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어쩌면 좋지..."
이오리의 발을 핥아 완전히 리타이어시키고 난 후, 지금 내 이미지는 변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부키는 대놓고 날 경멸하기 시작했고, 티는 안 냈지만 마코토도 어딘가 날 꺼림칙하게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그거 말고 방법이 생각이 안 났... 응? 저건 뭐야?"
난 당연히 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서 보이는 헛것이라고 생각했다.
웬 검은 승용차가 전속력으로 날 향해 달려오는 게, 썩 현실적인 광경은 아녔으니까.
"어... 아니 잠깐... 어어!?"
눈치챘을 땐 이미 그 차량이 내 코앞까지 왔을 때였고...
"우와악!"
완전히 겁먹은 나는 그 자리에 웅크리고 말았다.
아마 운전자가 절묘한 타이밍에 급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그대로 납작해지고 말았을 것이다...
"후우... 다행히 금방 도착했네요, 세나 부장.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어요."
"치나츠... 이 속도로 달리면 당연히 금방 도착합니다."
"우, 우웁... 나 속이..."
차에서 내린 세 소녀는 식은땀을 잔뜩 흘리고 있었다. 왠지 한 사람만 그 이유가 다른 것 같지만...
"아니, 그것보다도... 응급의학부? 여긴 무슨 일이야? 너흰 중립이라고 마코토가 그랬던 것 같은데..."
"아, 당신은 분명 마코토 의장이 맡겼던 응급환자... 보아하니 많이 회복되셨나 보네요, 다행이에요."
"그러고보니 치나츠가 신원불명의 환자를 맡았었죠, 그러니까 이름이..."
"아니, 그것보다도! 저기, 혹시 마코토 의장 못 봤어?"
겨우 멀미에서 벗어난 치아키가 내게 물었다. 표정을 보니 무척 다급한 일인 모양이었다.
"마코토라면 의장실 안에 있어. 근데 그건 왜..."
"비상사태야! 빨리 의장한테 알려야 돼! 너희도 따라와!"
"네, 치나츠는 잠시 대기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세나 부장."
"아니, 저기...!"
사정을 물을 틈도 없이, 두 사람은 정신없이 의장실로 향했다.
"... 느낌이 안 좋은데?"
난 지나치게 예리한 내 직감이 제발 틀리길 바랐다.
"그렇군, 그만한 군사력을 모아놓고 있었다고?"
"그래, 의장!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도 당할거야!"
"결단해야만 합니다, 마코토 의장. 응급의학부의 부장으로서, 더 이상의 분쟁은 원치 않으니까요."
"그래... 물론 알고있다."
치아키와 세나에게 보고를 받은 마코토는, 모자를 눌러쓴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응급의학부. 현 게헨나 내전에서 발생하는 부상자들을 수용함과 동시에, 만마전과 선도부 간 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중립 세력.
그런 세력의 리더인 히무로 세나가 직접 만마전에 찾아왔다. 그만큼 이 사안이 중요하다는 것이리라.
"저희 측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선도부는 이틀 후 07시 만마전을 향해 대규모 침공을 강행할 예정입니다. 치아키 씨의 정보도 있으니, 아마 확실하겠죠. 여차하면 우리 응급의학부 측에서도 대응을..."
"그만하면 됐다, 돌아가도록. 계속 여기 있으면, 중립 세력인 그쪽의 입지가 위태로워지니. 그리고 치아키."
"응, 마코토 의장!"
"현재 게릴라 활동 중인 각 반군 세력에 소집 명령을 전달하도록. 이건 전면전이 될 테니까."
"응, 그럼!"
"... 네, 그만 들어가보겠습니다. 안녕히."
두 사람이 의장실에서 나가자, 마코토는 모자를 벗고 생각에 잠겼다.
"응급의학부가 미리 정보를 알고 움직였다... 정보가 새나갔다는 건가? 하지만 왜?"
정보부 소속이었던 소라사키 히나가 그런 기초적인 실수를 할 리가 없었다. 부하 입단속을 똑바로 못한걸까? 아니면...
"뭐, 고민해봤자 의미 없나... 제발 늦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래서, 치아키를 놓쳤다고?"
"뭐, 그렇게 된거지."
비슷한 시각, 선도부실에서는 히나가 온천개발부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리 좋지 않은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보고하는 부장 키누가와 카스미의 표정은 밝았다. 보고를 받은 히나 역시 특별히 안색이 바뀌진 않았다.
