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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눈을 떠보니 내가 히나 씨?! #4

ㅇㅇ(211.200) 2019.12.15 00:03:31
조회 1835 추천 49 댓글 27


1화 : https://gall.dcinside.com/m/weatherbaby/199126

2화 : https://gall.dcinside.com/m/weatherbaby/200306

3화 : https://gall.dcinside.com/m/weatherbaby/200322


다시 맑음 소녀가 돼야 하는 거야? 전편 링크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 전편 링크

히나 씨와 함께 한국 여행을!!! 전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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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에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소리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나는 그런 말 안 해!


“기분 나빠, 최악!”


나는 눈물을 머금은 채로 녀석의 뺨을 손바닥으로 후렸다. 아니, 후리려고 했다.


하지만 턱도 없는 발악이었다.


“아……!”


빙의영령은 여유롭게 내 손목을 붙잡고 저지했다. 운동신경의 차이가 너무 극심하다.


곧이어 무시무시한 악력이 손목을 조여오기 시작한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으, 으으으으윽!”


“참 연약한 신체로군요. 이래서야 나무젓가락은 부러뜨릴 수 있나요?”


“이거 놔! 아파!


아무래도 제가 평생 옆에서 지켜드려야겠군요.


“놓으라니까!”


“소원대로 놓아드릴 테니 경고 하나만 하겠습니다.”


녀석이 손을 풀자 프레스기에 눌리는 것만 같던 고통은 끝이 났다.


그러나 뒤이은 한 마디가 그보다 더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다시는 여기에 얼씬도 하지 마세요.”


“뭐?


“제 눈앞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알겠습니까?


“호, 호다카, 어째서? 그새 내가 싫어졌어?”


“크흣, 크흐흐흐흣.”


“헉!”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바들바들 떨었다.


또다시 내 의지와 관계없는 말이 마구 튀어나온다.


방금 솟아오른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절망.


마치 남자친구한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여자의 마음처럼.


안 되겠어, 녀석의 곁에 있으면 히나 씨로 변해가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모양이다.


“에잇!”


나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고 학교 정문 쪽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원래 몸보다 좁은 보폭과 떨어진 체력 때문에 너무 느리고 답답하다. 녀석이 마음만 먹으면 금세 따라잡힐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빙의영령은 내 뒤를 쫓지 않았다. 발소리도 안 들리는 걸로 봐서 그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듯하다.


주변의 눈치를 보는 건지, 아니면 그저 나를 조롱하려는 건지.





“다녀왔습니다~”


하늘의 주인이 바뀌는 시간, 한가을의 늦저녁.


나기 선배는 좁디좁은 2DK 원룸의 문을 열고 들어오며 귀가 인사를 했다.


예전보다 힘들어진 학업 때문에 피곤에 찌든 표정이다. 물론 나보다는 사정이 낫겠지만.


“누, 누나?”


선배는 가방을 벗어던지고 나한테 달려왔다.


나는 바닥에 드러누워 열병에 걸린 환자처럼 숨을 쌕쌕거리고 있었다.


땀에 절은 파카와 숏팬츠에서 쉰내가 날 지경이었지만 목욕할 기운조차 없었다.


비참하다.


“왜 그래, 누나? 어디 아파?”


“괜찮아, 나기.”


나는 없는 힘을 쥐어짜내서 말했다.


“누나 좀 피곤해서 그래…….”


“어디 운동이라도 갔다 왔어?”


“아니, 그냥 잠깐…….”


체력 문제는 아니다. 뛰어오느라 힘들었던 건 맞지만 이미 몇 시간동안 쉬면서 거의 회복했다.


문제는 정신력.


녀석한테 접근 못하면 이 사태를 돌이킬 방법을 영영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녀석한테 접근을 하면 히나 씨로 변해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진퇴양난이다. 이걸 어떻게 해?


“누나, 내일 병원 가자.”


“나, 나기?!”


