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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좆같은 이웃 19

EAO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6 22: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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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같은 이웃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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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설주의



일단 지금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오늘의 문제. 저녁은 어떻게 하지?


"음… 엘사가 가르쳐줬던 대로 해볼까?"


그래. 며칠 전, 엘사가 나한테 요리를 알려줬었지. 물론 엘사가 한숨을 쉬면서 주방에는 들어서지도 말아야겠다며 내 놀라운 요리실력을 칭찬했지만, 우선 엘사가 나름 열심히 가르쳐 줬던대로 요리를 해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이거를…."


나는 엘사가 알려줬던 파스타 레시피를 떠올리며 최선을 다해 요리했다. 그렇게 노력이야 했지만, 파스타는 내 처참한 요리 실력에 걸맞는 결과물이었다. 이게 파스타인지 아니면 어느 외계행성에서 굴러떨어진 괴생물체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졸지에 파스타였던 것이 되어버렸다. 저걸 입에 넣으면 분명 내 요리실력으로 인해서 본 모습을 잃어버린 원망섞인 파스타 면들이 내 목을 졸라서 죽일지도 몰라.


"이게 시발 뭐야."


접시를 점령한 더는 못봐줄 정도로 흉측하게 생긴 역겨운 파스타 괴물은 전부 음식물쓰레기 통에 쏟아 버렸다. 갈수록 요리 실력이 뒤로 퇴화하는 기분인걸? 결국 실패한 파스타는 뒤로하고 저녁은 밖에 나가서 사오기로 했다. 오늘의 식사는 바삭하고 맛좋은 치킨으로 결정했다.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가게에 들러 치킨을 포장했다. 집으로 돌아온 다음에 손을 씻고 조금은 늦은 식사를 시작했다.


"진작 이럴걸."


매콤한 치킨의 향과 바삭한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나는 언제쯤 이렇게 맛있는 것을 만들 수 있을까. 내심 보기좋게 망쳐버렸던 파스타가 아쉬웠다. 대체 내 요리를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내가 생각하기엔 아무래도 저주가 맞는 것 같아.


"그나저나 앞으로 저녁은 밖에서 사먹을까?"


정작 요리를 하면 아깝게 돈이랑 재료만 내다 버리는 것 같아서 차라리 그 돈으로 밖에서 사먹는 것이 제일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이야 뭐… 대충 맨날 먹는 샌드위치로 때우면 그만이니까.


"후…."


조금은 늦은, 그리고 약간은 힘이 들었던 저녁식사를 끝내니 몸이 나른했다. 설거지를 끝내고 소파에 기댄채로 나는 오늘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들어갈때 엘사가 내게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조용히 있던 내 반응을 사귀는 뜻으로 알겠다고? 참나, 어이가 없어서 정말. 나는 아무 말도 없었는데 제멋대로 해석하고 난리야.


"징그러워 진짜."


정말 변태도 그런 변태가 없다. 맨날 손이 심심하다며 내 손을잡고 쓰다듬지를 않나, 입이 심심하다며 나한테 키스를 하지않나, 언젠가 한 번은 몸이 심심하다며 거칠게 관계를 가져보자는 말도 했었다. 물론, 당연히 거절했다. 실망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었지만, 뭐 어쩌라고? 나는 절대, 절대!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거야!


"내일 엘사한테 뭐라고 하지?"


음, 그렇다고 무턱대고 고백을 거절하면 분명 상처받겠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데 내가 엘사를 거절해도 친구들의 정신나간 설레발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미치겠다. 해결하려 했으면 진작에 해결했어야지, 안나 이 멍청아! 너는 정말 병신이야. 이미 실뭉치는 정신없이 엉켜있었다. 뭐, 그 실뭉치를 반으로 잘라버리면 편하겠지만, 그건 그냥 자폭하는 거 아닌가?


"몰라, 모르겠다고!"


내일의 일은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해결하겠지. 나는 내일 있을 일에대한 고민은 깔끔하게 잊어버리고 샤워부터 하기로 했다. 간만에 혼자서 조용하게 욕조에 몸을 담구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했다. 느긋하게 씻은 후에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았다. 과연 내일은 괜찮을까?



