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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초고교급 페로몬 - EP.3 (프롤로그) 도박사의 직감

Fu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23 05: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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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으...."


창밖의 햇볕이 자비없이 눈꺼풀 위로 쏟아내린다. 요즈음 따로 알람을 맞춰두지 않아도


학교갈 때 즈음이 되면 이런 식으로 잠에서 깨게 된다.


잠에서 깬 나는 여느 때처럼 침구를 정리하고 눈을 비비며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아침 먹고, 옷 입고, 가방 챙겨서 학교로 간다.


바깥은 뭐가 바뀌었냐는 듯 언제나와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맑은 하늘, 항상 보이던 건물들. 익숙한 공기.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말소리나 도로 위의 차가 다니는 소리.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맡아지는 것도 모두 익숙하디 그지없는 그대로지만,


딱 하나 때문에 어색하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히나타 씨.'


히나타 하지메, 자칭 맥거핀. 그동안 내 머릿속에 있으면서 말동무도 되어 주고,


조언도 해주거나 가끔은 시시껄렁한 농담도 툭툭 던져주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돌연 일이 있다며 나를 떠나버렸다. 언젠가는 돌아오겠다는 말은 들었지만....



'솔직히 이렇게 갑자기 가 버리면 섭섭하단 말이야.'


오늘 따라 발걸음이 무겁다. 그래도 같이 있으면 심심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히나타 씨가 깔아준 어플은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아 다행인데.'


???라는 이름으로 내 핸드폰에 멋대로 깔아버린 수상한 어플.


이걸로라도 히나타 씨를 기억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이조노 사야카 -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키리기리 쿄코 -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어... '당신'이 누굴 뜻하는 거지?"


아니면 버근가. 뭐, 됐다. 밑으로....




세레스티아 루덴베르크 - 최근에 꿈이 생겼습니다.



'세레스... 새로운 취미라는 건 무슨 소리지?'


어플의 내용은 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뭐 어떤가. 난 히나타 씨를 기억하려고 이 어플을 킨 거였잖아.


히나타 씨가 없어도 씩씩하게, 혼자 잘 지내면 그만이야.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뭐 학교생활도 평범히 보내고 있으니....


..........

..........



"어머, 나에기! 안녕!"


마이조노....


"안녕, 나에기 군."


키리기리....


"안녕하세요. 나에기 군."


세레스....


"앗, 나에기다! 안녕!"


아사히나...


"저... 그... 오늘도... 잘 부탁...해...."


이쿠사바....



"우뿌뿌뿌뿌... 나에기는 인기 많네?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아주 뜨거워!"


"하하하... 무슨 소리야. 에노시마 씨."


...그리고 장난스럽게 내 머리 위 더듬이를 탁 치며 웃어제끼는 에노시마까지.


평소와 별 다를 거 없는 모습이다만, 얘들이 이렇게 출석률이 좋은 모습은 꽤나 흥미롭네.


원래 이렇게 반이 꽉 차는 느낌은 안 나는데....



평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조금 흥미가 생기기는 했지만 거기까지.


내 삶이 늘 그렇듯, 이 일본의 평범한 남고생 1과 별다른 모습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그냥 뭐, 할 거 없다 싶으면 키리기리나 마이조노 같은 여자애들이 내 자리로 찾아와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러 온다거나....


그러고보니까 학교에서 심심하게 있어본 적이 없구나, 웬만하면 여자애들이 모두 학교에 없진 않으니까.


보통 그래도 한 반에 말동무가 될 애들이 없던 적은 없으니 다행인건가.



그렇다고 여자애들하고만 친하게 지내는 건 아니다.


남자애들하고도 가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왜인지 내가 대화에 끼면


쿠와타나 오오와다가 조금 고깝다는 얼굴로



"야, 나에기. 이 기만자 새끼야!"


"뭣하러 우리같은 모솔들한테 오셨습니까, 예? 같이 지낼 여자애들이 차고 넘치면서! "


"무, 무슨 소리야! 오오와다 군! 내가 뭐 어쨌다고 그래..."


"지랄하지마! 마이조노, 키리기리, 아사히나, 이쿠사바... 이 반에만 같이 붙어다니는 애들이 몇이나 되는지 아냐!"


"그건 그냥 친구지...!"



글쎄 이렇다니까. 애들이 자꾸 나를 무슨 카사노바 같은 걸로 몰아간다.


뭐, 이것도 나름대로 남자애들끼리 노는 방식이려나.



"그래, 뭐... 그건 그렇고 나에기. 너 묘하게 반장하고도 좀 친해진 것 같다?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쿠와타가 물었다. 반장..이면 키리기리구나. 최근에 좀 친해지긴 했지.


"맞아. 오늘 너한테 들이대는 정도가 거의 마이조노급이던데?"


오오와다가 거들었다. 음... 마이조노가 대체 어땠다는 걸까?



"별 거 아니야. 그냥 최근에 같이 놀았어."


"그래? 뭐하고 놀았는데?"


갑자기 생각이 잘 안나네. 키리기리랑 더 친해진 계기가...


불량배를 만나다가 아주 살짝 상처입은 걸 치료해주겠다며 집에 초대했고 밥도 얻어먹었는데,


어쩌다가 시간이 늦어서 키리기리네 집에서 자고 갔었지 참.


너무 길게 말하면 애들이 지루해할 수 있으니까 짧게 말해야했다.



"응, 같이 잤어!"


"???"

"....???"

"?????"


어라, 이상하다.


