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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문이 있는 작은 방.

저녁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14 04:25:50
조회 29744 추천 300 댓글 38
														

"으...."

깨질 듯한 두통에 잠에서 깼다.
진정될 때까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라, 왼손 엄지와 중지로 양쪽 눈가를 꾹 눌러 압박했다.
그러고 있으니, 귀에서 들리는 삐 소리가 점점 줄어들며, 두통도 가라앉았다.


어제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과 3차까지 술을 마셨다.

얼마나 취했는지, 도중에 혼자 바람을 쐬러 나간 시점에서 기억이 끊겨 있었다.

어떻게 집까지 기어 왔는지도 모르겠다.


내심 안전하게 귀가한 나 자신을 칭찬하며, 또 그렇게 술을 마시면 내가 사람이 아니라고 자책했다.

그만큼 숙취가 심했다.

이렇게 심한 적은 없었는데, 방금 두통을 견디는 동안 진지하게 구급차를 불러야 하나 고민했다.


나는 숨을 고르고 겨우 눈을 떴다.

방 안은 굉장히 어두컴컴했다.

술을 마신 것도 어젯밤인데 정말 하루를 날려버렸구나, 생각하며 물을 마시려 침대에서 일어났다.


'응?'


발을 바닥에 딛는 순간, 낯선 감촉과 함께 차가운 기운이 등을 타고 뒤통수를 통해 정수리를 찔렀다.

익숙하지 않은 감촉이었다.

군복무를 하며 꾸역꾸역 모은 돈으로 마련한 나만의 작은 방.

대학 졸업 파티를 했던 어제까지 총 3년의 세월을 맨발로 밟으며 돌아다닌 그 방의 바닥이 낯설게 느껴졌다.

술이 덜 깼나, 괜히 발바닥을 비비며 바닥의 감촉을 느끼는 동안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다.

점점 주변이 선명하게 보였다.

내 시야는 방금 일어난 침대에서 조금씩, 마치 안개가 걷히듯이 넓어졌고, 곧 벽에 가로막혔다.


"..."


그니까 나는, 내 눈이 사방을 가로막은 벽을 한 바퀴 둘러볼 때까지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어디...야 여긴...'


여기는 내 방이 아니었다.

침대가 하나 있는 작은 방.

내 방도 침대가 하나 있고 작다.

하지만 내 방이 아니었다.

벽은 전에 살던 아주머니가 발라 놓고 간 꽃무늬 벽지가 아닌, 시꺼먼 무언가로 발려져 있었다.

집주인이 옵션이라며 넣어준 흰색 옷장도, 그 앞에 펼쳐둔 팬티 몇 장 걸려있던 건조대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보니 침대 또한 내 침대가 아니었다.

가끔 공포 게임이나 영화에 나오는 폐쇄 병동의 헌 침대 같았다.

널브러진 이불에는 뭔지 모를 검붉은 얼룩이 잔뜩 묻어 있었다.


'납치? 납치당한 건가? 내가? 왜?'


섬뜩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하나의 가정을 세우면, 땀 한 방울이 볼을 타고 내려와 바닥으로 뚝 뚝 떨어졌다.

그 소리가 너무나 살벌해서 또 다른 생각을 불러왔다.

친구 집일 수도 있다는 안전한 생각도, 나를 둘러싼 방의 풍경이 싹을 잘라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나는 다시 몸을 돌려 꺼림칙한 이불을 들추고 침대 곳곳을 살폈다.

내 핸드폰은 보이지 않았다.


침대를 짚고 허리를 숙인 채로 숨만 쉬었다. 방 안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내 숨소리조차 강하게 틀어 놓은 선풍기 소리처럼 크게 들려서, 혹시 나를 납치한 누군가 들을까 최대한 호흡을 줄였다.

버티지 못한 손이 떨렸고, 이어서 두 다리가 떨렸다.

그때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서 이물감이 느껴져 천천히 손을 넣었다.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확인한 그것은, 쇠처럼 차가운 재질의 둥글고 끝이 울퉁불퉁한 무언가였다.


'열쇠?'


주머니에서 꺼낸 그것은 열쇠였다.

순간 내 시야에 스쳤던 무언가가 떠올랐다.


문.


여기는 문이 있는 작은 방.


재빨리 고개를 돌려 침대의 맞은편 벽을 확인했고, 그곳엔 확실히 문이 있었다.

멀리 보이는 손잡이에는 구멍이 있었는데, 어쩌면 이 열쇠가 저 문을 열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대체 왜 열쇠가 주머니에 있는지 알 수 없어 고민에 잠겼다.

일단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가서 보니, 확실히 손잡이에 열쇠가 들어갈 작은 균열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열쇠를 꽂으려고 손을 들었다가 간신히 멈추고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문에 귀를 대고 가만히 있었지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문틈으로 볼 수조차 없었다.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웠다.


일단 누군가가 나를 납치한 것이라면, 열쇠를 바지에 넣어줄 리가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 여기서?

모르겠다.

다시금 천천히 심한 두통이 머리를 감싸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열쇠와, 침대와 문을 번갈아 쳐다보며 고민하다 끝내 결심했다.


나는...


1. 이곳에서 가만히 기다리기로 했다.


2. 열쇠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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