"시발, 지금 몇시야!"


급하게 눈뜨자마자 몰려오는 강렬한 좆됐음의 느낌! 진짜 망했다. 지각이구나. 시계를 보니 빠르고 신속하게 준비하면 괜찮은 시간이었지만, 평소처럼 행동하다간 지각해서 존나게 혼나기 좋은 시간이었다.


"으아!"


아침은 거르고 일단 빠르게 씻은 후에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 신속하게 밖으로 나와 자전거에 올라탔다. 다리가 부서져라 열심히 폐달을 밟으며 달리니 다행히 학교에는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거리가 집이랑 가까워서 다행이야.


"안녕."


나는 거친 숨을 내쉬며 교실에 들어서서 인사를 하며 엘사를 쳐다보았다. 근데 내 친구들이 엘사 주변에 모여서 무슨 대화를 하는 중일까?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엘사는 내 친구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대뜸 나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내 애인이야 라고 말했다. 아. 오늘이야 말로 죽기 좋은 날인가? 나는 갑작스러운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엘사를 끌고 급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와서 문을 닫고 돌아서서 나는 제일 먼저 엘사에게 화를 내버렸다.


"대체 뭐하는 짓이야!"


"이미 애들도 우리가 사귀는 것으로 알텐데 뭐 어때?"


"뭐?"


저게 시발 지금 말이라고 내뱉는 거야? 나는 몰려오는 수치심과 울분에 못이겨 엘사의 뺨이라도 때리려했지만, 어째설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기운없이 그녀의 어깨높이 까지 올라온 팔을 내리며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라며 화를 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내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껴안으며 키스를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아, 끝까지 너는 키스와 포옹이 전부인 거야? 이런 상황에서까지? 나는 지금 이런 엘사의 행동이 어이가 없었다.


"저리 가."


나는 엘사를 밀며 황급히 발을 돌려 교실로 내려갔다. 엘사가 내 뒤를 다급하게 쫓아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잔뜩 가라앉은 우리가 교실로 들어섰을 때, 떠들썩했던 교실의 분위기는 일괄 침묵으로 대답했다. 원래라면 누군가 한 명이라도 둘이 왜 그러냐고 물어볼 법도 했지만, 워낙 분위기가 살벌했던 탓에 아무도 그러지 못했다.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그런 분위기는 쭉 이어졌다.


"쟤네 괜찮은 거 맞아?"


메가라가 애들한테 우리를 보며 걱정이 된다는 듯이 말하긴 했지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만장일치 'No' 였다. 물론 몇몇 다른 극성맞은 것들이 나에게 와서 둘이 사귀는 것이 정말이냐고 물었지만, 눈치가 존나게 없는 그 애들은 메가라와 벨이 조용히 끌고가서 깔끔하게 처리했다.


"힘내, 안나."


평소라면 나를 놀리지 못해서 안달이 나야했던 오로라와 제인도 오늘만큼은 얌전히 앉아서 힘을 내라며 나를 심심하게 위로했다. 그 뒤로도 나와 엘사를 두고 그녀들 사이에서 많은 얘기가 오고 갔지만, 나는 학교가 끝나는 순간 까지 엘사와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


"잘가."


종일 다운된 상태로 학교생활을 보낸 나는 친구들이 건네는 쓸쓸한 인사를 뒤로하며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안으로 들어가 쉬려고 했다. 결국 끝까지 엘사와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그렇게 내가 조용히 등을 돌렸을 때, 엘사가 나를 붙잡았다. 나는 즉각 반응해서 그 손을 뿌리치며 여전히 속에 남아있는, 내 마지막 울분을 토해냈다.


"왜 그래? 응?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내 말에 엘사는 잠시 머뭇거리며 이내 시선을 바닥으로 돌리더니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입을 천천히, 그리고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네가 좋아서 그랬어. 좋은데, 정말 좋은데, 그 마음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랬어. 정말 미안해, 안나."


