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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MEMORY 14앱에서 작성

cub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6.13 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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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 촉촉박사.




(아래 짤 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은 뒤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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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은 '강태욱'의 시점입니다.




-





재판이 끝나고 변론에 쓰인 서류를 챙겨 텅 빈 재판장을 나서려는데 아직 떠나지 않았는지 피곤해 보이지만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의 강 형사가 내 앞을 가로 막아섰다. 아무도 없고 소등까지 되어 정적이 가득한 재판장 안에 둘만 있으려니 처음 강 형사를 마주했을 때 처럼 이유 모를 불안함과 불쾌감이 목덜미를 감쌌다.



'또 뭡니까?'

'강 변호사님은 제가 그리 반갑지 않으신가 봅니다?'

'네.'

'그럼 짧게 한 가지만 묻고 비켜 드리겠습니다.'

'네.'



갑자기 입술이 바짝 말라갔다. 목구멍이 따갑게 메마르고 혓바닥이 굳어버린 듯 자유로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강 형사는 나를 꿰뚫어 보듯 여유 띈 미소를 지으며 질문에 뜸들였다. 순간이 다르게 초조해졌다. 자리를 어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두 발은 뿌리 박힌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묘한 긴장감이 뒤섞인 정적이 흐르고 눈매가 날카롭게 변한 강 형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강 변호사님은 스스로를 법정에 서서 누굴 변호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망치로 뒷통수를 한대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 날 비웃기라도 하는 듯 이죽이는 강 형사에게 맞서고 싶은데 애꿎은 주먹만 쥐어질 뿐, 입술은 본드라도 붙인것 처럼 옴짝달싹 하지 않았다.



'아, 질문이 너무 어렵나요?다른 질문 드릴까요?'

'……'



강 형사는 마치 나를 배려하듯 동정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입술은 정직하게 조소를 짓고 있었다.



'강 변호사님은 기억을 잃으면 그에 대한 죄도 사라진다고 보십니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자문자답까지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습니다.'

'답은 스스로 찾으시죠.강 변호사님 머리에 다 들어있으니까.그럼 이만.나중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알 수 없는 질문만 잔뜩 남기고 떠나버리는 강 형사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여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일었다. 대체 내가 놓쳐버린 시간 속 무슨 일들이 있었기에 저 남자가 이리도 나에게 집착 하는 것인지 감조차 오지 않아 가슴 한켠이 답답해졌다.

-

집으로 돌아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소파에 축 늘어지듯 앉아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차근히 강 형사가 남긴 질문들을 정리하며 블랙홀 처럼 커다란 구멍이 되어버린 기억을 들여다 보았다.



'대체 무슨 말인거야...!'



천길 낭떠러지 처럼 끝도 없는 암흑 같은 머릿속에 불끈한 주먹을 소파 가죽에 꽂아넣었다. 푹신한 솜이 주먹 모양 처럼 움푹 패이고 힘이 잔뜩 실린 주먹은 끓어오르는 분을 이기지 못해 부들부들 떨렸다. 그때, 그녀가 돌아왔다.



'태욱 씨, 왔어?근데 왜 불도 안키고...당신 괜찮아?'



어둠을 가로질러 내 곁에 다가와 미세하게 떨리는 어깨를 여린 손으로 감싼 그녀는 걱정스런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따스한 그녀의 체온이 어깨를 타고 심장 부근까지 다다르자 끓어넘치던 분노가 차갑게 식어갔다. 그리고 입술을 타고 흘러나온 그녀의 이름이 처음으로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혜란아.'



슬쩍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둠에 가리워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나를 향한 시선은 뚜렷하게 느껴졌다. 걱정, 그리고 안쓰러움. 무겁게 흐르는 정적을 견디지 못하고 깊은 한숨을 내쉰 그녀는 어깨를 감싸던 손을 천천히 쓸어올려 머리를 감싸 안아 작지만 포근한 품 안에 나를 가두었다.



'괜찮아.괜찮아, 태욱 씨.'



그녀의 한마디에 차갑게 식어 가던 몸에 다시 온기가 깃드는 듯 했다. 나를 단 한마디로 살 수 있게 만드는 그녀를 놓치기 싫어 가는 허리를 힘껏 끌어안았다. 여전히 떨리는 어깨를 부드럽게 매만져 주는 그녀의 위로를 느끼며 잠시나마 강 형사가 남긴 혼란을 지워냈다.












-








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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