"... 이번엔 무슨 꿍꿍이지, 키누가와 카스미?"
"으응? 그게 무슨 말이려나?"
"응급의학부가 직접 움직였다. 분쟁 지역이 아니면 절대 개입하지 않는 그녀들이 말야. 사전에 정보를 알지 못했다면, 거기 나타날 일도 없었겠지."
히나는 카스미를 노려보며 말했지만, 카스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누군가 고의로 정보를 흘렸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지 않겠어? 예를 들면, 우리 동업자이신 온천개발부라던가... 안 그래?"
"오호라, 그거 흥미로운 추리로군!"
카스미의 능청스런 대답이 마음에 안 든다는듯, 히나는 눈을 질끈 감고 얼마 안 남은 커피를 들이마셨다.
"야망이 있는 건 칭찬해주지, 키누가와 카스미. 하지만 명심해."
쨍! 일부러 커피잔을 요란하게 내려놓은 히나는, 지금껏 들려준 적 없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난, 널 결코 신뢰하지 않아. 네가 우위에 서는 순간, 이 동업 관계는 끝날 테니까."
"흐음... 이거 우연이군, 히나 부장. 사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거든. 치세엔 능신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난세니까 말야."
말투는 능글맞았지만, 카스미는 웃고 있지 않았다.
"부장! 슬슬 끝났어? 어서 가자, 다들 기다리고 있어!"
"아아, 금방 가지. 그럼 바이바이~!"
"... 후우..."
카스미가 선도부실을 나서자 한숨을 내쉰 히나는, 텅 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지금은 온천개발부의 협력이 필요해 놔두고 있지만, 온천개발부장 카스미는 분명 위험한 상대였다.
이 싸움이 끝나면, 반드시 처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전에는, 이용할만큼 이용해야만 했다. 그것이 전쟁이니까.
"아코... 아코, 거기 있어?"
"네, 여기 있습니다, 부장님."
머리를 짚은 채 아코를 호출하니, 어느샌가 그녀가 선도부장실에 들어와 있었다.
늘 있는 일이었기에, 히나는 놀라지도 않았다.
"만마전 침공 계획을 앞당길거야. 아무래도 정보가 샌 것 같거든. 무리한 요구지만, 따라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부장님. 수석행정관은 모든 것을 대비하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아코가, 히나의 눈에는 누구보다 믿음직했다.
이 전쟁에서, 사실상 히나가 유일하게 신뢰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으리라.
"그래, 아코. 혹시 이미 계획이 있다면 브리핑을 부탁해도 되겠어? 빠를수록 좋으니까."
"네, 분부대로."
그렇게 두 사람은, 만마전 침공 작전에 대한 회의를 시작했다.
한편, 내전으로 인해 반쯤 폐허가 된 게헨나 상업구역에서 네 명의 소녀가 걷고 있었다.
"오늘은 감자를 많이 살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우와, 신난다! 있지, 이걸로 감자튀김을 잔뜩 만들어서 민트소스를 찍어먹는 건 어떨까?"
"아니, 감튀에 민트는!... 왜 괜찮을 것 같지?"
"기름진 음식에 상큼한 소스는 궁합이 제법 괜찮죠. 항상 느끼지만, 이즈미 씨는 미식에 대한 감각이 꽤 뛰어나다니까요?"
급양부의 식재료 담당 우시마키 주리는, 미식연구부의 부원들과 함께 저녁거리를 구해 복귀하는 길이었다.
오랜만의 푸짐한 식사를 기대하며 급양부 트럭에 짐을 싣던 네 사람은, 갑작스레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어? 뭐야, 지진?"
"아뇨, 이건 뭔가 커다란 게 움직이는 듯한..."
"엥? 하지만 이 근처 선도부는 어느 정도 정리되지 않았어? 대체 왜?"
"어머? 일단 엎드리는 게 좋겠는데요?"
아카리의 제안에 따라 일단 차를 등지고 숨은 그녀들은, 곧 멀리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차량들을 보았다.
"저건... 선도부 차량이네요?"
"저만한 수를 끌고 움직인다고? 왜?"
"느낌이 안 좋은데..."
"... 어서 복귀하죠. 느낌이 좋지 않아요. 후우카 선배도 걱정되고..."