“이젠 그냥 못 봐!”


갑자기 선배가 허리 양쪽에 손을 얹고 목에 힘을 주었다.


“참고, 참고, 또 참고 사니까 이런 일이 터지잖아! 누나는 매일 그래!”


“…….”


죄책감이 가슴을 옮아매기 시작한다.


나, 선배까지 화나게 한 거야?


진짜 히나 씨라면 이런 소리 안 들었을 텐데, 괜히 나 때문에…….


“알겠어, 나기. 누나 걱정해줘서 고마워.”


나는 간신히 상체만 일으켜서 바닥에 무릎 꿇고 앉은 선배를 껴안았다.


따뜻한 온기가 지친 마음을 덥혀주었다.


“이제 누나답게 행동할게.”


“누나…….”


단순히 선배를 안심시키려고 한 말이지만, 오히려 내 마음이 편해졌다.


괜찮아.


이대로 정신만 잘 붙잡고 있으면 내 자신을 잃어버리진 않을 거야.


게다가 아직 이틀이나 남아있으니까.





뚜르르르― 뚜르르르―


무미건조한 진동 알람이 새 아침을 알렸다.


나는 비몽사몽 속을 헤매는 와중에 정지 버튼을 누르고 하품을 크게 했다.


“흐아아아암…….”


피곤해. 어제 너무 뛰었나?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나기는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30분 뒤에 등교해야할 텐데 너무 태평하다.


뭐, 어때? 한창 클 때인데.


나는 욕실에 들어가서 세면을 하고 머리를 감았다. 향긋한 비누향이 코를 간질이자 개운한 느낌이 든다.


“하~ 좋아.”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린 후, 밴드를 찾아 머리를 양 갈래로 묶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해온 쿠루링파 트윈테일. 앞으로 몇 년이나 할 수 있을까?


“응?”


콧노래를 부르면서 머리를 묶다가 순간 멈칫했다.


뭔가 이상해.


지금까지 이런 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


손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데 머릿속을 채워가는 이 어색함은 뭐지?


“누나아아아!”


“응?”


나기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와 욕실 문을 벌컥 열었다.


“왜 안 깨웠어?!”


“너무 곤히 자는 거 같아서.”


“으아아악! 지각이다, 지각!”


나기는 세면대에서 나를 밀치고 찬물에 머리를 대충 헹구는 걸로 세면을 끝냈다.


아니, 이렇게 당황할 줄은 나도 몰랐지.


“얼레?”


그런데 수건으로 머리를 벅벅 닦던 나기는 나를 보고 눈에 휘둥그레졌다.


“오늘은 웬일로 머리 제대로 했네?”


“머리?”


“응, 어제는 생머리였잖아. 누나가 스타일 바꾸는가 싶었지.”


어, 그랬나?


기억을 더듬어보니 어제 그 빙의영령 녀석을 찾아갈 때는 머리를 전부 풀었던 것 같다.


왜지? 나는 원래 양 갈래 머리인데.




나기는 식빵을 입에 문 채 허겁지겁 등굣길에 올랐다.


졸지에 적막한 원룸 한가운데서 또 혼자가 되고 말았다.


“이제 어떡하지?”


또다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나기는 믿질 않고, 스가 씨는 일에 치이느라 정신이 없고, 나츠미 씨도 손발이 묶여있다니.


이제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


그렇게 홀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 한 통이 왔다.


영 반갑지가 않다. 그 녀석이다.


“염치없긴, 무슨 용건으로 전화했니?! 또 만나면 용서 안 할 거야!”


나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으르렁댔다.


그러자 빙의영령 녀석은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큭큭대기 시작했다.


「하룻밤 새에 말투가 많이 귀여워지셨네요.」


“귀여워?! 내(私=와타시)가?”


「어이쿠, 어제까지만 해도 나(俺=오레)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무슨 소리야? 그렇게 거친 말을 여자가 어떻게 쓰니?”


