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복지 한국을 위한 과제

교육의 다원화와 다양화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기회구조와 이동 통로를 다원화하는 노력과 함께, 이에 조응하는 교육제도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 방향은 교육의 다원화 및 다양화입니다. 개인의 특징과 장점을 살리는 교육체제를 갖추는 것입니다. 학생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 소질, 적성에 맞는 교육을 통해 그들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 전반을 다원화하고 다양화해야 합니다.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동일한 시험을 통해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서열화를 지양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은 입시 경쟁 완화 및 사교육비 경감의 관건이자 대학 서열 유동화를 위해 선결돼야 하는 요건입니다. 또한 교육의 다원화는 장기적으로 청년실업과 교육 수요․공급의 불일치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도 일조를 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세계화 시대에 소외계층의 자녀를 위한 최선의 교육 복지정책으로서 교육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학교교육의 다양화가 어떻게 입시 경쟁 완화 및 사교육비 경감에 기여하고 대학 서열 유동화에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능력관은 학업 성적 또는 학력을 중심으로 일반적 능력을 가늠하는 수직적․일원적인 기준에 기초해 왔습니다. 이러한 능력관은 지식기반 사회에서 요구되는 수평적․다원적 능력관과는 거리가 멉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재능은 제각각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술이나 스포츠 분야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고, 리더십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이 가운데 어느 한 부류의 사람만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부류의 사람들이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교육체계도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이나 재능을 하나같이 소중하게 여기고 그들이 지닌 잠재력과 개성을 최대한 계발시켜 다양하고 다원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전국의 고등학생을 시험 점수에 따라 한 줄로 세우는 일은 더 이상 불가능해질 것이며, 입학 성적 위주로 전국의 대학을 서열화하는 것도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대학 서열이 유동화되면, 그것이 다시 대학 입시 경쟁을 완화시키는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학생 개인의 다양한 능력과 특징을 살리는 교육 본래의 기능이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교육의 다양화는 교육 양극화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학교교육의 다양화야말로 세계화 시대에 수월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평등성도 담보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세계화의 덫>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마르틴(H. Martin)과 슈만(H. Schumann)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 세계화에 의해 초래된 ‘20 대 80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지구촌 전체, 그리고 한 나라 경제에서 약 20%의 사람들은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 반면, 나머지 80%의 사람들은 비정규직 노동자 또는 실업자로 고단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것이 ‘20 대 80 사회’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세계화 시대에는 평범한 재능을 가진 경제주체는 시장에서 자신의 입지를 개척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평균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보다는 어느 한 분야라도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직업 세계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입니다. 이는 곧 앞으로는 학교 공부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안정된 직장과 충분한 소득을 보장받기 어렵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모든 학생이 좋은 학과 성적을 내고 좋은 대학에 가도록 교육해 온 지금까지의 방식은 근본적으로 재고될 필요가 있습니다. 각각의 학생이 가진 능력 또는 재능 가운데 특별히 경쟁력이 있는 것을 발굴하고 개발하여, 장차 그 능력이나 재능을 통해 직업을 구하고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방향으로 교육의 초점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러한 교육적 노력이 경주될 때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인 교육의 양극화 및 사회의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