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욕조에 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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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는 커터칼을 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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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야말로 죽겠다 다짐한 채 난 옷을 한겹한겹 벗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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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은 물론이며 목과 겨드랑이 근처까지 그었던 상처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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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죽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니 신경도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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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다 채워진 걸 확인하고 난 욕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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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물이 몸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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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터칼을 잡고 손목에 날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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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동안 '지금이라도 그만둘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런 생각을 머리에서 떨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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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주고 숨을 내쉬며 난 손목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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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죽는다면 좋겠다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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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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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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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철 흘러 욕조의 물을 빨갛게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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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각오로 베어서일까, 평소보다도 심하게 욱신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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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이 덜덜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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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량에 미치지도 않아 보이는 출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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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죽고 싶기에 더 그어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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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고통을 더 느끼고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아 금방 시도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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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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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 방법은 쓰지 말아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