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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과 언론의 공개처형

운영자 2014.08.27 10:07:37
조회 871 추천 3 댓글 0
남몰래 원조교제를 했던 가장이 가족들과 밥을 먹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찾아왔다. 성을 판 소녀의 아버지였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가장에게 다가와 따귀를 때렸다. 얻어맞은 가장은 침묵했다. 남자는 또 따귀를 때렸다. 따귀가 몇 대 계속됐다. 그걸 본 아이가 울었다. 보다 못한 노모가 “애비야 네가 무슨 잘못을 했니?”하면서 어쩔 줄을 모른다. 가장인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는 고층아파트 베란다 아래로 떨어져 처참하게 죽었다.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검사장이 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 같다. 얼굴과 이름이 그대로 드러난 보도가 실시간 중계같이 연일 나오고 있다. 영화 속의 따귀보다 훨씬 강도 높은 사회적 뭇매라는 느낌이 든다. 검사장뿐 아니라 검찰조직 전체의 상처인 것 같다. 전문가들은 성도착의 일종인 노출증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의 사회적 존재는 이미 사망했다. 자신의 병이 파멸을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진행과정을 보면서 이런 게 과연 사회정의일까 의문이 솟는다. 

폭로와 명예살인의 배경에서 증오와 불법 그리고 집단적 광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도대체가 이상한 나라다. 변호사도 수사내용을 알 수가 없다. 심지어 법정의 재판장이 공식적으로 수사내용을 알려달라고 해도 거절한다.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그런 수사기밀이 특정인에 대해서는 예외다. 

수사기관이 미운 놈에 대한 정보를 언론에 흘려 제거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속칭 무슨 게이트라고 불려지는 뇌물사건을 수사하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다. 정관계 곳곳에 뇌물을 뿌리면서 사업을 하다가 걸린 사건이었다. 겉으로는 수사라지만 내용은 수사책임자가 기업가에게 뇌물을 준 사람 몇 명만 불어달라고 사정하는 모습이었다. 기업가의 입에서 이름만 나오면 다음날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거명된 사람은 침몰했다. 훗날 그 기업가는 수사책임자가 개인적으로 미워하는 출세의 경쟁대상을 말해주기를 요구하더라는 얘기를 했었다. 국민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적인 수사사항을 관계자들이 개인소유물 같이 악용한 것이다. 수사 중인 사실을 흘리면 피의사실 공표죄로 처벌을 받게 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그들을 아무도 단죄할 수 없다. 그런 악의적인 수사방식이 조직적인 정치공작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거물정치인이 있었다. 기관원이 끈질기게 따라붙어 간통을 발견했다. 관계자들은 남편을 끈질기게 회유해서 그 정치인을 고소하게 했다. 수사기관은 조사상황을 실시간으로 흘려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그 정치적 거물은 허우적대다가 영원히 사라졌다. 

지금은 명예가 목숨 같은 시대다. 이제 정치적 암살은 없다. 대신 언론을 통한 명예살인이 존재한다. 자칫하면 생사람 잡을 수 있는 세상이다. 

부장판사를 하는 친구로부터 이런 고백을 들은 적이 있었다. 퇴폐업소에 대한 판결을 자주 하다 보니 도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하더라는 것이다. 어느 날 그는 기록에 나오는 그 업소에 몰래 손님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난감한 일이 터졌다. 갑자기 문을 박차고 단속 경찰이 들어오더니 신분증을 보이며 “모두 무릎 꿇어”하고 명령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신분을 도저히 밝힐 수 없었다. 무릎을 꿇은 채 곤욕을 치르다가 간신히 그 장소를 빠져나왔다고 고백했다. 담당 경찰관이 “기자를 불러 드릴까요?”하는 소리에 그는 혼비백산을 했었다고 했다. 

서울근교의 법원장으로 있던 친구가 어느 날 신호위반으로 경찰관에게 걸렸다. 담당경찰관은 법원장인 걸 알고 “제가 싼 걸로 적당히 끊어드릴께요”라고 하면서 티켓을 발부했다. 몇 달 후 즉결심판을 담당하는 서기가 법원장방에 들어오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보고했다. 법원장님이 노상방뇨로 걸려 즉결심판에 회부됐다는 것이다. 깜빡 그 사실을 잊고 있다가 졸지에 오줌싸개가 됐다. 지역신문에라도 한줄 났으면 큰 망신을 당할 뻔 했다고 그는 고백했다. 

집단적인 파괴의 쾌감은 악마가 사람들의 마음에 뿌리는 씨앗이다. 정의라는 명분으로 자행하는 수사기관과 언론의 합작품인 공개처형은 좀 더 신중해 져야 하지 않을까. 용서와 사랑이 있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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