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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만난 썰.ssul

ㅇㅇ(121.185) 2024.03.29 18:20:55
조회 7 추천 0 댓글 0

'나' 에게는 기묘한 버릇이 있었다.




남들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설령 닿지 않아도 내가 그렇게 느낀다면. 도저히 음식을 먹기 어려웠다. 애초에 남에게 얼굴을 보이는것이 메스꺼웠다.




정말로 어쩔 수 없이 먹어야만 한다면, 얼굴을 최대한 숙이고 팔로 음식을 씹는 모습을 가렸다.




한 친구가 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은적이 있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내 얼굴은 너무 끔찍해서 남이 본다는게 너무 싫다." 라고. 그런 비슷한 말을 했다.




친구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피곤하지도 않냐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리고 지금, 술에 취한 남성이 내 멱살을 잡고. 대체 뭐가 불만이냐며 한 판 붙자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었다. 여긴 파이트 클럽도 아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패스트 푸드점이다.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멱살을 잡힌 채 흔들거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사실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나는 이 때 그냥 죽고싶었다. 




그러다가 구석에서, 얼굴을 푹 숙이고 팔로 얼굴을 가린 채 햄버거를 씹는 사람을 보았다.




'아아, 저 사람 한테나 시비를 걸 것이지'




지지리도 운이 나빴다. 나는 결국 뺨을 한 대 갈겨진 상태로 식당을 빠져 나왔다. 해는 어느덧 빌딩 사이로 사라져 가고 있었고, 서늘한 바람이 손을 차갑게 식혔다.




나는 서둘러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종종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가? 누군가 따라오는 듯 한 상상에 사로잡히는. 그래서 나는 이따금 뒤를 돌아본다. 그렇게 하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누구지?'




누군가 뒤에 있었다.




약 50걸음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그 사람도 역시나 뒤를 돌아보며 걷고 있었다. 내가 바라보는것은 눈치채지 못 한 것 같다. 이제보니 아까 전 식당에서 구석에 앉아있던 사람과 인상착의가 닮았다.




검은 후드를 눌러쓰고, 검은 바지를 입었다. 바지는 기장이 맞지 않아 살짝 길다.




공교롭게도 나 또한 비슷한 복장을 하고있다.




끔찍한 위화감과 불안감이 느껴졌다. 저쪽이 나를 눈치채기 전에 조금 돌아서 가기로 했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가는 길이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저쪽도 나를 의식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내 불안이 기우였기를 바라며 집과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 사람은 이내 다른 방향으로 멀어져 갔다.




문제가 있다면 내 집이 있는 방향이라는 점일까.




나는 천천히 집을 향해 걸으며 생각했다. 애초에 그 패스트 푸드 식당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뺨을 맞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 저 사람이 대신 맞았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왜 갑자기 외식을 할 기분이 들었나 모르겠다.




나는 내 집을 향해 걷는 나와 똑같은 복장의 사람을 약 100걸음 거리에서 따라 걷고 있었다.




아까와는 정 반대였다.




집은 가까워져만 가고, 해는 이미 사라져 어두워진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의 동선은(내가 방금 우리라고 했나?) 밝은 선으로 그어놓은 듯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겹쳐져 있었다.




나는 이쯤에서 집에 가는걸 포기하고 어딘가 공원에서 자는걸 선택할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저쪽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상 나도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미묘한 오기가 생겼다.




결국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리는 가로등이 비추는 장소만이 겨우 보일 뿐, 어두워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겨울의 저녁이라는것은 대체로 이런 모습이다. 금새 어둠에 사로잡히는 가벼운 저녁이다.




저쪽도 이미 한참 전에 나를 눈치 챘다. 우리는 서로 같은 건물에 도착했고, 나는 계단으로. 저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시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우리는 결국 4층에서 만났다. 후드를 푹 눌러 쓰고 있어(나 또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서로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집 앞에서 나는 참지 못하고 결국 입을 열었다.




"당신 누굽니까? 내 친구? 재미없다. 장난 치지 마라."




