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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나이트2 : 오큰 무쌍16. txt

트리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3.25 07: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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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겨울왕국 갤러리에서 연재되었던, 오리지날 [한스 나이트] 이후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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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Xs1Q7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9화 10화 11화 12화 13화 14화 15-1화  15-2화


서던 아일랜드의 침공은 그저 작은 서막에 불과했다! 한스 나이트 이후 아렌델을 덮쳐 오는 사상 최대의 위기 속 영웅들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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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휘두르는 어깨가 더는 한계라는 것을 필사적으로 알리려는 듯 끊어 질 것만 같은 끔찍한 고통에 휩쌓였지만 오큰은 이를 무시했다. 몸을 지탱하는 다리가 후들거리며 주저 앉으려고만 했으나 역시 무시했다.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고 폐가 터질 것만 같았으나 오큰의 움직임은 오히려 더 빨라졌다. 온통 비명을 내지르며 몸이 보내오는 위험신호를 죄다 무시한 채 단 한가지의 목표만을 위해 오큰은 앞을 막는 모든 것을 쓸어 넘겼다.  


"표트리아!!!!!!!!!!!"


얼마나 많은 이를 베어 넘겼는지 모른다. 앞을 막는 마지막 적을 일도양단하며 오큰의 거체가 전장 격노를 터트렸다. 적의 것인지 나의 것인지 전신을 뒤덮은 피칠갑 속에서도 더 이상 인간의 것이라 볼 수 없을 야수의 안광이 광포성을 번득였다. 

발아래 수없이 쌓인 말없는 육신들 너머로 끝없이 몰려드는 징그러운 행렬에 진한 환멸마저 일었으나 그들을 향해 짓이겨 들어가는 몸짓엔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이성을 버린 듯 미쳐 날뛰는 야수의 파괴력은 이미 세상의 상식을 뛰어 넘은 것만 같았고 처참히 갈려나가는 적의 비명성은 인간이길 포기한 짐승들의 파괴욕구를 절정으로 뒤흔들며 전장을 광란으로 도가니 속으로 몰아 넣었다. 


죽이고 죽이기를 반복하는 살육의 현장, 현세에 강림한 지옥도가 바로 이곳이리라.


"오게 두어라."


추가 근위부대를 연달아 투입 시키려는 근위수장을 제지하며 느긋히 집단 광기속에 생존을 위해 처절히 분연중인 짐승들의 사투를 감상하던 불의 여제 표트리아가 마침내 황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흥분감이었다. 이제는 없을 것이라 단언했던 이 세상에 아직 그녀의 전투 의지를 자극할 이가 남아 있다는 기쁨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옴을 느끼며 표트리아의 입술이 표독스럽게 미소를 머금었다.


"길을 열어라. 내 친히 저자를 맞이하리니."


다시 없을 여흥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굳게 닫혀 있던 인간 장벽이 좌우로 갈라지기 무섭게 서서히 일렁이던 화염은 어느새 한낱 잔상으로 변했다. 수백여 미터의 거리를 불과 단 몇초만에 주파한 여제의 오른손엔 언제 튀어나왔는지 검의 형상을 갖춘 불꽃이 공간을 갈랐고 미처 예상치 못한 사선의 끝에 놓은 오큰 시야로 희열에 가득찬 표트리아의 눈동자가 마주섰다. 


"이런 미친!!!"


설마 그 거리를 단박에 치고 들어올줄 누가 알았나... 예상치 못한 기습을 자각했을 땐 이미 표트리아의 검이 오큰의 상체를 한차례 긋고 지난 뒤였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불덩어리에 직격당하기 무섭게 전신이 타오르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 휘몰아 치며 오큰의 이성을 뒤흔들었다. 여기까지 오며 누적된 대미지가 애교로 느껴질 정도였다. 과연 저것이 사람이란말인가...


"내 직접 상대해 주마."


"하... 굳이 조급하게 굴지 않아도 니년 떨거지들 전부 죽이고 직접 찾아 갈텐데 뭣하러 튀어나오셨어? 황제씩이나 되셨으면 체통을 시키셔야지."


"궁지에 몰려도 당당하군. 마음에 들어."


"성은이 망극합니다. 망할년아."


