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복지 한국을 위한 과제

사회적 수요에 부합하는 교육

  나는 앞에서 우리 교육문제의 원인은 일반 대학에서 일반 지식 중심의 교육을 하는 일원적 교육체계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체계는 인적 자원에 대한 사회적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청년실업의 문제는 이러한 교육체계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들어 전체 실업자 수는 줄고 있지만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크게 늘고 있습니다. 2006년 8월까지 월평균 실업자 수는 85만 3,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만 8,000명 줄었지만, 대졸 실업자 수는 16만 8,000명으로 오히려 2만 1,000명이 늘었습니다. 이러한 고학력 실업자의 증가는 전통산업의 일자리가 급감하고 신산업 분야에서 고급 일자리가 나오지 않고 있는 데 일차적 원인이 있겠지만, 일자리가 있어도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업을 포기하는 데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적 자원에 대한 교육의 공급구조와 사회적 수요구조 간의 큰 격차가 청년실업을 낳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와 같이 사회적 수요에 어긋나는 일반대학 중심의 교육체제는 사회와 노동시장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노동시장과 교육체제를 연계하는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나는 산자부장관으로 있으면서 이러한 측면에서 최대한 노력을 했습니다. 질 좋은 성장은 물론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자부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초점을 둔 것은 대학 교육의 혁신과 직업기술 교육의 강화였습니다. 특히 직업기술 교육체계의 혁신은 사회이동 통로의 다양화를 통해 해묵은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한 방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직업기술 교육체계를 일거에 혁신하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매듭을 풀어 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산업계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학 교육 혁신에 착수하였습니다. 산업자원부가 교육인적자원부와 손을 잡고 2007년부터 전국 74개 주요 공과대학의 특성화를 본격 추진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공과대학 혁신전략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경우, 특정 기업 및 산업의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공과대학의 비율이 현재의 26.6%에서 40.2% 수준까지 높아지게 됩니다.

  또한 기업은 대학의 시설, 장비, 연구인력를 활용하여 연구개발 역량을 확충하고, 대학은 산업계 수요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함으로써 교육과 취업을 연계하는, 대학․기업 간 협력 시스템인 가족회사 제도가 2006년의 6,400개에서 2015년에는 50,000개까지 확대될 것입니다. 아울러 2007년부터 공과대학의 산업 기여도를 산업계의 관점에서 매년 평가․공표하고, 산학 협력을 열심히 하는 특성화 대학 위주로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개편이 추진됩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실업계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기술교육을 발전시키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나는 공고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입학한 평범하지 않은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어렵던 시절에 취업이 보장되던 공고로 진학하는 것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분명히 희망을 주는 선택이었습니다. 비록 내가 바라던 진로와는 달랐기에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학을 하기는 했지만, 지금도 나는 전주공고 명예 졸업생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시 함께 공고를 다녔던 친구들은 모두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