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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13)-도(道)를 아십니까

운영자 2015.04.22 09:56:07
조회 940 추천 1 댓글 0
도(道)를 아십니까 

  

부산으로 재판을 하러 갔을 때 겪었던 또 다른 영혼도둑이 있었다. 좀 다른 장르의 도둑이었다. 찬바람이 부는 부산 남포동 부근에서였다.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에서 나와 길을 걸을 때였다. 안경을 쓴 작달막한 남자와 키 큰 청년이 내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잠깐만요. 저희는 마음을 닦는 선사인데 제 속의 영이 선생의 영을 알아보네요. 선생님은 전생이거나 이 생에서 엄청나게 기도하고 도를 닦은 분이라고 영이 속삭이네요.”

나름대로 열심히 기도하고 성경 읽고 교회에 나가긴 했다. 그걸 진짜 짐작하는 건지 접근하기 위한 사기행위인지 궁금했다.

“진정한 도(道)를 알고 싶지 않으십니까?”

안경이 묵직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그들은 한발자국 앞으로 다가서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선생님 이건 보통 인연이 아닙니다. 선생의 조상 중에 업을 지은 사람이 있습니다. 자손 중에 선생이 조상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훌륭한 분입니다. 저를 수호하는 영이 그렇게 가르쳐 주는데 제가 도저히 못가겠습니다.”

호기심이 솟았다. 그렇지만 거절해야 할 것 같았다.

“미안합니다. 제가 바빠서요”

내가 다시 그렇게 말하고 가려고 했다.

“정 그러시면 제가 한마디만 해 드릴 수 있게 잠시만 시간을 내 주십시오. 선생의 조상에 관련된 얘긴데 그것도 힘들겠습니까?

그들은 악착같았다. 나는 갑자기 그들이 그렇게 열심히 하는 목적이 궁금해졌다. 기독교의 전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집요했다. 그들의 행태를 알고 싶었다. 

“왜 이렇게 추운 밤거리를 다니시는 겁니까? 세상에 뭐를 전하고 싶은 거죠?”

내가 물었다. 작달막한 사내의 안경알 뒤로 ‘드디어 낚시를 물었구나’하는 눈빛이 살짝 비쳐 나왔다. 나는 그들의 낚시에 걸리기로 했다. 그들 두 명을 데리고 옆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저희는 지혜를 세상에 전하려고 이렇게 다닙니다.”

안경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혜가 뭡니까?”

내가 물었다.

“덕을 쌓는 겁니다.”

“덕은 뭡니까?”

“자비입니다”

안경 낀 사나이는 가지고 있던 경전 같은 책을 내 앞에 펼치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미륵불을 모시는 수행자입니다. 우리 도량에는 그 불력이 강하다는 성철스님도 감히 들어오지를 못했습니다. 미륵불이 우리 수행자에게 영을 주어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하고 귀를 밝게 합니다. 제 영의 눈으로 보니까 지금 선생의 주위에는 원한이 서린 조상들의 혼과 죽은 귀신들이 우글거립니다. 조상의 혼이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바람에 선생은 많은 고통과 장애를 겪으셨을 겁니다. 저는 이승에서 선생을 처음 뵙지만 제 영의 눈이 우리 조상끼리 인연이 있다는 걸 말해줘서 이렇게 무례를 하면서도 말씀드립니다.”

이쯤 되면 그의 주술에 걸릴 만도 하다. 삶의 장애와 고통의 원인을 말해주겠다는데 그 말을 믿고 싶어질 게 당연할 것 같았다. 

“아이들이 막 태어날 때 머리 한가운데 천문이 팔딱팔딱 뛰잖아요? 그건 그 순간까지 자기의 전생과 통하고 알고 있다는 겁니다. 또 아기들이 옹아리를 하면서 벽을 보고 웃고 하지요? 그건 자기의 과거와 전생에 대해 의사를 소통하는 행위입니다.”

그는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의미부터 아이들에게 ‘도리도리 짝짜꿍’ 하는 게 다 인생의 근본원리를 말해주고 있다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들 말의 출처가 어딘지 근거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문득 그들이 얼마나 폭넓은 종교적인 지식이 있는지 시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동안 정신세계에 관련된 책들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크리슈티나 무르티 와 라즈니쉬를 읽었다. 고시공부시절 절에서 몇 년을 보낸 적이 있었다. 해인사 원당암시절 반야심경을 외워야 밥을 먹었다. 조주와 남전부터 선사들의 일생과 불경을 읽어 보았다. 일본 스즈키 다이세스의 선에 관한 것도 읽었었다. 책에서 읽었던 불교계의 유명한 화두를 그들은 어떻게 풀이하나 알고 싶었다. 

