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복지 한국을 위한 과제

새로운 교육체계의 필요성 2

  외형적으로 우리 교육은 성과를 내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각종 국제 학력평가 대회에서 한국 학생들이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은 그 한 예일 것입니다. 예컨대 OECD가 주관한 2003년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평가(PISA)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문제해결 능력 1위, 읽기 2위, 수학 3위, 과학 4위의 성적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단계까지 우리 학생들이 보여주는 우수한 실력은 우리의 교육체계가 우수해서라기보다는 대학 입시를 앞두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력을 다해 모든 가용자원을 투입하여 얻어 낸 성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실제로 고등학교 때까지 학원과 과외에 의존하던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는 자율적 학습능력의 부족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대학 경쟁력은 매우 열악한 실정입니다. 평가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세계 100대 대학에 한국의 대학이 겨우 1~2개 정도가 포함된다는 사실이 이를 잘 나타내 줍니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임을 고려하면 이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교육 경쟁력 약화와 함께 더 큰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 교육의 계층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입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신입생 중 과외를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의 비율이 1991년 28.3%에서 2006년에는 72.8%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또한 2004년 서울대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일반 가정 대비 고소득층 가정 자녀의 서울대 입학 비율은 1985년 1.3배에서 2000년에는 16.8배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는 명문대학 진학이 가정의 경제력에 좌우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전통적으로 계층 간 간격을 좁히고 사회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던 교육이 이제는 계층 고착화의 주범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 현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 사회적 이동성이 줄어들므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희망과 미래를 위해, 그리고 사회통합과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도 교육의 기능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그 방향은 한편으로는 수월성의 제고를 통해 국제 경쟁력 확보에 이바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평등성의 담보를 통해 교육격차 해소 및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육은 수월성의 제고와 함께 평등성의 담보라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교육이 수월성 제고에 힘써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백합니다. 세계화가 초래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 경쟁력을 키워야 하고, 국가 경쟁력은 교육 경쟁력에 의해 창출되고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우리는 지금 정보와 지식이 가치 창조의 원천이 되는 지식기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소질, 적성, 능력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얼마나 잘 계발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한 국가 또는 공동체의 명운이 좌우됩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자국 인적 자원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간 대학의 평등화에 초점을 두어 왔던 독일의 경우도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양질의 인적 자원이야말로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담보하는 거의 유일한 자산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절박성은 한층 더한 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교육의 수월성만 강조하게 되면 대단히 우려스러운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는 구성원들 사이에 약육강식의 양상을 초래하게 되어 사회의 파편화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분열과 갈등이 난무하는 사회에서는 교육의 효과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사회의 연대와 통합을 위해서는 교육이 평등한 기회의 보장이자 사회이동의 통로라는 본래의 기능을 수행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출발선의 공정성을 보장함으로써 교육이 신뢰할 만한 사회이동 통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때 비로소 건전한 공동체의 유지 및 사회의 통합이 가능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