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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치 히로코明智煕子와 야오야 오시치八百屋お七(2)

유지군(115.91) 2021.03.25 16:25:05
조회 533 추천 8 댓글 0
														

그렇다면 이와 반대되는 사례도 있을까. 물론이다. 안타깝지만 역사적 実例.

바로 야오야 오시치八百屋사건이다.

에도시대(江戸時代)天和 3(1683)에 발생했던, 야채 가게의 딸인 오시치가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 에도를 방화하려다 미수로 그치고 체포되어 처형당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방화란 어마어마하게 흉포한 범죄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에도 면적의 60%를 불태운 메이레키 대화제(明暦大火災)1657년에 겪었던 에도 사람들이었으니, 이는 호들갑스런 반응도 아니겠다.

 

그런데 우는 아이도 눈물을 멈추게 만드는 이 무시무시한 방화를 당시 16세로 추측되는 소녀 오시치가 저질렀으니(물론 불은 곧 진화되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경악했겠는가?

여기엔 의당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슬픈 곡절이 있다.

 

사건 전 해인 덴와(天和) 212, 에도에 화재가 일어나, 가게가 불타는 바람에 야오야의 사람들이 피난처인 사찰 정선원(正仙院)으로 피신했는데, 거기서 오시치는 주지스님의 곁에서 시중을 드는 직책 테라코쇼(寺小姓)인 젊은이와 그만 사랑에 빠져 버린 것이었다.

아직 절제와 배려가 구현되지 못한 어린 소녀와 젊은이가 만났으니 그 사랑은 얼마나 뜨거웠을지는 미루어 짐작되고도 남을 테다.

 

그렇게 사랑에 빠져버린 오시치는 피난 생활이 끝나고 재건된 야오야 가게로 돌아와도 그 테라코쇼를 잊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오시치는 뜨거운 연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를 계속 만나고 싶었는데, 테라코쇼가 남의 눈을 피해 연애를 이어가기가 결코 쉬울 수는 없었을 테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하나?

 

오시치는 고민을 거듭하다 하나의 방책을 생각해 냈다. 죽고 싶도록 보고 싶고 그리운 테라코쇼를 만나려면 전의 경우처럼 가게가 불타면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집이 화재로 전소되면 다시 정선원으로 피난을 갈 것이다. 그러면 그를 만날 수 있다. 사랑을 위해선 무엇을 못하랴.

그녀는 방화를 저지른다. 다행히 불은 곧 진압되었지만 그녀는 체포되고 만다.

사건의 전말이라 할 수 있겠다.

 

상황이 이러하니 사건의 센세이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당연히 수많은 작가들의 창작욕을 강타시키고도 남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저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이하라 사이카쿠(井原西鶴 16421693) 선생이 <호색 오인녀好色五人女>에서 다뤘다. 모티프로 섬세히 활용해 훌륭히 형상화시켰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 사건은 더 크고 넓게 세간에 퍼져 나가 버렸다고 할 수 있겠다.

 

 

혀를 차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만큼, 야오야 오시치의 경우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솔직히 사랑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사랑의 그 뜨거운 마음이야 의당 이해할 수밖에 없겠다. 자기중심적 잡배만 아니라면, 누군들 사랑하는 그 사람이 죽을 만큼 그립고, 보고 싶기 마련이니까.

 

오십이 훌쩍 넘어도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이 그리운 건 매한가지인데, 하물며 10대이니 어찌할 바를 모르는 건 사실 당연한 이치다.

더욱이 江戸時代에는 지금처럼 페북이나 카톡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도 없는 시대가 아닌가 말이다.

그러한즉, 소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동정과 연민의 여지도 넓다.

그래서 이하라 선생의 소설에서도 부교소(奉行所)의 요리키(与力)가 불쌍한 마음을 금치 못해, 소녀에게 너는 15살이 아니냐?”고 몇 번이나 다그쳤다지 않은가.

15살 이하면 어느 정도 정상을 참작해 극형만은 피할 수 있었는데도 오시치가 정직히 16살이라 실토하는 통에 요리키의 마음이 무위로 끝나 버렸지만.

 

, 그런데도 아쉬운 마음을 여전히 금할 길이 없다. 아니, 끓는 주전자처럼 넘쳐 버린다.

아무리 어리다 하나, 절제와 배려의 마음. 자기를 낮추고 자기를 버리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깃들어 있었다면, 만나고 싶다는 일념만으론 일을 저지르진 않았을 테니까.

오햐쿠도마이리를 드리는 선연한 마음이었다면, 결코 다른 사람에게도 애꿎게 피해를 끼칠 방화를 차마 시도하진 못했을 거라 본다.

 

바로 이것이다.

절제와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야오야 오시치 사건은 극명히 웅변하고도 남는다.

만약 소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오햐쿠도마이리를 몇 번이고 드리는 자기를 낮추고 버리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 사건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엄격한 잣대임도 분명하다. 자신의 욕망이나 소유욕을 자제하고 오로지 상대를 위하고 지키려는 경지란 가히 어렵기 짝이 없다. 나이만 많이 먹는다고 구현될 성질의 것도 아니다.

다만 연륜이 쌓이고 품격이 구현되면 덩달아 절제와 배려심도 심화되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이겠다. 이른바 사랑의 도(愛道)가 선연히 발현되는 것이다.

 

위대한 무사이자 사상가인 야마모토 쓰네토모山本常朝) 선생의 역설을 실천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일생동안 남모르게 애타게 그리다가 죽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本意이다!>

 

절제와 배려의 깊은 마음으로 오직 사랑을 위해서 자기를 버릴 수 있는 오햐쿠도마이리(百度参)를 드리는 히로코님이 이를 방증(傍証)한다.

사랑은 神仏의 마음이다. 神仏의 마음이 현현(顯現)되는 형태로 사람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히로코님이 이를 웅변한다. 의당 자기애의 화신인 소유욕은 여기에 털끝만큼도 스며들 수 없겠다.

 

그렇다면 자신을 반하게 한 그 사람은 오히메사마(姫様)처럼 더없이 소중할 따름이다. 神仏의 고귀한 선물이며, 사람들의 일상에서 다시없을 기적이다.

아케치 히로코님과 야오야 오시치의 경우는 사랑이란 뜨거운 감성이 발현시켜 나갈 지향점을 뚜렷이 구별시켜 주었다 해도 단연코 틀린 소리가 아니다.

 

이치가 이와 같다면, 자기중심적 잡배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히로코님처럼 소중한 오히메사마를 위해 자기를 버리는 오햐쿠도마이리를 드릴 수 있을 테다.

그렇잖을까. 오히메사마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神仏의 선물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선연한 행복이다. 자기를 낮추고 버리는 百度参가 힘들지 않은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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