“미륵불을 믿는 분이라면 유명한 화두인 ‘병속의 새’를 한번 꺼내보시죠”

내가 말했다. 김성동씨의 소설‘만다라’에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다. 목이 좁은 병속에 갇힌 새를 꺼내라는 질문이었다. 의미가 깊었다. 새라는 건 단순한 게 아니라 인간의 집착과 번뇌 야망 같은 욕심을 상징하기도 했다. 새가 갇힌 병이라는 것은 그런 탐욕을 속에 키운 인간의 껍데기인 몸일 수 있었다. 결국은 인간이 인간의 집착과 탐욕을 어떻게 없앨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은유와 이중삼중의 해석이 가능한 화두였다.

“병뚜껑이 열려있습니까?”

안경이 물었다. 아니꼽다는 표정이 스쳐갔다.

“열려있다고 해도 좋고 닫혀있다고 해도 좋습니다. 다만 병목이 좁아서 새는 그냥 나오기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어디서 듣긴 들은 얘긴데-----”

안경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옆에 함께 있던 키튼 청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유심히 보니 험상궂은 인상이었다. 안경이 힘껏 권위를 갖춘 얼굴로 찍어누르듯 말했다.

“이봐요 선생, 가르침에 있어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미륵님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선생 조상의 원한을 줄여드리느냐 하는 겁니다.”

“병속의 새를 일단 꺼내보라니까요”

내가 버텼다. 법정스님은 ‘직시하는 것’이라고 책에서 그 답을 말하고 있었다. 고통과 욕심을 직시하는 순간 자신이 거기서 빠져나와 객관화된다는 것 같았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요 선생”

안경이 신경질적으로 나를 깔아뭉개고 화제를 바꾸려고 했다.

“뭐가 더 중요하다 아니다하는 판단주체가 꼭 그쪽이어야 하는 건가요? 그건 자기가 심판자라는 또 다른 독단이 아닌가요?”

그때 옆에 있던 청년이 끼어들었다.

“병을 확 깨버리면 안되나요?”

새는 망상이고 병은 머리통 즉 두개골로 볼 수도 있었다. 그는 집착망상을 없애버리기 위해서 자살을 해 버리면 된다는 어리석은 대답을 하고 있었다. 대충 그들의 수준을 알 것 같았다.

“물을 콱 부어버리면 안될까?”

안경이 내뱉었다. 그들은 완전히 가짜였다. 안경이 잠시 참다가 다시 그들의 경전속의 도표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 진리를 들어보세요.”

“전 이제 그만 일어설께요.”

내가 말했다. 갑자기 그들의 인상이 잡아먹을 듯 험해졌다. 안경이 분을 참으면서 내뱉었다.

“한 서린 조상이 구천을 떠돌고 있는데 우리 절에 촛불하나 바칠 수 없겠습니까?”

결국 그들의 목적은 돈이었다. 그렇게 상습적으로 어리석은 영혼들을 잡아 갈취를 하는 사기범이자 공갈범이었다.

“저는 매일같이 하나님께 기도하고 성경 보는 크리스챤이예요.

자 얘기는 여기서 이만 그칩시다. 차나 한잔 따뜻하게 마시고 가세요.”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들에게 말했다.

“이런 씨발”

얼굴이 험악한 남자가 당장 한 대 칠 듯이 인상을 썼다. 본의아니게 그들을 약 올린 셈이 됐다.

“좋아 차는 한잔 마셔주지”

안경이 빈정대며 나를 놀렸다. 이럴 때 나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기도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보는 앞에서 눈을 감고 기도했다.

‘주님 세상에는 이렇게 사람들을 해치는 악령들이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그들을 이길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는 눈을 떴다. 내 앞에 있던 두 남자가 갑자기 주눅든 얼굴로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기도하는 사이에 성령이 그들을 제압해 준 것이다. 하나님은 더러 내가 싸우는 상대방에게 공포를 심어주어 나를 보호해 주었다. 성경을 보면 전쟁 속에서도 상대방 군대에 하나님이 공포심을 심어주는 경우도 많았다. 내가 그들에게 점잖게 말했다.

“들어주고 차 한 잔이라도 따뜻하게 대접받는 것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시오. 믿음이란 감사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요. 알겠소?”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양같이 되어 대답했다. 그 순간 나는 기도의 힘을 다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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