선도부의 행렬이 지나간 후, 재빨리 트럭에 올라탄 그녀들은 난민 보호소로 향해 액셀을 밟았다.
"... 미식연구부 측에서 눈치챈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뒤쫓아가서 처리해. 계획이 세어나가면 안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녀들은 선도부에게 뒤를 밟히고 말았다.
"병력 지원은 아직인가?"
"응, 의장. 각 세력에 전달하긴 했지만, 합류하려면 시간이 걸리나봐."
"그렇군... 캠프에서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장시켰겠지? 일단 그걸로라도 대비해야 해... 치잇!"
마코토는 굉장히 초조해하고 있었다. 선도부가 빠른 시일 내에 이곳에 올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곳은 어렵게 되찾은 만마전의 주요 거점이다... 빼앗길 수는..."
엄지손톱을 깨물던 마코토는, 곧 창밖에서 한 트럭이 요란하게 급제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응? 저 트럭은 급양부의... 벌써 복귀했나?"
마코토와 치아키는 직접 밖으로 나가 그들을 맞이했다.
"다들 오랜만이군. 고생했을텐데..."
"그런 여유로운 소리할 때가 아니에요! 후우카 선배는요? 빨리 캠프의 사람들을 피난시켜야...!"
"어, 어이 잠깐! 왜 이리 횡설수설해?"
식재료를 구해온 그녀들의 노고를 치하하려 했건만, 그녀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설마... 선도부가 움직인건가?"
"어머, 이미 알고 있었나보네요? 그럼 어서 준비를...!"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제기랄! 늦었나!"
"뭐해! 어차피 늦었다면 시간이라도 벌어야지! 갈겨!"
급양부 트럭을 미행했던 정찰조가 만마전의 의장과 미식연이 접선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음? 잠깐, 모두 엎드려라!"
그들은 급양부의 가스 설비를 향해 기관총을 연발하였기 때문이다.
"어? 잠깐!"
머지않아 급양부 트럭은, 요란한 폭발과 함께 근처에 있던 사람들을 휩쓸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 폭음은 캠프에까지 전해졌다.
"뭐야? 방금 뭐 터지는 소리 안 났어?"
[선생님, 비상사태입니다. 현재 다수의 생체 반응이 캠프를 감싸듯이 진격하고 있습니다!]
"잠깐, 그 얘기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캠프 곳곳에서 총탄이 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탈출해야 합니다, 선생님!]
"어, 응! 일단 나가자!"
내가 빠져나오는 순간, 어떤 폭발물에 의해 아까 전까지 있던 천막이 그대로 터져버리고 말았다.
"우왁! 아야야... 괜찮니, 아로나?"
[저는 괜찮습니다만... 이 상황은 심각하군요.]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니,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난민들 중 싸울 수 있는 학생들이 자신의 총기를 들고 맞섰지만, 진격해오는 선도부 역시 만만치 않았다.
"면상에 한 방씩 박아버려! 더 이상 못 들어오게 막아!"
"당황하지 마라! 그래봤자 난민들일 뿐이다! 전부 쏴버려!"
학생들이 서로 죽일 기세로 싸우고 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런 나를 일깨운 것은,
"뭐해요, 선생님! 당신도 빨리 도망치세요!"
"이부키?"
비전투 인원들을 대피시키고 있던 이부키였다.
"이부키, 뭐하는거야! 여긴 지금 위험해, 너도 어서 도망을... 쿨럭쿨럭! 먼지가...!"
"남말할 처지예요! 저쪽으로 뛰면 이로하 선배가 전차로 퇴로를 뚫고 있을거예요! 빨리 뒤따라가시라구요!"
이부키가 내 손을 잡고 일으켜준 덕분에, 난 겨우 다시 일어섰다.
하지만, 이대로 도망칠 수는 없었다.
"이부키는 착한 아이구나... 그러니까 부탁할게! 남은 사람들을 대피시켜줘!"
"잠깐, 선생님! 그쪽은 퇴로가 아니라!"
이부키가 말렸지만, 난 아랑곳않고 만마전 건물이 있는 곳으로 뛰었다.
아까 전의 폭발이 정말로 만마전에서 일어난 거라면, 마코토가 위험하다...!
"자, 잠시만요! 에이, 진짜!"
못 본 척할 수는 없었던 이부키는, 그대로 나를 뒤쫓아 뛰었다.
