. 갑자기 찾아온 왕자의 모습에 일동은 화들짝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선장은 어디로 갔는가?"

어째서인지 다들 쭈뼛쭈뼛하며 대답을 하지 못하는 상황. 묘한 대기가 감도는 가운데 분위기가 이상함을 직감한 필립이 헛기침을 한 뒤 언성을 높인다.


 "선장은 어디로 갔느냐고 물었네!"

 "서, 선장님께서는 이곳으로 대피하자마자 바로 선원 몇을 데리고 위즐턴으로 원병을 요청하러 가셨습니다. 바닷길로 가면 오래 걸린다고 말을 빌려 출발하셨습니다. 지금쯤 아마 위즐턴 근처까지는 도착했을..."

전에 없던 박력 비스무리한 것을 보인 왕자의 모습에 놀란 항해사가 자기도 모르게 청산유수처럼 묻지도 않은 사실들을 줄줄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필립은 이 쇼킹한 뉴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심히 고민되었지만 일단 정색을 풀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한 뒤 추가 질문을 던졌다.


 "육로로 갔단 말인가?"

 "그, 그렇습니다만."

 "바닷길로는 열흘이 걸리지 않았나. 육로로는 얼마나 걸리는 거리인가?"

 "말을 박차 달리면 사흘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허, 참... 어찌 내게 말도 없이..."

 "와, 왕자님께서 걱정하신다고 하셔서..."


물론 필립에게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이 바짝 얼어 있는 사절단 일행을 한번쯤 곯려주고 싶어졌기 때문에, 그는 짖궂은 질문 하나를 던졌다.

 "본국으로 3일만에 갈 수 있는 육로가 있는 줄을 알았으면 어찌 이 왕자부터 대피시키지 않았는가?"

 "주, 죽을 죄를 ... ! 사실 일이 성사되기 전에는 결코 왕자님을 귀국시켜서는 아니 된다는 국왕 폐하의 진언이 있어서 어길 수가 없었습니다..."

애초에 필립은 지금 당장 안전하게 위즐턴으로 귀국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끝까지 그들을 도우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파랗게 질려 벌벌벌 떠는 항해사와 선원 일동을 바라보고 정색한 표정을 푼 뒤, 필립은 다시 평소의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는 가볍게 웃으면서 장난기 가득 섞인 어조로 모두에게 죄를 사하노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 말조차도 장난으로 여겨지지 않았던지 여전히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

전군을 북서쪽 검은 숲으로 진군시키고 몇몇 보좌관들만 남긴 채로 한스는 아렌델 마을을 둘러보고 있었다. 지금은 집중 포화를 받고 사라진 커다란 눈사람이 있던 잔해 위에 아직도 휘영청 떠 있는 커다란 눈 구름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신경쓸 바가 아니었다.


 "여기 있었군.."

갑자기 한스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이 개자식... 잘도 이런 일을 꾸몄겠다. 이젠 네놈도 끝이다!"


한스는 여유롭게 뒤를 돌아봤다. 수십 명의 병사들과 그 앞에 서 있는 지휘관인 듯한 남자, 붉은 갈색의 머리칼을 어깨까지 기른 가진 서던 제도의 다섯번째 왕자 프레드릭이 서 있었다.

 "오, 이런. 반가워, 형."


프레드릭의 얼굴은 그야말로 분노 그 자체였다. 그는 능글맞게 웃는 한스를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베어 버릴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한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 마디를 보탰다.

 "형 눈에는 내가 안 보이는 줄 알았는데. 하하"

 "허세 부리지 마라."


프레드릭이 간신히 화를 눌러 담으며 얘기했다. 그는 자신의 뒤에 선 병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소싯적 병법과 용병술을 배우며 동고동락해온 최정예 엘리트 병사들이었다.

 "멍청하게 북쪽 요새까지는 건드리지 않았던 모양이군. 덕분에 여기서 네녀석을 잡을 수 있게 되었지만... 우윽..."

말하는 와중에도 지난날 감옥에 쳐박히며 얻어 맞은 뒤통수가 또다시 쑤셔 오는 프레드릭이었다.


 "뭣들 하는거냐! 당장 저 반역자를 포박하지 않고서!"

프레드릭이 한스를 노려보며 뒤쪽의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그런데 당장 눈앞으로 뛰쳐나가 한스를 붙잡아야 할 병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빨리 놈을 잡으라니ㄲ...!"

답답한 나머지 뒤로 고개를 홱 돌린 프레드릭은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 병사들의 눈빛이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저런 씁쓸떨떠름한 표정을 내 눈앞에서 보인 적이 있던가? 프레드릭은 갑자기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런, 형 말을 잘 안 듣는 모양이야?"