공포심을 최대한 억누른 채 태연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저쪽은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 채 대답한다.




"그, 그쪽이야 말로 대체 누구세요.. ㅈ, 저한테 볼일이 있으세요..?"




그렇게 말하며 후드를 벗은 상대방은 연신 숙이고 있던 목과 허리를 쭉 피고 나를 마주본다. 우리의 신장은 거의 비슷했다. 그리고 그 얼굴은 뭐랄까.




'남이 보는게 너무 싫다는 표정'을 한 얼굴이다.




그건 오직 나만이 알아볼 수 있었다. 남들이 보았다면 그것은 인상을 쓴 표정 혹은 두려움, 불쾌감으로 받아들여질 표정이었지만. 어쩐지 나는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얼굴을 마주한 순간 분명 나도 같은 표정을 지었을 테니까.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고개를 돌렸다. 이 이상 얼굴을 마주보기 어려웠다.




어떻게 생겼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였다.




우리는 아마도 서로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상대방은 얼굴을 보이기 싫어한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 쳐도 같은 방향으로 돌리는것은 또 뭔가.




나는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긴 제 집입니다. 장난 그만하고 돌아가 주세요."




그러자 상대방도 지지 않고 말한다.




"제, 제가 할 말이거든요. 여긴 제 집인데요.. 그리고 장난친 적 없어요."




나는 두통이 몰려오는게 느껴졌다.




이 사람-그녀-를 내버려 둔 채(그래 여자다, 그래서 더 거북하다). 나는 집의 비밀번호를 두드리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뒤에서는 당황하는 기색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집 안은 달라진게 없었다. 신발은 내가 신고있는 것과 간편하게 신을 수 있는 슬리퍼 한 짝. 그리고 살풍경한 방.




뒤이어 비밀번호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나는 제빨리 뒤로 돌아 문고리를 잡았다. 그러자 열린 문이 안열린다는 사실을 눈치 챈 그녀가 문을 마구 두드렸다.




"저, 저기요! 이 문 여세요! 저기요!!"




나는 소란스러운걸 더 싫어하기 때문에 그냥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그녀가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듯 밀려 들어왔다. 지금보니 신발도 내것과 똑같았다. 낡은 운동화, 시장에서 산 메이커도 모를.




이쯤에서 나는 이미 이 여자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저쪽도 마찬가지.




나는 아무 말 없이 방에 놓여진 소파로 가서 앉았다. 그녀는 신발을 가지런하게 정리하고 종종 걸음으로 내 옆에 앉았다.




그 과정이 마치 몇 년이나 같이 산 가족 같았다. 자연스럽다고 해야할까. 어쩌면 가족이라고 표현해도 맞겠지.




몇 년 전 TV에서 본, 쌍둥이 남매.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 둘은, 서로가 평행세계의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기들만이 알 수 있는 무언가들로 쇼를 진행하는 내용의 전형적인 말맞추기식 진행.




갑자기 그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그 둘은 닮아도 너무 닮았고, 말을 미리 맞췄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이따금 인터넷 게시판에 떠도는 평행세계 이론. 도플갱어. 아마도 그녀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정말로 '나' 라면. 말이다.




나는 뭐라고 할 것 없이 바닥에 깔린 이불을 차지하고 누웠다. 저녁에는 자는것이 맞다. 그녀는 소파가 있으니 상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게 그냥 꿈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같은 생각을 했을 그녀는 소파에서 이미 잠들어 있었다. 나는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그래.




이건 꿈이 아니다.




그녀는 여전히 집에 있었고. 집의 식기나 칫솔등은 모두 한 사람 분 뿐이었다.




"더 사와."




"시, 싫어."




정말로 내가 할법한 대답이었다.




서로 얼굴은 마주보지 않은 채 아침 식사를 마쳤다. 어차피 식사랄 것도 없었다. 그냥 굽지 않은 식빵을 물과 함께 먹었을 뿐이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남녀가 함께 있다기 보다도, 그저 내가 한명 더 있었다. 내가 할일을 저쪽이 알아서 하고 있었고, 반대로 저쪽도 그렇게 느끼는 듯 했다.




