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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시민권으로서의 복지

운영자 2008.11.06 15:01:59
조회 863 추천 0 댓글 2

제4장 사회통합과 공동체의 회복

사회적 시민권으로서의 복지

  한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연대의 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 연대란 취약계층에 대한 공동체의 지원과 보호를 뒷받침하는 사회구성의 원리로서 역사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되어 왔습니다. 과거 전근대사회에서 동족집단이나 촌락공동체, 종교조직 등을 중심으로 온정주의적 차원에서 이루어져 온 공동체적 유대는 자본주의적 근대화와 함께 약화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서구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국가가 다루어야 할 영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과거 근대화 이전의 공동체적 유대는 약화되고 이를 대신할 수 있는 국가의 역할은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IMF 경제위기를 겪고 나서 그나마 가족에 의존했던 유대마저 해체되고 있습니다. 가족, 지역, 국가 중 그 어떠한 유대와 공동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무한경쟁 속에 수많은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이 그대로 노출되어 방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가족이나 지역 공동체의 유대가 약화된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연대에 대한 논의는 일차적으로 국가를 중심으로 한 사회복지를 확충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 연대에 기초한 복지체계가 그것입니다.

  사회복지를 고민할 때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시민권(citizenship)이라는 개념입니다. 영국의 사회학자 마샬(T. H. Marshall)은 서구 사회에서 시민권이 18세기 이후 시민적 권리, 정치적 권리, 사회적 권리로 확대․발전하여 왔다고 지적합니다. 이 가운데 사회적 권리의 개념은 현대 복지국가의 철학적 근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복지에 대한 시민권적 관점은 단순히 시혜적 차원의 자선 구제가 아니라 ‘권리로서의 사회복지’를 강조합니다. 이는 국가에 대해 최소한의 구빈 시책에서 벗어나 국민의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복지제도와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구 복지국가는 이러한 사회적 시민권 개념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사회적 시민권 개념은, 생산의 효율성 극대화와 경제성장을 실현하는 시장논리와 달리, 자본주의 체제의 내재적 결함인 경제적 불평등의 축소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개념으로 기능했습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경험은 사회적 시민권 없는 민주주의가 시장의 패자들에게 얼마나 가혹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절차나 제도에 있어서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루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형식적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실질적 민주주의를 성취할 수 있으려면, 사회적 시민권에 기반한 복지 체계를 확립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포괄적 연대의 구축은 사회 구성원을 불안정과 빈곤으로부터 보호하고 사회적 균열이 극단화될 위험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기초를 강화합니다.

  무엇보다 튼튼한 복지체계는 건전한 공동체와 사회를 만듦으로써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과 환경을 제공하는 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무한경쟁 시대에 공동의 선을 추구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어렵습니다. 모든 인간 개개인이 최소한의 자존을 지킬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할 때에만 사회통합도 공동체도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사회복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주의니 좌파 정부니 하는 비판을 앞세웁니다. 한나라당은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무슨 복지냐고 소리를 높입니다. 그러나 사회복지를 이룩하는 데는 어떤 하나의 방식, 양자택일의 길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1982년 스페인 민주화의 결과로 등장한 곤잘레스 정부는 프랑코 독재 시기보다 경제가 훨씬 악화된 상태에서 강력한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을 시도했지만, 동시에 이로 인해 위험에 노출된 사회 하층을 위하여 사회복지 지출을 확대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스페인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복지국가의 건설이 동시에 진행된 것입니다.

  한국사회도 외환위기 이후 이 두 가지를 병행해서 발전시키려 노력하였지만,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집중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시장과 민주주의 중 어떤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시장과 민주주의가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정치가가 앞으로 해야 할 과제라고 믿습니다.

  그 동안 한국사회는 사회복지의 문제를 경제성장이나 발전이 이루어질 때에만 가능한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사회는 사회 양극화의 측면만이 아니라 고령화와 여성 가구주 증가 등 인구구성의 측면에서도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복지수요가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이를 단순히 비용으로만 생각하거나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하기보다는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전제조건으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합니다.

  성장에 투자될 몫을 줄여서 복지비용으로 쓰자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통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만이 한국경제의 성장기반을 튼튼하게 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경제가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온전한 삶을 누려야 하고, 이들이 단순히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한국경제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일원으로서 자기 몫을 담당해야 합니다. 생산의 확대가 소득증대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소비증대를 가져옴으로써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복지란 한나라당이 주장하듯이 경제발전에 장애가 되는 것도, 일부 진보진영에서 주장하듯이 가진 자의 몫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또한 국가나 사회가 사회적 약자나 저소득층에게 단순히 시혜를 베풀거나 온정주의적으로 나눠주는 것을 의미해서도 안 됩니다. 사회복지의 기반을 튼튼히 함으로써 공동체가 회복되고 건전한 사회통합이 이루어질 때 경제도 활성화되고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경제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사회가 해체되고 공동체가 위기에 처한다면 시장경제도 민주주의도 의미를 잃게 됩니다. 인간 사회는 무한경쟁의 원리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사회집단 간의 이익갈등과 시장경쟁은 사회통합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연대하고자 하는 노력과 병행되어야 합니다. 사회통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생산적 자원의 비효율적인 낭비로 간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미래를 위한 사회적 투자로 인식될 때, 튼튼한 시장경제와 활력 있는 민주정치가 꽃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사람인 ‘투자의 현인’ 워런 버펫이 자기 재산의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해서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내 자식들은 능력주의를 지향하는 이 사회에서 엄청나게 유리하게 출발했다. 거대한 부의 대물림은 우리가 평평하게 만들어야 할 경기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은 선진국의 문화가 부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빈곤 해소나 경제․사회적 불평등의 완화는 몇몇 계몽된 부자들의 선의와 자선에 기대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치의 기능을 통해 부자들의 기부에 기대지 않고도 빈곤을 완화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감소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독재와 싸워 민주주의를 쟁취하고자 했던 진정한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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