실룩실룩 웃으며, 한스가 프레드릭을 조롱했다. 분통이 터진 듯이 얼굴빛이 시뻘개진 프레드릭이었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한번 말해 볼까? 내 얘기는 들어 줄 지도 모르잖아?"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것만은 아니기를... 프레드릭은 감옥에서 한스를 반드시 내 손으로 쳐죽일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늘에 기도를 올린 이후로 처음으로 하늘에 빌었다. 제발 자신이 생각하는 최악의 일이 일어난 것만이 아니었으면.


 "잡아."

손가락을 탁 하고 튕기는 한스. 즉시 프레드릭의 뒤에 서 있던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그를 포박한다. 있는 힘껏 저항하는 프레드릭이었지만, 그의 손으로 길러낸 병사들은 그 혼자 상대하기에는 너무나도 억세고 강했다. 포박당한 왕자가 성난 망아지처럼 날뛰기를 수 분, 이제 제풀에 지쳐 좀 조용해지자 한스는 프레드릭 가까이 다가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보기 좋군."


 "어떻게.... 한거냐......"

프레드릭이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5번째 왕자, 감옥의 5번방. 과연 내가 5번째 방에 문제가 있다는 걸 몰라서 형을 거기다가 가뒀을까?"


프레드릭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감옥으로 끌려갈 때 한스의 병사에게 둔기로 뒤통수를 맞았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충격적이었다.

 "......"

 "3년 전이던가, 연쇄 살인범이 5번방에서 땅굴을 파서 탈옥했고, 서던 제도 수사국이 며칠 동안이나 탈옥 트릭을 찾았지만 결국 실패했지."


한스는 먼 일을 회상하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때 수사관들을 책임지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프레드릭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왜냐 하면 바로 그가 한스를 그 일의 적임자로 추천했던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가 문제의 감옥으로 시찰을 나섰을 때 도저히 트릭을 판별해 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평소 마음에 들지 않던 한스에게 한 방 먹여줄 작정으로 한스를 추천했다. 며칠이 지나도 트릭이 발견되지 않았고, 한스는 임무를 실패한 것에 대한 책임을 덤터기쓴 채 열두 형들에게 질책을 들어야만 했다.


찰스, 앤더슨, 칸스, 윌리엄, 프레드릭, 트루먼, 테오도어, 트리스탄, 가브리엘, 마이클, 에드워드, 라우렌스. 언젠가 반드시 네놈들한테 한 방 먹여 주마. 한스는 그들의 계획적이고 철저한 집단 따돌림을 받으며 늘 그런 생각을 마음 속에 품어왔다. 놈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되새기고 되새겼다. 특히 프레드릭이야말로 한스가 가장 이를 갈던 형이었다. 한스처럼 본부인 출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그토록 괴롭혀 온 그였으므로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한스를 투명인간 취급해오던 프레드릭, 가브리엘, 에드워드 3인방을 주도하고 선동한 자 역시 프레드릭이었다.


사실 한스가 수사를 시작한 첫날에, 바로 탈옥수의 트릭을 발견했음은 오직 하늘만이 알고 있었다. 어쩌면 바로 트릭을 발견한 뒤 그것을 보고해 인정을 받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한스는 이 나라는 나를 결코 그런 것으로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을 알았다. 화려한 복수극의 서막을 위해, 오늘의 공로를 숨기자. 그리고 그것을 더 큰 대업을 위해 잠시 아껴 두자. 3년 전의 한스는 생각했다.


 "그 때 찾아냈던 트릭을 이렇게 요긴하게 써먹을 줄은 나도 미처 몰랐는데 말이지."


북쪽 요새의 병사들 역시 한스의 편으로 넘어왔음을 프레드릭은 알 길이 없었다. 사전에 미리 말을 맞춘 뒤 그를 제 발로 아렌델에 찾아오게 한 다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주리라. 모든 계획은 잘 짜여진 톱니바퀴처럼 아귀가 맞아떨어져 종국에는 그의 뜻대로 흘러갔다.


 "그걸 꺼내라."

한스의 명령에 뒤따라온 병사가 뭔가를 덮고 있던 천을 걷어냈다. 천 밑에 가려져 있던 거대한 죄인 수송용 창살 수레가 드러났다. 물론 프레드릭이 한스를 압송할 때 쓰려고 준비한 물건이었다. 지금은 비록 반대의 처지가 되었지만.


 "아렌델은 시작일 뿐이야. 위즐턴, 코로나. 머지않아 모두 내 발 아래 놓일 테니깐."

창살 안으로 질질 끌려 들어가는 프레드릭을 보면서 한스가 말했다. 프레드릭은 뿌드득 하고 이를 한번 갈더니 한스를 흘겨보며 저주하듯 내뱉었다.

 

 "그렇게는 안 될걸."

 "아니."

어디서 한번 이런 비슷한 대화를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한스는 새삼 2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난 이미 그렇게 됐어."



https://gall.dcinside.com/frozen/1676952 1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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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의 끝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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