정말로 미묘한 차이는 있었지만 큰 틀에서는 그냥 나였다.




나는 이제 평행세계와 도플갱어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곧 죽는다는 말인가. 그도 그럴것이. 도플갱어를 만난 사람은 죽는다고들 하지 않나.




나는 곧장 핸드폰으로 도플갱어에 대해 검색했다. 무언가 궁금한게 생기면 바로 검색하는것이 나의 버릇이었다. 같은 순간, 그녀도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하고있는 듯 했다.




도시 전설이다, 환각이다, 아니다 진짜 평행세계의 자신이다. 등 등.




헛소리가 장황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고, 비슷한 타이밍에 방 반대편에서 한숨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녀와 그다지 대화하지 않았다. 가끔 장난기가 발동하면 그녀를 놀리기 위해 말을 걸 뿐. 아마 이 점이 조금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온적은 없었다.




"야, 이름이 뭐냐."




"ㅇ, 왜 반말을.."




"나잖아. 뭐 어때."




성격으로 구분하자면. 저쪽은 소심의 극에 달한 나였고. 나는 절망의 극에 달한 나였다. 나는 너무나도 절망했던 나머지 허무감에 사로잡혔다. 유머에 집착했고, 순간에 집중했다.




저쪽도 저쪽만의 사정으로 저렇게 변했거나. 애초에 같은 사정이 있었지만 저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화를 내는 포인트를 잘 안다. 그래서 선을 넘는 말은 하지 않는다.




아무튼 이름을 듣기 위해 그녀의 목덜미를 쿡쿡 찔렀다. 여전히 얼굴은 마주치지 않았다.




"이름. 이름."




"ㅁ,미이. 하, 하지마! 그만 찔러!"




그녀의 이름은 '미이' 라고 했다.




내 이름과 발음이 비슷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그렇지도 않았다.




나는 그렇게 그녀와 며칠 간 생활했다. 큰 불편함은 없었고. 오히려 쓸데없는 동선이 줄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건 좋은 현상이다.




내가 두명 있다. 그것은 누구나 바랄법한 상상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되어 찾아왔다.




이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언제 미이가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건 나도 미이도 크게 신경쓰는 부분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공허함과 미이가 가진 공허함이 같다면, 그건 아마 서로가 채워주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금처럼 서로 섞이지 않고. 도우미 역으로 살다가 사라지는것이 가장 최적의 삶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루는 미이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왜 항상 얼굴은 그리다 마는거야?"




미이와 나의 취미, 그러니까 내 취미는 그림이었다. 달리 할일이 없다면 공책을 펴고 연필로 그림을 그렸다.




나무, 꽃이나 사람 등. 여러가지를 그렸다.




그것은 미이도 마찬가지라 서로가 모델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것은 꽤나 편리했다. 검색하기 곤란한 포즈도 직접 시키면 그만이었으니까.




나 자신을 그린다는건 꽤 복잡한 기분이었다. 그것도 또 다른 나라니.




아무튼 미이는 얼굴을 집중해서 그리고, 나는 얼굴을 대충 얼버무려 그린다.




그것이 그림에 있어서 미이와 나의 차이였다.




"싫어서. 얼굴이."




얼굴이라는 개념이 싫었다




못생겼다. 잘생겼다를 넘어, 무언가를 닮았다. 등의 비교 대상이 되는. 그 비교 당하는 이에게 더없는 수치심을 안겨주는.




그런 얼굴따위 없었더라면 좋을텐데. 그런 소망을 담아 얼굴을 아무렇게나 그렸다.




미이는 분명 반대인 모양이었다.




내 말을 다 들은 미이는 이렇게 말했다.




"얼굴이 싫어서. 가장 이상적인 얼굴을 그림으로라도 그리기로 했어. 그려진 그림은 누구에게도 비교당하지 않으니까. 그건 그냥 그림일 뿐이야. 못생기지도 잘생기지도 않았지."




그런식의 이야기를 미이는 나에게 해주었다.




