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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꾼 대통령

운영자 2024.03.19 10:22:51
조회 126 추천 1 댓글 0

몇 년 전 칠월의 뜨거운 태양이 쏟아지는 어느날이었다. 일이 있어 서울구치소를 갔을 때였다. 우연히 만난 한 교도관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사동의 삼층에 있는데 뜨거운 사우나통 안에 있는 것 같을걸요. 노인이 죽지 않을지 몰라. 슬라브 건물 삼층이 태양열을 직통으로 받아서 불덩어리예요. 예전 같으면 아래층으로 바꾸어 주는데 주변에서 특별대우라고 난리 치니까 이젠 그렇게도 못해요.”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찜통 속에 있는 걸 알았다. 대통령을 그만두고 징역 생활을 하느라고 고생이 심한 것 같았다. 대통령마다 공이 있고 과도 있을 것이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고 사람마다 그릇의 크기와 능력이 다를 것이다. 정말 잘못한 것이 아니라면 임기가 끝난 대통령 마다 진창에 던져놓고 그렇게 해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도 칭찬해 주고 존중해 주어야 더 신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천구백팔십팔년 현대건설의 이명박 회장이 소련 대통령 고르바쵸프와 만났다. 북방정책의 첨병으로 대우나 현대의 기업가들이 소련으로 들어가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소련 대통령 고르바 쵸프가 그를 찾아온 현대건설의 이명박 회장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될 당시 북한이 공업이 더 발달하고 국민소득도 높았습니다. 남한은 겨우 농업에 의존하는 수준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북한이 남한보다 가난합니다. 왜 그렇게 됐을까요? 북한은 공산주의를 채택했고 남한은 자본주의를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그런 체제를 채택하도록 종용한 것은 우리 소련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문제는 소련의 책임이 큽니다. 한국과 북한은 분단 전에는 같은 언어와 같은 문화를 가진 한민족이었던걸로 압니다. 남한과 소련의 국교가 열리고 경제협력을 하게 되면 그 열매를 북쪽에도 나누어 줍시다. 소련은 그래야만 할 도의적 책임이 있습니다.”

고르바쵸프는 스탈린의 소련이 한 일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개방과 개혁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내놓고 구 소련의 장막들을 거두었다.

그 무렵 나는 정부의 특수팀에서 일하는 통일부의 공무원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북방정책은 형태가 다른 전쟁일 수 있습니다. 군인이나 무기 대신 기업가가 상품을 가지고 싸우는 겁니다. 전쟁에서 땅을 점령하듯 우리는 공산권에 상품시장을 개척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동유럽부터 시작해서 소련을 파고 들어가고 있어요. 그 마지막 목표는 북한이 되는 거죠. 평양시내에 우리의 체인점이 들어가고 북한에 한국기업의 백화점이 들어갈 날이 올 겁니다.”

현대의 전쟁이 어떤 것인지 그 의미가 뭔지를 알 것 같았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남북한이 힘을 합치면 경제력으로 중국 소련을 흔드는 대국이 될테니까요. 그러니 정치논리였던 반공에 더이상 잡혀 있지 말고 남북이 평화공존을 하면서 느슨한 국가연합이나 연방제로 가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 정권의 사람들과 수십번 만나 얘기하고 그곳 상황을 파악한 결과 얻은 제 의견입니다. 물론 보수 논리나 반공에 세뇌된 여론을 이길 자신은 없습니다. 중국의 경우 남북이 협조하고 하나가 되는 걸 핵을 가지는 것보다 더 싫어합니다. 북한을 보세요. 온통 중국의 상품시장이 됐습니다. 질좋은 한국상품이 들어가야 합니다.”

말을 해 준 그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통일부 공무원이었다.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가진 보수성향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하는 말이 신빙성이 있는 것 같았다. 그 시절 북방정책의 첨병이 된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나 현대건설의 이명박 회장은 최전선에서 싸우는 장수 같은 역할을 수행해 낸 것 같았다.


그 후 이명박회장은 대통령이 되고 감옥에 가고 징역생활을 오래 한 후 석방이 됐다.

이천이십사년 삼월십이일자 중앙일보에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이 보도된 걸 봤다.

그는 재임기간중 세일즈를 한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천구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출과 관련해서 이미 프랑스의 수주가 내정되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국왕에게 밤이고 낮이고 체면을 차리지 않고 여러 차례 전화해서 한국기술이 만들어 내는 원전을 설치해 보라고 사정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비서진이 대통령은 공사를 따기 위해 물불 안가리는 기업가가 아니고 한 국가의 대통령이니까 체면을 살려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뼈속까지 기업가정신이 박힌 사람이었다. 팀을 꾸려 세일즈맨 같이 갔다. 요즈음 같은 국빈 초대가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공을 들인 끝에 ‘첫 원전수출’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도 그때그때 시대가 요구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대통령마다 그 그릇이 다르고 능력이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경영자였고 장사꾼 대통령의 역할을 잘 수행해 낸 것 같다. 장점은 길고 단점은 짧다. 긴 장점이 짧은 단점을 덮어주어도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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