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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스프와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パンとスープとネコ日和>

유지군(49.170) 2021.11.07 15:53:41
조회 453 추천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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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観照)의 태도를 매우 선호한다. 또한 그러한 정경(情景)을 몹시 좋아한다. 하면 관조의 정경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小生의 대답은 이러하다.

맑은 밤하늘에 은은히 빛을 발하는 둥근 달의 각별한 모양새라고,


사실 어지간히 뒤틀린 인간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잔잔한 달빛을 보면서 증오나 격정 따위로 마음이 끓어오르진 않을 테다. <관조>라는 낱말을 사용할 땐 언제나 달빛과 그것을 바라보는 정경을 떠올리게 되는 까닭이다. 덧붙여 상상해 본다. 관조의 시선이 구현된 사람들이 많은 공동체의 풍경을. 과연 <그곳>에서도 자신의 욕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웃을 비방, 거짓과 날조로 사익(私益)을 탐닉하는 작태가 구성원들에게 받아들여질까.


절대로 그럴 수 없을 테다. 조화가 발현된 공동체는 이 점을 용납하지 않는다. 계급투쟁이란 격정을 동력으로 삼는 집단들이 <그곳>에서 활개 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솔직히 말하면 小生観照의 태도를 체화(体化)시키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부족하기 짝이 없다. 다만, 그 점을 자각하고 있기에 나름 애쓸 따름이다.

그래서 인간 유형에 대해서도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하다.


타자를 배려하지 않고, 공동체의 조화를 껌처럼 가벼이 씹어대는 인간들을 추악하게 평가한다. 의당 공사(公私)를 엄격히 구별해, 표독한 자기중심적 잡배들은 프라이버시 공간에선 일절 들이지 않는다.

일단 생리적으로도 맞지 않아, 그것들을 보면 역겹기 짝이 없다. 부자이든, 빈자이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한국인이든, 日本人이든 축생(畜生)보다 못한 것들과는 엮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 판단, 지금껏 노력해 오고 있다.(畜生들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할 뿐, 저 추악한 잡배들처럼 탐욕을 부리진 않는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정치판의 행태를 평가하는 잣대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어마어마한 스캔들에도 아랑곳없이 후안무치하게도 오히려 정의를 부르짖는 정치인이나 거기에 열광하는 지지자들을 보면 차라리 분노보다는 환멸(幻滅)을 느껴 버린다. 구역질도 날 것 같아 시선을 돌려버리기 일쑤이다.

그야말로 환멸의 비애(幻滅悲哀)를 속절없이 맛볼 수밖에 없겠다.


이러한 반응은 관조의 태도가 층층이 구현되어 있을수록 확연히 드러날 테다. 관조란 격정 혹은 냉담한 태도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관조는 사물에 대한 섬세하고 엄정한 관찰의 몸가짐을 뜻한다.

그래서 고요하면서도 해맑은 감성을 고즈넉이 유지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小生이 참 좋아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선생의 모습이 관조의 시선을 체현시킨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선생이 <平成徒歩日記>에서 사쿠라다 문밖의 변(桜田門外)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피력했다.한국에는 <에도 산책>이란 재목으로 북스피어에서 2013년에 번역, 출간했다.


<이이 나오스케(井伊直弼) 다이로(大老)의 암살은 글자 그대로 에도 막부의 숨통을 끊는 사건이었고, 이 사변 이후로 막부는 언덕길을 굴러 떨어지듯이 와해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이 짧은 거리에서 목숨을 빼앗긴 이이 다이로는 다른 누구도 아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려는 역사자체에 죽임을 당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이 나오스케에게 이때 사쿠라다몬까지의 거리는 터무니없이 멀었던 것입니다.>


桜田門外에 대한 평가가 이토록 엄정하면서도 섬세한 것은 선생이 얼마나 관조의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방증(傍証)이 되고도 남겠다.


각설하고, 환멸의 행각이 난무하는 현장 따위를 보고 있노라면, 욕망을 앞세운 자기중심적 잡배가 아니고선 누구라도 역한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기 마련일 테다. 그리하여 메슥메슥해진다면, <관조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은 드라마>를 보는 것도 치유에 있어서 하나의 방편이 될 수도 있을 듯싶다.

대중예술의 효능을 톡톡히 빌리는 셈이다.


하여 소개한다.

바로 <빵과 스프와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パンとスープとネコ日和>이다.

제목에서도 쉽게 유추될 수 있을 듯한데, 이 작품에는 추악하기 짝이 없는 잡배들이 얼씬도 하지 못하게끔 고즈넉한 풍경이 선연히 구현되어 있다.


내러티브도 심플하다. 출판사 편집자 아키코(アキコ)는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가 돌연 세상을 떠난 후, 직장을 그만둔다. 그리고 유산처럼 남긴 식당을 새롭게 개조, 자신만의 특기를 살려 샌드위치와 스프를 메인으로 삼아 개점한다. 여기에 드나드는 손님들과의 다정다감(多情多感)한 교류, 그것이 전부다. 강렬한 갈등도 첨예한 격정도 단연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머니의 친구를 통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어,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동생이 현재 승려로서 머물고 있는 사찰을 찾아가는 시퀀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떠한 동요도 보이지 않는 관조의 태도가 현현, 사찰의 풍경 속으로 두 사람은 그저 선연히 녹아들어가 있을 정도이다. 궁극의 조화로운 정경이 아닐 수 없다.


마음이 편해지는 정원(庭園) 풍경이네요.”

, 누구나 감탄할 정도로 정원을 완벽하게 가꾸면, 편안하게 해 줘야 될 식물이나 흙이 자연스러움을 잃고, 그곳에 사는 주인이나 찾아오는 손님들을 오히려 지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지쳤다고 느낄 때 이곳에 오셔서 편안한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정원을 보면서 교감한다.

당연히 카메라 앵글도 불필요한 클로즈업 숏(closeup shot)을 남발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풍경의 일환으로 두 사람에게 앵글의 각도를 맞춘다.


더 나아가 극 전체에서도 인물을 부각시키지 않는 대신, 카메라는 피사체로부터 거리 두기를 지향, 전경의 조화를 이끌어내어 관조의 풍경을 더할 나위 없이 나타낸다.

잔잔한 풍광의 깊이가 삶을 찬연히 형상화해 내고 있는 것이다.


환멸의 행태에 지쳤을 때, 빵과 스프, 고양이 그리고 <사람다운 사람>들이 '存在'하는 이 작품은 가히 처방전처럼 선연히 다가온다. 그만큼 그 섬세한 울림은 깊디깊다.

<해맑은 달빛을 바라보는 관조의 정경>처럼 자기중심적 잡배가 아니라면, <빵과 스프와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パンとスープとネコ日和>는 누구라도 힐링의 마음을 고즈넉이 현현시킬 수 있을 테다.


지쳤다고 느낄 때 이곳에 오셔서 편안한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달빛처럼 은은히 스며드는 이 말은 깊이 아름답다. 아름다움이 주는 감동은 환멸의 비애를 상쇄시킨다. 가히 기꺼운 경험이 아닐 수 없겠다.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4부작이며, 드라마의 명가 WOWOW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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