황제의 명령 덕일까? 그녀의 근위병들이 더이상 덤벼들지 않자 오큰은 내심 안도하며 마침내 마주한 마녀를 향해 창끝을 겨눴다. 모두의 목숨을 담보로 어렵게 잡은 기회다. 실패는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죽음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다. 두 어깨에 걸린 막중한 책임감을 상기하며 오큰의 격노성이 결전의 서막을 열었다. 


오르칼 최후의 의지가 깃든 궁니르의 창끝이 여제의 불꽃 위로 내리 꽂히며 일어난 충격파가 대기를 뒤흔들며 터져나왔다. 신화 속 신들의 싸움에서나 나올법한 말도 안돼는 장면이 지금 이곳 현실 속 전장에서 재현되자 하나 둘 사투를 벌이던 몇몇 이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고 주변의 시선이 마음에 드는지 표트리아의 얼굴에선 생기 마저 감돌았다. 


거대한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하고 화끈한 창격이 허공과 지면을 내리가르자 창끝에 실린 파괴력을 증명하듯 부서진 잔해의 조각들이 사방으로 튕겨 올랐지만 정작 잔해가 되어 나가 떨어져야 할 당사자는 휘몰아치는 공세를 죄다 물 흐르듯 매끄럽게 흘려 보내버렸다. 하나같이 필사에 가까운 공격임에도 표트리아가 그저 이리저리 비껴내는 통에 한참을 퍼붓던 오큰은 신경질 적으로 지면을 내리 찍었다. 


'뭐 이런 년이 다있지.'


너무 조급한 나머지 무리하게 들어가다 상대에게 되려 농락당하고 있는 자신을 반성하며 오큰은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조급 할 건 없다. 상대는 되려 이 상황을 즐기고 있고 방해하는 녀석들은 없다. 이걸 기회로 활용해야만 한다.


더구나 지금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건 눈앞에 보이는 바로 저 년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항마 병기가 아닌가. 아직 이 녀석에게 내재되어 있는 진짜배기 힘은 꺼내지도 않았다. 마녀는 아직 항마 병기의 무서움을 모른다.


"시동을 걸어라 궁니르..."


고쳐잡은 창날이 번득였다. 폭발에 가까운 빛무리가 방심하고 있는 상대의 시야를 뒤덮었고 표트리아가 무슨 술수를 썼는지 확인하려던 찰나 여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오큰의 창날이 여제의 옆구리를 훑고 지나간 것이다. 서로 벌어져 있던 거리를 생각해 보면 오큰이 짧은 순간 표트리아를 공격하기 위해선 창을 투척하는 것 이외엔 방법이 없어야 할 테지만 방금의 공격은 투척이 아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옆구리를 훑은 것 역시 창날이 아니라 창끝에서 부터 뻗어나온 빛줄기였다. 


"?!!"


스쳐 지나갔던 광선이 거기서 끝나지 않고 뻗어 나온 그대로 목을 노리며 올라오자 이를 막기 위해 화염 장막을 펼쳤던 표트리아는 궁니르의 분쇄 광선에 자신의 방패가 되려 썰려들어가는 것을 보곤 아연실색하며 급히 바닥으로 몸을 날렸다. 제국의 황제가 보이기엔 상당히 체통 떨어지는 행동이었지만 순간적으로 너무 급했기에 그녀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마법 좀 더 보여주지 그래?"


꼴사납게 일어서는 여제를 향해 오큰의 능글능글한 비아냥이 날아 들었다. 방금 장면은 오큰도 딱히 의도한 것이 아니었기에 뜻밖의 재미난 볼거리라도 봤다는 표정이었다. 바닥을 구르는 황제라니...


"곱게 죽이진 않으리라 내 약조하지."


"애초에 곱게 죽일 생각도 없었으면서 생색내긴..."


나머지 한손에 또 다른 검 한자루를 뽑아 내며 슬슬 열받기 시작한 표트리아가 공격의 주도권을 잡으며 튀어 올랐다. 단박에 거리를 좁히며 그녀의 쌍수 검격이 목을 노렸으나 오큰이 상체를 뒤로 빼면서 창을 들어 막자 창과 검이 충돌하며 일어난 충격력을 반동삼아 표트리아는 공중에 뜬 상태로 역회전 검격을 찔러 넣었다. 


"크아악!!!"


미쳐 피하지 못한 검날이 어깨쭉지를 파고 들며 가뜩이나 비명을 지르고 있던 오큰의 몸은 극한의 통증을 터트렸다. 온 신경계를 찢어 놓는 듯한 끔찍함에 오큰은 괴성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러야만 했고 상대의 고통스런 모습에 표트리아의 얼굴은 다시 한번 즐거움 가득한 미소로 차올랐다.