「네, 네, 좋습니다.」


대놓고 나를 놀리는 태도다. 귀신 주제에 뚜껑 열리게 만들기는.


「다름이 아니라, 어제 기숙사로 찾아오신 거 말입니다. 왜 오셨죠? 제가 보고 싶으셨나요?」


“그건……!”


나는 악에 받쳐서 소리를 치려던 순간, 머릿속이 다시 새하얘졌다.


어제 왜 갔더라?


당황해서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삐죽 내밀고 대꾸했다.


“내, 내가 왜 가르쳐줘야 해?”


「뻔할 뻔자죠. 저에 대해서 취재한 내용을 메모한 노트, 이거 찾으러 오셨죠?」


“아, 맞다.”


「아, 맞다?」


나는 아차 싶어서 입을 가리다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면 지는 거다.


“그, 그래! 그거 맞아! 어차피 보여줄 생각도 없으면서! 약 올리려고 하는 거니?”


「보여드릴 수는 있습니다.」


“뭐?!”


그 말에는 어지간한 나도 놀란 기색을 감추기 힘들었다.


꿍꿍이가 있다는 걸 짐작하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렸다.


“고, 공짜는 아니겠지?”


「물론이죠. 다만 그리 비싼 값은 아닐 거예요.」


“원하는 게 뭐야?”


「오늘 일 안 나가시죠? 마침 저도 공강이더군요.」


곧이어 불안한 예감은 그대로 적중했다.


「저랑 데이트해주세요.」


“뭐?!”


「저희 대학 근처의 테마파크에서. 어때요? 딱 여섯 시간만이요. 그러면 노트를 드리겠습니다.」


“…….”


데이트? 데이트?! 나 자신이랑 데이트?


말도 안 돼, 역겨워! 반사적으로 소름이 쫙 돋으면서 구역질이 난다.


하지만,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스가 씨한테 가서 울고불고 사정해봐야 씨알도 안 먹힐 게 뻔하다.


게다가 그 잡지가 출간되려면 앞으로 며칠은 기다려야 할 텐데, 그러면 골든타임이 전부 흘러버린다.


앞으로 이틀 후면 나는 완전히 히나 씨가 돼버리니까.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는 이것.


“알겠어.”


나는 굴욕감을 억누르고 대답했다.


“지금 나갈까?”


「네, 그럼 입구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예쁘게 차려입고 와주세요, 후훗.」


“……최악.”


나는 이를 북북 갈면서 통화를 끊었다.


녀석의 기분 나쁜 조소가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듯하다.


“데이트, 데이트인가……. 흐흥, 그렇다면 비장의 무기가 있지!”


나는 잠옷과 속옷을 전부 벗어던지고는 옷장을 뒤져서 지난달에 구매한 의상들을 꺼냈다.


하늘하늘한 레이스가 달린 연분홍 속옷과 가슴 쪽이 움푹 팬 흰색 원피스.


몰래 숨겨놓은 패드까지 넣으면 섹시하게 가슴골도 보이겠지? 호다카도 분명히 좋아할 거야!


“……잠깐.”


나는 절로 떠오른 미소를 지우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자기 자신이 혐오스럽고 두렵다.


나, 방금 뭘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했지?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


나는 손바닥으로 볼을 두드리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호다카.


내 이름은 모리시마 호다카!


중학생 2학년 때 엄마를 잃고 나기랑 단둘이 이 원룸에서 살아온 소녀!


하룻밤이 지났지만 아직 내 기억은 멀쩡해! 녀석의 수작엔 넘어가지 않아.


히나 씨를 반드시 구하고 말겠어!


나는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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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표지 일러스트 후원 수금 생각보다 너무 잘 돼서 놀랐습니다.


제 소설 사랑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작품은 히나 성격 못지않은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갤화력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팬픽 쓰는 분들한테 댓글 많이많이 달아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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