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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필력 평가 좀앱에서 작성

ㅇㅇ(110.11) 2023.08.06 19:46:53
조회 131 추천 0 댓글 2

  너머의 따스한 노을을 등지며 그림자에 검게 물든 산맥의 앞을 억새밭이 가득히 매우고 있다. 산맥과 하늘이 자아낸 기나긴 선을 붉게 물들이며, 노을은 세상을 비춘다. 억새의 은빛 꽃은 노을의 온기에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오른편으로 부터 낙엽을 떨어뜨리는 고산의 바람이 불어와 앞머리와 억새를 이리저리 흔든다. 억새밭 위를 큰 선을 그리며 달리는 바람에 억새밭은 파도가 이는 황금빛 바다로 보였다.

  어렸을 적, 나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바다를 꿈꾼적이 있다. 그것이 정말로 금으로 이루어진 바다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어렸을 적의 난 그런 탐욕에 앞서, 동심에 가득차 그저 아름다움에 동경했을 뿐이었다. 억새의 금빛 바다를 보니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억새꽃을 바치고 있는 줄기 하나하나가 그날의 꿈을 정신의 수면위로 밀어 올리고 있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그날을 떠올리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 과거의 기억은 그 흔적만을 남기고서 내 머릿속에서 숨어있었다. 그 나날의 파편들이 남긴 자취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사실에 다시 한번 깨달을 때면 언제나 마음 한 가운데가 아득히 뚫려버린 듯한 기분이 된다. 하지만 그 공동을 자세히 더듬어 보면 어째선지 그것은 구멍이 아니라 단순히 검게 칠해져 있는 비밀같이 느껴졌다. 수면 아래의 기억이 사라진 것이 아닌 숨어있는 것이라는 느낌만으로 나는 약간이나마 구원받은 것만 같은 기분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하고 나면 언제나 마음이 너무 감정적이게 되곤 했다.

  눈을 떴다. 산맥의 너머, 노을의 빛은 여전하다. 황금빛 바다는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사라져 버릴 것을 생각하면 너무도 허무하고 너무도 슬퍼졌다. 저 황금빛 바다를 사라지기 전에 붙잡아야한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지배했다. 나는 바다로 몸을 던졌다.

  얼마나의 시간이 지났을까, 황금빛 바다는 사라졌다. 낙엽의 허무만을 가득 담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 날과 마찬가지로 태양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손 끝은 추위에 떨고있다. 고산은 추위는 가을이라기 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듯한 느낌이었다. 입김이 나왔다. 나는 차가운 억새밭의 한 가운데에서 몸을 웅크리고 떨기 시작했다.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낙엽이 떨어지고 눈이 내리고 벚꽃이 피고 태양이 높게 떠오른 뒤, 다시한번 낙엽이 떨어질때까지 이대로 있어도 좋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출처를 알 수 없는 따스함이 몸을 덮쳐왔다. 나는 순간 놀라서 고개를 들어보았다. 눈앞의 억새들 사이로 뭔지 모를 빛이 보였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마치 짐승이 제 본능을 따르는 듯 빛의 방향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억새를 넘고 억새를 넘고 억새를 넘어 빛의 근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한명의 소녀만이 있었다. 은색의 긴 머리카락을 이불로 삼은듯 펼쳐놓은채 자고있다. 환자복 같아 보이는 얇은 천 하나만 걸친 상태로 누워있는 그녀는 분명히 추울 터 였지만 왠지 굉장히 따뜻해보였다. 자세히 보니 소녀의 목걸이에서 마치 좀전의 노을을 담아둔 듯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소녀와 주변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었다.

  그런 모습으로 곤히 자고 있는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그 아름다움의 탓인지 나는 소녀의 모습에게서 눈을 돌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렇게 계속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자 그녀는 마치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을 눈치채기라도 한듯 눈을 떠 나를 바라보았다. 소녀의 눈동자는 푸른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대지가 수억년간 품어온 보석같은 영롱함을 품고 있었다. 나와 소녀는 시선을 마주한채 수십초를 가만히 있었다. 이내 소녀는 입을 열었다.

  "────── 추워."

  그 말에 목걸이의 빛이 멎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까전의 추위가 돌아와 몸의 끝부터 서서히 파고든다. 아무래도 집으로 돌아가야 할 듯 해서 몸을 돌렸다. 이 추위 속에서 하산을 하는 고된 노동을 생각하는 찰나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 하는 자그마한 소리, 나는 그 소리에 잠시 몸을 멈췄다. 아무래도 귀로는 꽤나 힘들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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