그건 실제로 내가 가질수도 있었던 사상의 가능성이다. 그러한 점을 엿볼 수 있는 미이는 철학적으로도 상당히 가치있는 존재였다.




미이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듯 했고. 필요한 듯 필요 없는 동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느덧 한 달이 되었다. 나는 밖에 나와 케이크를 사려고 했다.




나는 별거 아닌 날을 기념일로 정해 축하하곤 한다. 미이가 우리 집에 온지 한 달이 되는 날. 나는 기념으로 케이크를 샀다. 케이크는 평범한 생크림 케이크다. 나는 이걸 제일 좋아한다. 그러니 미이도 좋아하겠지.




그리고 집에 오던 도중, 나와 똑같이 케이크를 손에 든 미이를 마주쳤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우리는 웃었고, 웃다가 흔들린 케이크는 못생기게 변해버렸다. 하지만 맛은 그대로인 케이크를 나와 미이는 두개씩이나 먹어야 했다. 며칠에 걸쳐 나눠 먹은 케이크는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케이크보다 맛있었다.




미이와 나는 이미 누구보다 절친한 친구처럼 변해있었고, 그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같은 취미, 같은 공간에서 모든 취향이 같으니 친해지지 않는것이 이상했다.




싸울 때도 있었다. 그것은 아주 사소한 차이에서 였는데. 내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아 보통 일어났다.




예를 들어 밥을 먹고 양치를 바로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 처럼. 나는 30분 뒤에 하는 타입이고, 미이는 바로 양치를 한다. 이런 사소한 비틀림이 우리 일상에는 있었다.




그래. 이 비일상이 어느새인가 일상처럼 변해가고 있었다ㅡ.




본래라면 이런 평범한 웃음도, 미이도. 그리고 나도.




존재하지 않았을 터인데.




나와 미이는 선문답같은 대화를 자주 나누었다.




"인간의 감정은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해?"




"그 시작은 호기심이 아닐까? 호기심에서 부터 감정은 시작되는거지."




미이는 이렇게 말했다.




우선 호기심을 가진다.




그리고 그것에서 미지의 공포와 호기심의 해소라는 만족이 발현된다.




그 뒤로도 쭉 이어지는 감정의 나열은, 미이의 풍부한 상상력을 가늠케 했다.




나는 그런 깊은 생각을 해본적이 없지만, 미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쁨에서 파생되는 즐거움과.. 음.."




미이는 조금 머뭇거리며 그 단어를 입에 담았다. 그리고 담담한 척을 했다.




"사랑과 미움 질투,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거야. 결국 그 시작은 호기심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지."




사랑인가.




나는 그 단어와 개념을 혐오했다.




그것은 아마 미이도 마찬가지겠지.




아무리 그것을 혐오하고 싫어해도, 마음 속 깊은곳에선 그것을 바라게 된다는 사실이. 내가 그것을 혐오하는 이유였다.




어떠한 형태의 사랑도 용납하기 어려웠다.




미이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그 개념을 알게 되는 것 만으로 중독되는 맹독이 아닐까."




라고




말했다.




미이와 선문답을 하며.




한 달을 기념하며




그리고 또 살아가며




1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싸우고, 또 화냈다. 그리고 화해하고, 다시 웃었다. 평범한 사람들 처럼. 마음속의 공허를 잊은 것 처럼.




그래.




그렇게 평범함을 연기할 수 있도록 미이와 나는 서로를 이용했다.




그 사실을 알기에 미이와 적당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미이도, 나도.




1년이 되던 날. 크리스마스였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패스트 푸드 식당에 갔던 이유를 떠올렸다.




1년 전 그날.




내키지도 않는 외식을 억지로 나가.




그나마 좋아하던 햄버거를 먹었던 이유.




그리고 그 좋아하던 햄버거를 먹다가 멱살을 잡히고




강하게, 더욱 짙게 변해버린 그 이유는.




죽음이었다.




나는 죽기 위해 1년 전 오늘 집을 나섰었다.




의미가 없어.




