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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도의 비자금 - 6 검사님 닮은 대표

운영자 2009.12.24 14:25:01
조회 617 추천 0 댓글 0

6

검사님 닮은 대표


  담당검사가 주수도의 은닉재산이 2천억원 이상 있다고 회원들에게 말하면서 고소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었다. 회원들은 돈을 받기 위해 목숨 걸고 검사를 지지하는 것 같았다.

싸늘한 바람이 부는 삼월초의 저녁 일곱시 반이었다. 나는 법원근처 일식집에서 두 명의 남자를 만났다. 눈이 부리부리한 사십대 중반쯤의 남자가 명함을 내밀면서 말했다. 명함에는 ‘주수도 은닉재산 찾기 운동본부 대표 ’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뒤따라 온 작달막한 남자가 “저는 사무총장입니다”라면서 명함을 건네주었다. 대표라는 남자가 엄숙한 어조로 선언하듯 이렇게 말했다.


“저는 주수도 회장이 유죄판결을 받게 하기 위해 검찰에 최대한 협조한 사람입니다. 그쪽에서 어떤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끝까지 중형이 나오도록 할 겁니다. 중간에서 잘 생각해서 알아서 처신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회원들의 진정서작성, 피해자진술조서 등 수사의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수도의 심복 부하였다. 주수도의 마케팅복음은 그를 통해서 수십만 회원들에게 대신 전해지기도 했다. 

“주수도의 마케팅 이론이 어떤 겁니까?”

  내가 물었다.


 “그 아이디어는 주수도가 감옥의 똥통 옆에서 만든 건데 그게 세상에 퍼지고 있단 말입니다. 정책적으로 그런 것들을 소탕할 때가 된 겁니다.”


 그의 태도는 판사 같았다. 그가 스스로 술을 한잔 따라 마시고 나서 계속했다.


“저도 사실 핵심 임원이었습니다. 제가 옆에서 경영 상태를 살펴보니까 주수도회장이 중국에까지 거액의 투자를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벌려놓기만 하고 수습할 능력이 없는 것 같아요. 무리한 투자를 하니까 회사의 재원이 줄어들고 회원들의 수당을 주기에 돈이 부족해지는 거예요. 저를 통해 들어온 일만명의 조직원들이 있습니다. 저는 안 되겠다 싶어 그 회원들을 위해서 들고 일어났죠. 그래서 주수도회장을 구속시키고 검사에게 최대한 협조하고 있습니다.”


“주수도회장이 정말 사기꾼 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주수도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제 생각으로 주수도회장 본인은 절대 사기 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죠. 중국 같은 데 투자한 사업이 성공하면 돈을 다 줄 수 있다는 거죠. 그렇지만 우리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같이 온 작달막한 사나이는 텔레비전 뉴스화면에서 본 불쌍한 가장으로 울분을 터뜨리던 사람 같았다.


“사무총장님은 개인적으로 얼마나 피해를 당하셨습니까?”

 내가 그에게 물었다.


“사실 피해를 당한 건 없어요.”


“그러면 왜 텔레비전에 불쌍한 피해자로 나오셨죠?”

 “그거야 정의를 위해 나온 거죠.”


 그 역시 피해자가 아니라 마케팅을 전파한 중간 간부였다. 


 “그러면 사무총장님도 마케팅이론을 전하고 회원들을 끌어들이신 입장 같은데 그 마케팅 이론이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사기입니까?”


“그건 따질 문제가 아니죠. 주수도회장의 말은 무조건 신자같이 그냥 믿어야 하는 거예요.”


 그는 궁색한지 엉뚱한 종교적 논리 쪽으로 피하고 있었다. 

 “앞으로 다른 피해자 대표들도 만날 건데 어떻습니까?”


  내가 앞에  있는 두 사람의 의견을 물었다.


 “이 다단계조직은 말 못하는 인간이 없습니다. 무늬는 피해자라고 하지만 여러 종류의 인간들이 있죠. 피해자대표라는 인간들도 그렇습니다. 어느 게 진짜고 어느 게 가짜인지 잘 구분해서 협상 하세요.”


 얼마 후 사무총장이라는 사람이 내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모든 보상을 다 해 줄 것을 약속하더니 어떻게 된 거냐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듣기만 하겠다고 분명히 말했었다. 그는 회원들을 무마하기 위해 나를 만난 사실까지 이용하는 것 같았다. 모략을 당한 기분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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