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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감옥에서 날아온 편지

운영자 2015.07.02 09:47:51
조회 586 추천 0 댓글 0
대만의 감옥에서 편지 한통이 날아왔다. 19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7년째 감옥생활을 한다는 이복길씨였다.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절규하는 심정으로 구원을 청하는 것 같았다. 그는 대만이 ‘국제 수형인 이송법’을 만들어 협정을 맺은 국가의 범죄인은 본국으로 보낸다고 했다. 같은 감옥 안에 독일인이 있었다고 했다. 그 독일인이 본국에 편지를 쓰자 독일 법무부 관리가 대만으로 와서 즉각 협정을 체결하고 국민을 데려가는 걸 봤다고 했다. 해외에서 한 개인에게 나라란 어머니 같은 보호자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청와대에 편지를 보냈다. 청와대에서는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라는 답만 왔다. 그러나 그 후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는 한국 법무부에 편지를 썼다. 법무부에서는 외무부에 알아보라고 했다. 외무부는 답이 없었다. 

그는 이번에는 한국 인권위원회에 도와달라고 편지를 썼다. 인권위원회는 대만 한국 대표부에 알아보라고 했다. 대만관리들은 자국민에 무관심한 대한민국이 이상한 나라라고 고개를 갸웃했다고 한다. 

그 편지를 읽으면서 얼마 전 봤던 ‘집으로’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파리공항에서 한국여성이 마약 운반범으로 체포되어 외딴 섬에 있는 감옥에 갇혔다. 한국에 있던 남편이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을 비롯해서 여러 곳에 아내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아이를 데리고 노동을 하는 남편은 호소하는 것 외에는 힘이 없었다. 대한민국은 냉랭했다. 영화 속 한국 외교관들의 목표는 자신의 출세였다.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진 한명의 국민보다 국내에서 온 VIP들의 눈도장을 찍는 데 더 바빴다. 

국민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미국은 자국의 국민 한 사람이 북한에 억류되었을 때 전직대통령까지 출동해 국민을 구해냈었다. 15년전쯤 이태원에서 외국인끼리의 살인사건이 있었다. 미국인 여대생이 영등포 구치소에 구속됐다. FBI한국 지국장이 내게 미국인을 변호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미국대사관에서는 재판 때 마다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미국인 목사가 그녀를 돌봤다. 국민 한명에게 국가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봤다. 

나는 대만감옥에 있다는 이복길씨의 가족에게 연락해 보았다. 파출부로 나가던 그의 부인은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돈이 없어 대만에 면회를 갈 수도 없다고 했다. 봉제업을 하던 남편이 해외로 떠돌다가 그나라 감옥에 갔다고 했다. 환갑을 넘은 남편은 당뇨로 이빨이 다 빠지고 대만의 감옥 안에서 중풍으로 쓰러진 적도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더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면서 체념하는 것 같았다. 해외에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국민이 늘어날 수 있다. 법망에 걸릴 수도 있고 해적이나 테러단체에 납치될 수도 있다. 

아랍권 건설현장에 파견되어 나갔다가 현지 감옥에 갔던 선배가 있었다. 공사를 따기 위해 돈을 준 게 뇌물죄로 걸려든 것이다. 3년의 징역생활동안 정말 힘든 것은 낯선 타국에서의 처절한 외로움이었다고 했다. 누가 한번 찾아와 주기라도 했다면 암흑 속에서 빛을 보는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는 감옥에 있는 이를 찾아가라고 했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어도 함께 하는 그 자체로 큰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외국의 감옥에 있는 우리 국민을 위해 관리들이 좀 더 적극적일 수는 없을까. 한국 공무원의 진실한 행동 하나 만으로도 대한민국에 대한 고마움이 뼈에 사무칠 것이다. 죄가 미워도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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