쿠와타, 오오와다, 이시마루... 심지어 토가미까지. 모두 표정이 같아졌어.


왜 그러지?"


"야... 이 미친새끼야!"


"잤다고? 이런 또라이새끼!"


"갈! 우린 아직 학생으로써 지켜야할 풍기라는 것이 있거늘...!!!"



그러더니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는 거 있지. 얘들 왜 이래...


그리고 이상한 건 이게 끝이 아니다. 남자애들 말고도 여자애들까지....



"나, 나에기... 거짓말이지...?"


"으악, 깜짝이야! 너 어디서 나왔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서 내 앞에서 미친듯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이쿠사바나.



"우뿌뿌뿌뿌! 나에기, 너 진짜 재밌네. 우뿌뿌뿌!"


이유 모를 웃음을 짓는 에노시마까지....


그렇게 나도 모르는 이유로 반 분위기가 한바탕 난리가 나려고 할 때에...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나에기가 다쳤길래 우리 집에서 간호해주고 자고 가게 한 거야."


키리기리가 손에 든 책으로 가볍게 내 머리를 툭 치며 친구들의 오해를 정정해주었다.


음.... 근데 둘이 뭐가 다른 거지? 같은 뜻 아닌가.


아무튼 뭐. 키리기리의 카리스마 덕인가. 일순에 혼란은 멈추고,


키리기리는 잠깐 할 얘기가 있다며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를 데리고 복도 밖으로 나갔다.



"...방금 네 말은 오해받을 만했어. 뭐... 그렇게 오해받아도 난 상관 없지만."


"응? 무슨 오해?"



복도에서 나에게 뭔가를 설명하려고 하는 키리기리.


하지만 내 반응을 보더니 한숨을 푹 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 뭐... 이런 게 매력이지. 나에기 마코토 군?"



그러더니 뭔가 심통이 난 듯 내 머리에 난 바보털을 손으로 툭툭 몇 번 치더니,


이만 들어가보겠다며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흠, 뭐지 진짜...



이왕 복도에 나온 거, 다시 교실에 들어가기도 뭐하고...


'잠깐 산책한다는 느낌으로 주변이나 둘러보고 올까. 어차피 쉬는 시간이니.'



그렇게 자연스레 발걸음이 향한 곳은 '초고교급 프로그래머'의 연구교실.


그냥 걷다보니 나도 모르게 이곳으로 와버렸는데...


마침 여기는 또 내 친구가 있는 곳이다. 방금 애들도 친하지만, 뭐랄까. 마음으로 동하는 그런... 친한 친구 말이다.



"아, 나에기! 여기는 무슨 일이야?"



연구교실 안에는 후지사키가 정신없이 주변의 컴퓨터들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아마 뭐 프로그래밍을 하는 거 같은데... 정확히 뭔지는 잘 모른다.



"할 일 없어서 들러봤어. 후지사키는 뭐해?"


"아, 마침 잘됐다. 한번 봐줄래?"



그러더니 보여준 건, 얼터 에고 프로젝트.


후지사키는 입학때부터 이 프로젝트에 열중해왔는데, 벌써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모양이다.


얼터 에고 프로젝트란...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 지식을 습득해서 종국에는 독자적인 자아를 가지게 하는 초인공지능 프로젝트...


문자 뜻 그대로 또 다른 자신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미안, 역시 봐도 모르겠어."


"히잉, 그렇지? 아직은 그냥 코드 덩어리일 뿐이고.... 프로젝트는 막바지긴 하지만


아직은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그래도 아마 곧일거야. 나에기 군."


"그래, 꼭 봤으면 좋겠네. 그건 그렇고 후지사키. 오늘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음... 그건 아닌데."


"그럼 같이 산책이나 하는 거 어때? 계속 혼자 방에만 있으면 심심할 거아니야."


"...그럴까?"



.........

.........



"어라, 저거 봐라. 후지사키랑 나에기네."



서로 재잘재잘 떠들며 산책하고 있는 후지사키와 나에기.


쿠와타 레온은 교실 창문 너머로 그 광경을 꽤나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쟤들은 뭔가 맞는 게 없어보이는데 묘하게 사이가 좋더라. 뭐 이유라도 있나?"


옆에 앉아 있던 오오와다가 의문을 표했다.



"그건... 흠, 제가 한 마디 해도 되겠소이까?"


"뭔데?"


"그게... 두 사람 다. 뭔가 남자애지만 남자가 아닌 것 같은 그런 매력이 있지 않습니까?


뭔가 위험한 본능을 자극하게 하는 작고 가녀린 그런 느낌에 서로 이끌린 건 아닐지..."


"개소리 마라. 뭔 소리를 해도 참..."



야마다의 말을 그대로 무시해버리는 오오와다.


쿠와타도, 오오와다도, 야마다도.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로 취급하고 다시 각자 할 일로 돌아가려 했는데...




"야, 넌 왜 계속 쳐다보고 있냐?"


"어머, 그냥... 흥미가 생겼을 뿐이랍니다."


이상하게, 세레스티아 루덴베르크만이 두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런 생각 안 해봤는데.... 방금 세 사람의 얘기를 들으니...


뭔가 저 사람... 도박사의 본능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는 거 같은데....?'





세레스가 그렇게 생각하며 두 사람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도박사의 감이라고 해야 할까.


뭔가 저 사람을 손에 넣으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행운이 찾아올 것 같은 확신과도 같은 직감이 강하게 생겨났고.




'....내가 가져야겠어.'



그 직감에서 비롯된 탐욕이, 맹렬하게 용솟음치고 있었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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