"으, 으윽... 허억! 어떻게 된거지, 다들 괜찮나!"
겨우 정신을 차린 마코토는, 같이 폭발에 휘말린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마코토 의장!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그런 그녀를 보며, 치아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만 폭발로 인해 머리에 피가 나고 있는 그녀는, 딱히 누굴 걱정할 처지는 못 되었다.
"치아키! 다른 사람들은?"
"의장이 보호해준 덕분에 일단은 무사해. 지금쯤이면 캠프 쪽에서 교전 중일거야."
"그렇군... 그나저나."
마코토는 뒤를 돌아봤다. 거기엔 연기가 새어나오고 벽이 무너진 만마전 건물이 보였다.
그리고... 직접 부하들을 데리고 건물 내부로 침투하는 선도부장 소라사키 히나도 보였다.
"으... 으으윽...!"
"잠깐, 의장! 그 몸 상태로 어딜 가려는거야! 빨리 대피를!"
치아키가 말렸지만, 마코토는 아까 트럭을 터뜨린 정찰조의 차량으로 향했다.
이미 교전 지역으로 향한 것인지, 차 안은 비어있었다.
"선도부장을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차에 시동을 건 마코토는, 곧바로 불타는 만마전으로 달렸다.
"응? 야, 저거 우리 차량 아냐?"
"이상하다, 아직 합류 못한 녀석이 있었... 우왓!"
차를 끌고와 선도부 병력 몇 명을 받아버린 마코토는, 그대로 차에서 내리며 도약했다.
"뭐야, 의장 녀석이 왜... 크헉!"
"젠장, 당장 쏴! 당장!"
높게 뛰어오르며 적 병력을 더 침묵시킨 마코토는, 그대로 착지해서 추격자들을 향해 탄환을 먹였다.
"이 정도면 됐나... 그렇다면!"
탄을 다 써버리긴 했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총을 버리고 다시 만마전 건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엔, 의장실 내부로 들어가려는 소라사키 히나가 있었다.
발걸음 소리를 들은 그녀가 뒤돌아선 순간, 두 세력의 리더는 눈이 마주쳤다.
"마코토...!"
"한 사람은 일어서고, 한 사람은 쓰러질거다."
"왜 네 목숨을 그렇게 무모하게 버리려는 거지?"
"그건 너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다, 소라사키 히나."
"아니! 너 따윈 맨손으로 부숴버릴 수 있어!"
마코토를 향해 빠르게 날아온 히나는, 그대로 마코토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마코토 역시, 자기 품으로 날아온 히나를 붙잡고 벽에 집어던졌다.
"커헉! 이게...!"
쓰러진 히나는 주변에 떨어져 있던 건물의 잔해를 주워, 마코토의 옆구리에 처박았다.
"크윽...!"
갑작스런 통증에 마코토가 주춤한 사이, 히나는 그녀의 무자비한 파괴자로 마코토를 겨눴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이를 겨우 피한 마코토는, 다시 히나에게 접근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혼신의 일격은 히나를 다시 벽에 쓰러트리기 충분했다.
"이대로는...!"
충격으로 총기를 떨어트렸기에 쓸만한 무장을 찾던 히나는, 누군가가 떨어뜨린 군용 나이프를 찾았다. 자신의 병사가 떨어뜨린 건가? 그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에에잇!"
옆구리에 박힌 잔해를 빼느라 무방비했던 마코토였기에, 부상을 입은 자리에 이어지는 히나의 참격을 피할 수 없었다.
"커헉! 이렇게까지 한다는 거냐...!"
옆구리에서 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마코토. 이건 기회였다.
다시 한 번 날아오른 히나는 나이프로 마코토의 머리를 찍으려 했지만,
"같은 수법에... 두 번 당하진 않아!"
"컥!"
마코토는 강하하는 히나의 턱을 쳐올려 반격했다.
"이대로 끝을!"
쓰러진 히나를 덮친 마코토는, 서로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다.
"이대로 지지 않아! 네 눈을 뽑아버리겠어...!"
히나는 끝까지 저항했지만, 두 사람의 체격 차이가 많이 나는 이상 승부는 뻔했다.
그대로 히나를 제압한 마코토는, 히나의 기관총을 주워 그녀에게 겨눴다.
"아로나! 여기 맞지!"
[네, 선생님. 여기서 마코토 의장과 히나 부장의 생체 반응이 감지됩니다.]
