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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편소설] 눈 수술 3

운영자 2017.05.19 11:29:55
조회 126 추천 0 댓글 0
침대 옆의 병풍 속 오리의 윤곽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벽에 붙은 디지털시계의 붉은 글자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환희였다. 하나님이 빛을 다시 주셨다. 볼 수 있다는 것이 사람을 이렇게 행복하게 해 주는지 몰랐다. 볼 수만 있다면 전 재산을 팔아서라도 시력을 회복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직 시야가 비가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앞에서 날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 같기도 했다. 뿌옇게 보이는 세상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눈과 인간이 만들어 주는 눈은 질에 차이가 있었다. 색도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감사하다. 딸 정아가 손녀와 손자를 데리고 병문안을 왔다. 열 살짜리 손녀 다미는 오자마자 식탁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다. 네 살짜리 손자 태윤이는 내방 옆에 있는 리모컨을 가지고 와서 “할베이, 어어”하며 텔레비전 어린이 프로를 켜달라고 한다. 백발의 아내는 주방 식탁 앞에서 조용히 성경을 읽고 있다. 내가 다시 보고 싶던 아름다운 광경이다. 성경 속에서 소경을 데리고 들에 나가 예수가 진흙에 침을 썼어 소경의 눈에 바른 후 묻는 장면이 떠오른다.

“지금 내게 뭐가 보이느냐?”

“뿌연 안개 속에 나무들이 어른거리는 것 같습니다.”

내가 그렇게 세상을 보아왔는지도 모른다. 성경속의 예수는 다시 소경의 눈에 침을 바른 후 묻는다.

“이번에는 세상이 어떻게 보이느냐”

소경에서 명확한 세상이 보이고 있었다. 주님은 나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을 제거하고 바른 세상을 보게 해 주시려고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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