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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대>의 이키 타다시가 보여준 인간형

유지군(220.87) 2020.04.23 16:05:25
조회 586 추천 5 댓글 0
														


드라마 <불모지대>의 홍보 컷(출처:야후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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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確證偏向)이란 말이 있다. 사전을 보면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 판단 등에 부합(符合)하는 정보만 취득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태도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러니까 확증편향의 태도가 구축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 공산이 크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일까? 小生은 거기에 적합한 유형으로 일단 이념형(理念型)의 인간들을 주목한다. 그들이 보통 선험적 이데아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최고 개념이란 사실 <경험>을 초월한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다. 확증편향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살롱 좌파가 그러하다. 혹은 이념형들 중에서도 외곬인 이른바 극성파(極盛派)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인간이라면 이념형을 따지기 전에 누구든지 편견은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적어도 <실증형実証型>의 인간이라면 확증편향의 태도와는 거리를 두려고 노력을 아끼지 않을 테다. 매 사안을 <선험적 인식에 의한 관념>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실증의 태도로 관찰, 짚어보고 해석을 내리려 하는 유형(類型)이기 때문이다.


의당 그들은 정보를 여러 갈래로 수집, 깊이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유추(類推), 매 사안을 냉철히 평가하는 태도를 갖추고 있다 해도 지나친 평이 아니다. 그렇다면 외곬 이념형 인간들과는 달리 확증편향으로 빠질 위험은 확실히 덜해지고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는 관점을 구현하기도 쉬워진다.

<관찰은 많이, 판단은 신중히.> 小生이 대단히 신뢰하는 인간 유형이다.


하면 어떤 분들이 있을까? 日本드라마를 좋아하는 小生답게 日本드라마에서 한 번 찾아본다. , 멀리 갈 것도 없다. 단연 이키 타다시(壱岐正). <불모지대不毛地帯>의 히어로로 작가가 실존인물 고() 세지마 류조(瀬島龍三 1911-2007) 이토추상사(伊藤忠商事) 회장을 모델로 했다는 캐릭터다.

그래서 흥미롭게도 이키 타다시는 2차 세계대전 때 대본영(大本営)의 참모로서 종전 직후 만주에 있다가 소련군들에게 잡혀 11년간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 억류되었다가 1956년에 풀려난다는 설정이다.

日本에 귀국한 이후에는 종합상사(総合商社)에 입사, 전후(戦後) 日本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이바지한다는 인물로 그려진다.


원작이 있다. 동명(同名)의 소설이다. 작가는 고 야마사키 도요코(山崎豊子 1924-2013) 선생. 워낙에 유명한 베스트셀러이고 한국에도 1978년 출간되어 롱런하였다. 1976년엔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드라마는 2009년 후지TV에서 제작되어 히트를 쳤다.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도 눈치 빠른 분들은 <불모지대>가 전후 日本의 경제사(経済史) 단면을 조명(照明)했을 거라고 볼 텐데, 실제로도 이 작품은 전후 日本의 종합상사가 격동의 경제 현장에서 어떤 전략과 전술로 오늘의 번영을 가져왔는지를 조감하는 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

당연히 거시적(巨視的) 이야기가 내러티브(narrative)의 뼈대이다. 허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군상(人物群像)들의 미시적(微視的) 일상도 촘촘히 내러티브에 스며들어 있어, 스토리와 각각의 캐릭터들은 생동감이 흘러넘친다. 그야말로 입체적(立体的) 묘사가 탁월해 당대의 리얼리티 구현이 매우 정교하다.


예컨대 시베리아 억류 때의 시퀀스나 제3차중동전쟁(第三次中東戦争) 시기에 각종 정보를 수집, 분석해 라이벌 상사와의 경쟁에서 이키 타다시가 승리하는 시퀀스의 박진감은 손에 땀을 쥐게 하고도 남는다.

그런고로 당대의 현실을 꿰뚫어 나간 이키 타다시는 자아를 성찰하고 타자를 통찰하는 실증형 인간으로서의 전형에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눈앞의 현실과 통계, 기록보다는 선험적 인식을 더 중히 여기는 이념형의 분들에겐 이키 타다시가 거북한 인간형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한 번 참고해 볼만한 인물임은 분명하다.

물론 이키 타다시는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픽션 속의 캐릭터이긴 하다. 작품 내용이 실제의 역사와 겹친다 해도 대중장르의 드라마 특성상 다분히 과장됐을 공산도 크다. 그러나 가벼이 치부될 순 없다. 소설 원작의 드라마처럼 치열한 경제 현장에서 경영 전략과 판로(販路) 개척 전술로 격동의 시대를 <뜨겁고 치밀히 살아간 인물>들이 넘쳐났다는 <현실>을 부정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인물들이 많은 공동체가 눈부신 번영의 토대를 구축해 가기 마련이다. 단적으로 日本이 그 예다.)


하여, 관념이 아니라 실제의 현실에서 실증적으로 부딪쳐 나간 기업인 한 분을 소개해 본다. 바로 주식회사 키엔스(株式会社キーエンス)를 세운 다키자키 다케미쓰(瀧崎武光) 명예회장이다.

주지하디시피 키엔스는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발군의 세계적 기업이다. 아직 모르는 분들이라 해도 인터넷에서 각종 정보를 검색해 보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키엔스가 얼마나 엄청난 기업인지 알아낼 수 있을 테다.


일테면 센서, 제어시스템, 어프리센서, 정밀측정, 마이크로스코프, 자동인식, 마킹, 화상시스템의 8개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센서, 검출 기계 등 공장자동화( FA) 부문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사원들은 입사 3년 후 대부분 1,000만엔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는다.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이들이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형태이다. 평균 연봉 20121,321만엔, 20171,861만엔.”(출처:한국경제신문, 박혁신의 일본주식이야기 중에서)


이런 키엔스를 1974년에 설립한 다키자키 다케미쓰 회장도 한때 이념에 빠졌던 적도 있었다. 놀랍게도 고교시절부터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운동의 좌절을 엄정히 경험하면서 이데올로기는 언어의 세계라고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관념에서 실증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인데, 사업가가 되고 난 후일 이런 말도 했다.


요즘은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유행이지만, 사업가의 첫째 조건은 총자산을 잘 쓰고 높은 이익을 올리는 것이다. 이익을 못 올리는 것, 즉 사원에게 부가가치가 낮은 일밖에 시키지 못하는 것은 사업가로서는 최악이다.(출처:최원석의 저작물 초격차 기업의 3가지 원칙중에서.”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철저히 실리적이라 평할 수 있을 테다. 숫자와 통계가 관념을 관통시키는 현실의 지표 중 하나임을 감안할 때 다키자키 회장 역시 실증형의 인간형이라 부른다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실리는 실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키 타다시라는 인간형과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당대 실증형 인간들의 뜨거운 분투를 치열히 묘사한 드라마 <불모지대不毛地帯>는 매우 퀼리티 높은 경제드라마의 반열에 올라선 걸작이라 평가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전후 日本과 세계 경제 현장의 디테일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현재 한국에선 케이블 채널W에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방영되고 있다. 확증편향의 태도로 세계를 바라보는 분이라 하더라도 즐겁게 시청할 수 있을 만큼 극적 재미도 넘친다.

참고로 자아 성찰과 타자 통찰의 자세를 갖춘 분이라면 외곬로만 치달아 선험적(先験的) 세계만 바라보지는 않을 겁니다. 다양한 관점의 각종 정보를 수집, 분석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당신도 다키자키 다케미쓰 회장처럼 삶을 낭비하지는 않을 겁니다. 小生実証型의 분들을 신용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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