"헉, 허억... 선생님, 대체 왜 멋대로 행동하시는... 잠깐, 저건!"
"아... 안돼! 그만둬, 하누마 마코토! 자비를 베풀어줘! 이렇게 빌게!"
도착한 그곳에서는, 상처투성이인 몸으로 엎드린 채 비는 히나가 있었다.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그동안 무자비하게 게헨나를 파괴한 네가? 좀 더 고집있는 녀석일줄 알았는데 실망이군."
마코토는 히나의 기관총을 든 채 견제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보지 못했다.
잔해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군용 나이프가 있다는 사실을.
"설마!"
보아하니 마코토는 옆구리에 부상을 크게 입은 모양이었다. 저기에 나이프를 던져 빈틈을 만들고 반격하려는 건가?
불가능할 것도 없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히나라면, 그 정도의 투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마코토 의장님! 피해요!"
"이부키! 멈춰!"
말릴 틈도 없이, 이부키는 히나에게 엉겨붙었다.
"저리 비켜라, 이부키!"
그녀는 마코토를 도우려고 한 일이었지만, 그것이 결국 최악의 결과를 초래함을 누가 예상했을까.
"흥, 고맙다. 만마전의 꼬마."
"컥, 커억...!"
한쪽 팔로 이부키의 목을 조른 히나는, 나이프를 마코토의 부상입은 옆구리에 집어던졌다.
"커헉, 끄윽...!"
격통에 쓰러지는 마코토를 향해 질주한 히나는, 자신의 무장을 탈환하여 영거리 사격을 가했다.
"쓰러져라! 쓰러져!"
절망적이었다. 마코토는 더 이상 움직일 기력이 남지 않은듯했다.
"그래... 이 순간을 영원히 기다렸어. 전부 끝이야, 마코토 의장."
히나는 마무리 일격을 가하기 위해 접근했다. 그러나 그 순간,
"아니... 끝나는 건 없다, 소라사키 히나!"
마지막 힘을 짜낸 마코토가 히나의 멱살을 잡고 무너진 벽 밖으로 그녀를 집어던졌다.
"어, 어? 끄아악!!!"
히나는 그렇게 건물 밖으로 자유낙하했다.
"콜록콜록!... 아, 의장님... 마코토 의장님...!"
겨우 의식을 차린 이부키는 마코토를 향해 뛰어갔다. 척 보기에도 심각한 상태였다.
"의... 장님... 용서해주세요, 전..."
의식을 잃은 마코토를 붙잡고, 이부키는 울고 있었다.
"크, 크으윽... 마코토...!"
그리고 만신창이가 된 것은, 히나도 마찬가지였다.
"저, 저건...!"
"부장이 당했다!"
"이럴 수가... 모두 철수해!"
히나의 패배는 곧 최대 전력의 상실임을 알고 있는 선도부였기에, 그들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부, 부장님!"
"아코, 아코... 거기 있어...? 제발 버리지 말아줘..."
"... 네, 명을 받들겠습니다."
현장에 나와 전장을 지휘하던 선임행정관도, 결국 히나를 업고 탈출해야만 했다.
양 세력은 그렇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패배하고 말았다.
"있잖아, 부장."
"으음? 왜 그러지, 메구?"
한편, 언제나와 같이 온천 개발에 열중하던 카스미는 메구의 부름에 뒤를 돌아봤다.
"우리 진짜 이러고 있어도 돼? 아까 히나 부장이 차를 엄~청 많이 끌고 가던데, 도와줘야 되는 거 아냐?"
"그럴리가! 히나 부장은 자존심이 세거든, 어설프게 도와주면 싫어할걸?"
"흐음... 역시 그렇지? 부장 판단은 틀린 적이 없으니까, 나도 믿을게!"
그렇게 대답한 메구는, 다시 폭약을 들고 현장으로 향했다.
"아, 폭약은 아껴써, 메구! 나중에 필요할 것 같거든."
카스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거대한 두 세력 간의 싸움으로, 초연이 가득한 하늘을.
"그래... 곧 말야."
간웅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
소설 쓸 시간이 안 나서 이제야 4화가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래서 완결 언제 내나 싶기도 하고...
아 그리고 소설 내용이 어딘가 익숙하다는 댓글이 있었는데,
제가 장편 쓸땐 좋아하는 것들 이것저것 섞어써서 그렇습니다.
아무튼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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