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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 임종도 못봤슈 2

운영자 2010.01.15 16:15:25
조회 334 추천 0 댓글 0

    그날부터 청년들은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떠들고 웃고 했다. 나가는 직장이 없는지 그들은 매일같이 하루 종일 들어앉아 화투를 치며 떠들고 싸우곤 하는 것이었다. 

    “죄송하지만 함께 사는 집인데 좀 조용해 주세유.”

    아픈 어머니를 보다 못한 E는 청년들에게 부탁을 했다.

    “X할, 내 돈 주고 내가 사는데 왜 지랄이야? 저 아저씨 이렇게 된 거 아니야?”
    나이가 열 살이나 아래인 청년들은 손가락으로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빈정거렸다.

    E는 청년들의 불량기에 주눅이 들어 방으로 돌아와 구석에 웅크려 앉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노동일이 없어 집에서 쉬던 E는 답답한 속에 깡 소주만 부어 넣고 있었다. 마른 나무토막같이 된 어머니는 간간이 가냘픈 숨을 내쉬면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건너편 방에서 가수들의 요란한 노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E는 귀신에 홀린 듯 벌떡 일어나 그 방으로 가고 있었다. 손에는 어느새 방바닥에 있던 사기 재떨이가 들려 있었다. 그는 맞은편 방의 미닫이를 살며시 열었다. 청년 하나가 음악을 크게 튼 채 누워서 손바닥으로 장단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E는 청년 머리 쪽으로 다가서면서 손에 들었던 재떨이로 그의 머리통을 ‘딱’하고 내려쳤다. 그리고 도망을 쳐 버렸다.

    “어머니는 제가 도망하구 며칠 만에 돌아가셨어유. 임종도 못봤슈. 맘 편케 해 드릴려다가 오히려 불효막심한 놈이 됐구만유..”

    그는 속에서 설움이 울컥 올라오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다. 육체만 성숙했을 뿐 정신은 아직 유아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남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향락만을 위해 유리로 만든 인형처럼 덤비기만 한다. 자칫하면 자신도 깨어지고 남도 다치게 한다는 걸 전혀 개의치 않고..

    “참느라고 참았는디 술을 먹으니께 환장했든개뷰.. 할 수 있나유? 징역 살아야쥬..”

    재판 일주일을 남긴 그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어둡고 습기 찬 지하 통로를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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