"벌써 죽으려고 하면 안돼지. 아직 더 남았는데."


"뭣?! 으아아아아악!!!"


쑤셔 넣은 검을 잡은 상태로 오큰의 반대쪽 어깨를 밟고 올라 선 표트리아의 전신이 화염에 휩싸였다. 바로 코앞에서 타오르는 화염으로 부터 뻗어 나오는 말로 다 표현 할수없을 뜨거운 고통에 몸부림 치며 오큰이 벗어나려 했으나 표트리아는 더욱 깊게 검을 박아 넣으며 오큰을 놓아주지 않았다. 


"맨정신으로 불타는 것 만큼 재미난 것도 없지. 그렇지 않아?"


"이 빌어먹을 년아!!! 떨어지지 못해!!!?"


"여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거부하면 안돼지. 즐기라구..."


이대로 가다간 필시 산채로 꼴사납게 타죽는 참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점점 온몸으로 옮겨 붙기 시작한 불꽃에 이성이 마비되려는 직전 필사적으로 휘두른 궁니르가 허공을 갈랐다.


"오 이런~! 안됐네."


말 그대로 허공만 갈라버렸다. 점차 시야를 잠식해 들어가는 화마 너머로 표트리아의 비릿한 냉소가 흘렀지만 헛손질로 끝난 반격 직후 그 미약한 저항마저 사전 차단 당해버린 지금 오큰이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버지...'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주마등 속에서 문득 장렬히 산화한 아버지가 자신과 오버랩되어 보인 이유는 왜일까. 막상 엄습해온 죽음의 공포 속에 떠올린 아버지의 모습에 오큰은 화염 속에서 함께 으스러 질 뻔한 정신을 기적적으로 부여 잡았다. 


어차피 이판 사판이다. 


"컥-!!"


"떨어져 씨발년아!!!"


불 그 자체나 마찬가지인 표트리아의 목을 별안간 움켜쥔 오큰은 남아 있는 모든 힘을 마녀의 숨통을 틀어 잡은 손아귀로 쏟아 부었다. 자신이 먼저 불타 죽던지 아니면 상대가 목졸려 뒤지던지 둘 중 하나다.


"으아아아아아악!!!"


타들어가는 고통에을 이기지 못하고 풀린 다리는 무기력하게 주저 앉았지만 마녀를 틀어 쥔 손아귀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더욱 단단히 옥죄었다.


".....내가 이겼네."


허나, 뒷심이 부족했다. 필사적인 발악이었지만 오래지 않아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한 힘은 돌아 오지 않았다. 겨우 수습한 정신력도 더는 한계인지 휘몰아치는 화마 앞에 무기력하게 부서져 내렸다. 


타앙-!!


무너지는 오큰을 보며 승리감을 즐기던 표트리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 진건 바로 그때였다. 그냥 수없이 울려 퍼지는 전장의 총성 중 하나라 치부했던게 실수였다. 뒷목을 뚫고 파고드는 총알의 존재를 직접 느끼고 나서야 방금 그게 자신을 향한 총성이었음을 자각한 표트리아가 황제의 등 뒤를 노린 괘씸한 자가 누구인지 보려 고갤 돌리자 마치 그러길 노리고 있었던 것 마냥 이어진 총성과 함께 표트리아의 머리가 뒤로 넘어갔다. 


"수염은 둘째치고 화상이 심한데..."


이마 한 가운데 정통으로 총알을 맞고 떨어져 나간 표트리아를 슬쩍 흘겨 보며 다가선 사내로부터 부축을 받아 간신히 일어선 오큰은 불꽃 속에서 손상된 눈동자를 간신히 굴린 끝에야 어렴풋이 자신을 구해 준 이의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고맙소..."


"지금 할 말은 아닌 것 같군."


"...그럼 언제 합니까?"


구해 줬으니 고맙다고 하는 건데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오큰의 반문에 사내는 대답 대신 한쪽 방향으로 검지를 치켜 들었다. 


"이럴 수가..."


사내의 손가락 끝에선 머리에 총을 맞고도 좀비 처럼 일어난 표트리아가 서 있었다. 


...꼭 썩은 치즈라도 씹은 듯 구겨진 인상을 부들거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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