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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1)-헤롯의 피부병

운영자 2015.03.02 10:06:18
조회 801 추천 0 댓글 0
헤롯의 피부병

  

대학병원 진료실 앞 비닐소파에서 기다린 지 한 시간이 됐다. 군중같이 많은 환자다. 광야를 갔다 온 후 팔과 다리에 못자국 같은 상처가 나타났다. 기도하러 간 내게 주님이 준 기념도장쯤으로 가볍게 생각했다. 욕창같은 구멍은 점점 넓어지면서 깊어졌다. 동네 의원에 가 보았다. 그걸 본 의사는 고개를 갸웃 하면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초진을 한 의사는 대학병원에 가더라도 임상경험이 많은 나이 먹은 의사를 꼭 선택하라고 당부했다. 확진할 의사가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얘기였다. 그 모호한 말에는 죽음의 냄새가 배어 있는 것 같았다. 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하고 경험 많은 의사의 특진을 받았다. 백색가운의 머리가 센 의사의 하얀 느낌은 경륜이었다. 그는 슬라이드를 보고 있던 현미경에서 눈을 떼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세포 안에 충(蟲)이 보입니다. 도대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정체불명입니다. 근래에 어디 갔다 오신 적 있습니까?”

“예 광야에 나갔다 온 적이 있습니다.”

“광야요? 사막 말입니까?”

의사는 뭔가 실마리라도 잡으려는 듯 투명한 안경 뒤의 작은 눈을 반짝였다.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해서 40년 동안 이동한 광야에 갔다 왔습니다.”

“그렇다면 원인불명의 독충이 몸속에 알 수 없는 균을 집어넣은 것 같습니다. 그 균이 내장 쪽으로 침투하면 고열이 나면서 고비를 맞이하실 가능성이 의학계에 보고되고 있습니다. 일종의 중동의 풍토병에 걸리신 걸로 보면 됩니다.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치료할 수도 없습니다. 국내에 약이 없습니다. 중동 쪽의 독충이 원인이 된 희귀한 병에 대해 제약회사에서 약을 생산할 수 없는 거죠. 그동안 몇 달 상처를 방치했으면 균이 내장의 어디까지 침투했는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정체불명의 어떤 놈이 몸속에서 나를 먹으면서 자라고 있었다. 두려움과 절망감이 엄습했다. 왜 그분은 나를 광야로 나오라고 했을까 그리고 이런 몹쓸 병을 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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