이 이상 살아도 좋은일은 일어나지 않아.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나마 좋아했던 음식을 먹고




어딘가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리기로 결심했다.




그런 결심을 한 순간 나는, 미이를 만났고. 미이는, 나를 만났다.




그리고 1년간. 우리는 평범함을 연기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살아 왔다.




내가 나의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나는 1년을 기념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미이는 1년을 기념하는 딸기 크림 케이크를 사왔다.




서로 웃었고, 서로 같은 말을 했다.




"지금까지 고마웠어."




그리고 다음날.




미이가 사라졌다.




미이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되면. 난 죽고싶어. 그 순간이 영원하도록."




나는 그 말버릇 만큼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가 할법한 생각도 아니었고.




어째서 미이가 그런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미이는 케이크를 먹은 다음날




내가 살던 건물의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




도플갱어의 괴담. 그것을 미이는 현실로 끌고왔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새벽




3시 38분의 일이었다.




미이가 죽었다.




미이는 죽었다.




미이는 행복했나.




미이의 시체를 볼 수 없었다.




설령 보았다고 해도 얼굴을 볼 수 없었을거다.




웃고있는지 알 수 없었겠지.




미이는 살해당한걸까.




나는 실의에 빠졌다.




식음을 전폐했다.




하루 종일 같은 채널에 TV를 맞춰두고 소리를 꺼둔 채 바라보았다.




미이가 좋아하던 채널, 실없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는 토크쇼가 인기있는 채널이다.




미이가 자주 듣던 노래.




피아노 음이 인상적인 슬픈 노래다.




그 두가지가 마치 미이가 곁에 있는 것 처럼.




미이는




미이는 없다.




더 커진 구멍이




이미 커져있던 구멍이 구멍만이 나를 채운다.




이기적이다.




마치 나처럼.




일방적으로 이용당했다는 분노가.




미이가 사라졌다는 슬픔이.




미이를 다시 볼 수 있다면..




토크쇼 채널.




오늘의 주제는 시간여행 이었다.




나는 황급히 소리를 키웠다.




"...ㅡ러니까! 시간은 늘 일방적인 일방통행이다! 이겁니다!"




"그렇다면 시간여행은 불가능한가요?"




"그렇죠!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는 과거로의 여행! 그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미래로의 여행은 가능하죠!"




"냉동인간이잖아요."




[패널들 웃음소리]




"하하하.. 그렇죠."




그래.




시간은 일방적이다.




거스를 순 없어




하지만




'흐름이 다를' 수는 있지 않을까.




어딘가의 평행세계에는




시간이 훨씬 느리게 흘러서




1년이라는 세월이 지체되어 있는




미이가 살아있는 평행세계가 있다면




그곳으로 갈 수 있다면..




거기까지 떠올린 나는,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수 많은 비웃음을 당했다. 하지만 진지한 답변 또한 들었다.




만약 정말로 시간의 흐름이 다른 평행세계가 있다면. 그곳으로 건너가는걸 일종의 타임 트래블이라고 볼 순 있겠다는 의견.




온 갖 방향으로 연구했다. 빚을 지면서, 장기를 몇 개 팔아서라도 연구를 계속했다.




수 년, 수 십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늙었고, 결국 세상이 이겼다.




내 연구를 베이스로 해 누군가가 실제로 차원을 이동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나는 그 덕에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지만 모든걸 잃었다.




여전히 미이는 죽어있었다.




나는 젊어지는 방법을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사겠다고 했다




젊어져서




차원을 넘어




다시 한 번 미이를 만난다.




그리고 그 행복을 되찾는다.




그렇지만 그러기엔.




난 이미 너무 많은걸 포기했다.




젊음을 되찾는 대가. 여명 1년.




나는 차원을 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패스트 푸드 식당에서




멱살을 잡힌 채 버둥대는 한 여성을




구석에서 몰래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그리고 소동이 끝난 후.




따라나섰다.




같은 옷차림을 한 채




50걸음 정도의 거리에서.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이름을 물었을 때




나는




"미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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