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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히카루 겐지군과 헤이안시대(2)

유지군(220.87) 2020.04.25 13:18:51
조회 303 추천 8 댓글 0
														


드라마 <좋아요 히카루 겐지군>의 홍보 컷(출처:야후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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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히카루 겐지가 활보한 헤이안시대의 특징을 한마디로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송구하지만 건방을 한 번 떨자. 小生이 감히 말하건대, <깊이 있는 아름다움의 구현>이다. 가장 日本的인 미의식(美意識)이 응축되어, 일본식(日本式) 미학이 뿌리를 내려 활짝 만개된 시대라는 의미다.

한반도에서 당나라와 일대 결전을 벌인 백촌강전투(白村江戰鬪) 이후, 차이나의 문화적 영향이랄 수 있는 당풍(唐風)이 한때 교토의 귀족들을 매료시킨 적도 없지는 않았지만,고대의 와카보다는 한시(漢詩)가 일시적으로 성행했다.894년 견당사(遣唐使) 폐지, 천황의 칙명에 의해 905년 찬진(撰進)된 고킨와카슈(古今和歌集)로 알 수 있듯 전대(前代) 나라시대(奈良時代)에 비해 日本式이 한층 심화되어 나간 시대가 헤이안이라 할 수 있겠다.


예컨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와쇼쿠(和食), 즉 일식과 일식문화가 자리 잡은 것도 이 시기였으며, 문학과 미술, 음악, 건축, 패션에 이르기까지 日本 미학의 정점이 뿌리를 내려 現代日本으로 전승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문학과 미술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히라가나와 가타가나가 정립된 것도 901년이었다. 시대의 전환점이 된 셈이다.

그런 시대의 조류를 타고 日本人들은 더욱 크고 깊고 넓은 문화 활동을 누리게 되어 하나의 거대한 기류를 형성시켜 버린다. 그것을 바로 <국풍(国風)>이라 한다.

일례로 당나라 풍의 그림 기법 가라에(唐絵)가 야마토에(大和絵)로 바뀌어 정착되고 가라우다(唐歌漢詩)가 쇠퇴해 와카(和歌)가 거세게 부흥하여 귀족의 필수적인 소양이 된 것도 이때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후지와라(藤原) 가문의 섭관정치(攝關政治) 아래 국풍문화가 구축된 것인데, 귀족 주도의 깊이 있는 화려함이 당풍을 종결시킬 만큼, 독특한 고유의 문화적 자신감으로 가득 찼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물론 日本의 화이관(華夷觀)은 야마토시대(大和時代)를 거쳐, 수양제(隋煬帝)에게 해 뜨는 곳의 천자가 해 지는 곳의 천자에게 글을 보내요…….”라는 국서를 보낸 아스카시대(飛鳥時代)부터 넘쳤으나, 이 시기가 한반도에 대군을 파병해 당나라와 싸울 정도로 무력에 의존했던 경우라면, 헤이안의 화이관은 명실상부 총체적 콘텐츠로서의 역량이 아닐 수 없겠다.

그래서 전대에 비해 문화는 한층 세련되어지고, 고상하며 우아하게 고고해진다.

예컨대 시가에서 전 시대의 <만요슈万葉集>가 소박하고 강렬한 표현이었다면 이 시기는 절제된 화려함의 깊이를 보인다.

<어쩐지 쓸쓸한 기분이 드네

사초(莎草)에 뒤덮인 들판만 펼쳐져 있는

후시미 마을의 가을 저녁>


와카의 저자는 미나모토노 도시요리(源俊頼1055-1129)이다. 귀족이 아니라 무가(武家) 출신이었다. 그런데도 섬세하기 이를 데 없다. 헤이안 시대 와카의 진면목을 보인다.

이라한 시대이고 보니, 서구의 학자들이 <서구의 어떤 것도 헤이안시대 이래 日本人의 삶과 역사에서 미학이 차지했던 역할에 견줄 만한 것은 없었으며, 세련된 감수성에서 비롯된 미야비(みやび)’의 정신은 지금도 여전히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경탄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미야비는 우아하고 절제되어 암시적인, 즉 깊이 있는 화려함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헤이안 시대의 대표적 저작물인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는 이러한 극도의 아름다움을 쫓는 토양에서 집필된 것이라 가장 당대의 문화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덧붙여 <겐지이야기>는 세계 최초의 장편소설답게 현대적으로 보면 200자 원고지 5200(日本語는 띄어쓰기가 없으므로 그 이상으로 보면 된다.)의 장대한 분량을 과시한다. 주인공 히카루 겐지가 출중한 외모로 수많은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는, 연애소설^^이기도 하다. 의당 그는 헤이안 당대의 덕목을 갖춘 전형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출중한 외모에서 깊이 있는 학식과 빛나는 가인의 재능까지. 그야말로 현대판 이케맨(いけめん)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즉 <겐지모노가타리>는 헤이안 시대를 비추어 볼 수 있는 소중한 존재가 아닐 수 없겠다.

당대의 문화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걸작이라 칭송받습니다. 한국에도 번역본이 나와 있어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참고로 저자는 귀족의 딸로 태어나 나중에 궁녀가 되는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낸 것 같지는 않다.

늦은 나이에 후지와라노 노부타카(藤原宣孝)와 결혼했으나. 그가 병사하는 바람에 결혼 생활은 3년 정도에 불과했다. <겐지모노가타리>는 독신생활 중에 집필되었다.

아무튼 헤이안시대와 <겐지모노가타리>를 염두에 두고 드라마 <좋아요! 히카루 겐지군いいね!光源氏くん>을 본다면, 그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야말로 <미야비>의 현대적 발현(発現)이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의식과 격식, 품격이 고도화된 시기를 살아간 인물인지라 현대의 히카루 겐지는 마땅히 하나의 큰 알레고리(allegory)로 기능될 수밖에 없다. 가히 미야비다!

당연히 문화를 소비, 향유하는 입장에선 그 인물이 주는 위화감이란 사뭇 즐겁기 이를 데 없다.^^


그렇다면 小生도 와카를 한 수 읊조리면 히카루 겐지의 미야비를 체화할 수 있지 않을까. 비록 턱없는 상상일망정 이렇게 픽션의 세계를 눈앞에 그리는 것만으로도 근사하다. 하면 들어보라, 小生이 부르는 헤이안의 와카를.^^


<세상에 벚꽃이 없었다면 봄의 마음이

이토록 설레지 않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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