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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힘

운영자 2017.03.19 20: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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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에 갔다가 희귀한 독충에 물린 적이 있었다. 중동지역 특유의 독충이었다. 독충의 알이 몸을 숙주로 삼아 번식한다고 했다. 팔목과 정강이 쪽의 피부가 벗겨지고 썩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대학병원에 갔다. 어떤 의사도 고개를 갸웃하며 치료방법을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매일 새벽에 교회를 가서 간절히 기도했다. 세상 그 누구도 나의 아픔에 공감하고 동참해 주는 것 같지 않았다. 의사나 과학 어느 누구도 의지할 수 없을 때 간절한 기도가 나오는 것 같았다. 절실히 하나님께 매달렸다. 세상에서 한 사람이 죽는 것은 가을에 낙엽 한 장이 툭 떨어지는 것 같이 자연의 법칙이다. 의사들에게도 한 사람의 죽음은 일상의 경험일 뿐이다. 그러나 내게는 우주가 없어지고 종말이 오는 큰 사건이었다. 언젠가는 죽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열심히 기도했다.


 얼마 후 하나님은 헌신적인 한 노인의사를 내게 알려주셨다. 그는 열대지역에 봉사를 다니다가 나같이 독충에 물린 사람을 한번 치료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 독충의 알이 핏줄을 타고 내장으로 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놈들은 피부에서 번식하고 있었다. 의사는 마이너스 173도의 액체질소를 상처에 발라 독충의 알들을 모두 얼음덩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다시 살아났다. 여섯 달 동안 나의 꿈은 뜨거운 욕조 속에 들어가 몸을 담그는 것이었다. 완쾌가 되고 난 후 목욕탕에 갔을 때 나는 충만한 행복을 느꼈다.

  

36년이라는 세월 저쪽의 이십대 말에 있었던 일이었다. 나는 거의 십년 가까이 사법고시 준비생이었다. 조선시대의 과거같이 법대생들은 일생을 걸어놓고 도박 비슷하게 도전했다. 합격하면 용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일생을 낙오자로 끝이 났다. 계속 시험에 떨어진 나의 마지막 기회였다. 


​새벽 두시 창밖의 밤하늘에 별이 총총했다. 나는 그 별을 보면서 간절히 기도했다. 이제 세상에서 출세하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고 고백했다. 낙오자로서의 비뚤어진 열등감을 치료하고 싶다고 빌었다. 한번만 합격시켜주면 연탄배달 구루마를 끌더라도 평생 행복하게 살겠다고 빌었다. 간절한 기도는 하늘에 닿는 것 같았다. 바로 그해에 합격을 했다.


 냉정하게 반성해 보았다. 나는 합격할 인재가 아니었다. 머리가 둔했다. 또 집요한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를 아는 주변에서 내심 합격할 인물이 아닌 걸로 판단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때 공부했던 책들을 36년이 지난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그 책들을 더러 꺼내본다.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많다. 나는 결국 그때 했던 간절한 기도로 합격했다고 지금도 확신을 한다. 

  

세상에는 돈이나 권력의 힘이 있고 지식의 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기도의 힘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약한 자의 간절한 기도는 하늘에 닿는다. 기도의 힘이야말로 성실한 힘이며 산도 옮기고 바위도 깨뜨리는 힘이다. 기도는 정신적 생명을 얻는 비결이다. 기도 없는 사람에게서 위대한 정치, 위대한 예술, 위대한 문학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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