솔직하고 담담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가 내게 고백했다. 내가 좋아서 그랬다고? 그래, 좋아하는 사람한테 괜히 더 장난친다는 말이 있긴 하지. 그런데 이건 도가 지나치잖아? 엘사의 말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만히 서서 그렇게 나를 가지고 장난치면 재밌냐고 말하면서, 속에 응어리졌던 울분은 빠르게 눈물로 변해 내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아니야, 진짜 좋아서 그랬어."


내가 눈물을 흘리자 엘사는 당황스러워 하며 급히 나를 껴안고 등을 쓸어주며 달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하염없이 소리를 내며 엘사 품에 안겨 울었다. 마치 내가 너때문에 이렇게 고생했다고, 이렇게 힘들었다고 눈물로 알려주는 것 처럼,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오늘,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의 품에 안겨 정말 속 시원하게 울었던 것 같았다.


"이제 좀 괜찮아?"


대체 얼마나 울었을까, 엘사 품에 얼마나 안겨있었을까, 이제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두 눈은 빨갛게 잔뜩 부었고, 다 흐르지 못한 메마른 눈물은 뺨에 말라붙어 있었다. 나는 마른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잔뜩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렇게… 좋아?"


엘사는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근데 엘사는… 정말 나를 좋아하긴 하는 것일까? 지금은 모든 것이 못미더웠다. 엘사가 지금도 나한테 장난을 치는 것 같아서, 지금 하는 고백도 전부 거짓말 같아서, 그래서 그녀의 마음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내가 좋으면… 지금 그 마음을 표현해봐."


마치 그동안 그 말을 기다려 왔다는듯이, 엘사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얼굴을 붙잡고 입에 키스했다. 플로리다로 떠났던 날, 그때 호텔에서 처음 했던 키스보다, 평소 다른 날 내게 했던 키스보다 더욱 더 길게, 엘사는 쉽게 입술을 떼지 않았다. 엘사는 정말, 정말로 못 말리는,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얘야.


"이게 네 진심이야?"


나는 입술에 찐득하게 실처럼 늘어나 흐르는 타액을 닦으며 말했고, 엘사는 이것 말고도 원한다면 지금 당장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라도 사다줄 수 있다며 웃기 시작했다. 이러고 있으니 내 속에 그동안 쌓여왔던, 조금은 답답했던 모든 감정이 깨끗하게 사라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내가 좋으면 키스 더 해줘."


모든 갈증이 해소된 기분, 청량함 그 자체. 내 갈증을 해소시켜준 아름다운 엘사의 웃음에 그제야 나도 웃음으로 화답하며 그녀를 껴안았다.


"그럼 고백… 받아주는 거야?"


오랜 엘사의 바램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엘사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드디어,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나는 엘사의 고백을 진심으로 받아주었다.


"그럼 오늘부터 1일이다?"


엘사는 잔뜩 들떠서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괜히 미안해졌다. 이럴줄 알았으면 일찍 고백을 받아줄걸 그랬나? 아니야, 지금부터라도 행복하면 됐어. 그래, 지금부터라도 행복하면 된거야. 그렇게 길었던 우리의 줄다리기는 결국 이렇게, 조금은 시시하게, 조금은 로맨틱하게 끝이났다.


"그래, 오늘부터 1일이야."


오늘은 내가 먼저, 난생 처음으로 그녀에게 키스했다. 나의 파격적이고 급작스러운 행동에 엘사의 파란 눈동자가 흔들렸다. 당황도 잠시, 엘사는 이내 나를 껴안고 다시 한 번 정말 깊게 키스를 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엔딩이야. 과연 오늘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날이 있을까?


"사랑해, 엘사."


"나도 정말 사랑해."


내가 엘사에게 건내는 첫 사랑 고백. 엘사도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며 고백을 받아주었다. 정말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이 넘어지고 다쳤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열매는 굉장히 달콤했다. 키스가 끝나고, 우린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내일 보자며 인사를 건넸고, 집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손을 흔들었다.


"정말 좋은 날이야."


괜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마 너무 좋아서 그런 거겠지. 그래도 나름 괜찮게 끝이났다. 역시 해피엔딩이 좋아.


───


계속 밀어내기 바빴던 안나가 드디어 마음을 열었다!


정식 커플체결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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