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지가 결박되어 있음을 게슴츠레 뜬 눈으로 자각한다.
꺼멓고 매끈한 동공은 자신의 왼팔을 묶은 밧줄을 향하고, 조금의 틈이라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집념이 가득 드러나 파래진 손을 따라 황토색의 튜브를 따라 발견한 종착은 자신을 거열할 야생마.
본디 끝없는 자유를 탐하고 있어야 할 육체는 그의 팔이 묶어 본래의 자유를 생존의 자유로 대체된 지 오래.
하나 근간은 대체되지 못하니, 그것은 육체의 한계이리라.
육체는 정신울 끝없이 인도하며 정신은 육체에 이끌리고 종국에는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니.
선택의 기로, 생사의 기로, 이성의 기로, 충절의 기로. 한걸음. 푹 꺼지는 말굽.
당겨오는 밧줄.
인간의 힘으론 이 고귀함을 이겨낼 수 없다.
촛불은 네 개의 강풍 아래서 격렬히 요동치나 요동치는 불을 잠재울 도리가 없다.
몸를 맡길 수밖에.
밧줄이 왼팔을 당기고 오른손을 당기고 왼 다리, 오른 다리를 당기고 말의 머리를 당기고 자유를 당기고 자유가 당기고 삶이 당기고 의무가 당기고 늘어질 대로 늘어진 신체는 마침내 그의 몸에서부터 자유의 세계로 떠난다.
그 과정에서의 고통은 타오르는 황금빛의 찬란한 불이되며 그는 비명이라는 이름의 도구를 몸 밖으로 꺼내 자신의 영혼를 깎아내고 언제나 그의 주변을 멤돌며 그의 머릿속에 본능처럼 덧씌어서 그의 이상향이 된 파편을 원형 그대로 표형해내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한 끝에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