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복지 한국을 위한 과제

교육의 최종 목표는 인격의 완성

  나에게는 기억에 남는 훌륭한 은사님들이 여러분 계십니다. 그 중에는 나를 무척 총애해 주셨던 분도 계시고 엄하셨던 분도 계시지만,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많은 가르침을 주신 분들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나는 중학교 과정을 고향의 고등공민학교에서 마쳤습니다. 내가 다녔던 주천고등공민학교의 은사님인 한남윤 선생님은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가 폐결핵 때문에 중도 포기하고 전북대학교를 졸업한 분이셨습니다. 졸업 후엔 낙향하여 후진을 양성하신 상록수 같은 분이셨습니다. 그 분은 나를 총애하시면서 항상 꿈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 주셨습니다.

  전주 신흥고등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치셨던 정옥동 선생님도 기억에 남는 은사님입니다. 그 분은 시험을 치르기 위한 국사가 아니라 나라 사랑이 용솟음치게 하는 제대로 된 국사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가르침이 정치인으로 생활하는 지금까지도 정신적으로 굳건한 버팀목이 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신흥고등학교 시절의 양영옥 교감 선생님도 잊을 수 없는 분입니다. 그 분은 몇 년씩 헤진 신발을 수선해 신으시면서 근검절약의 모범을 보여주셨을 뿐만 아니라 가난한 제자가 대학에 합격하면 선뜻 등록금을 내놓곤 하셨습니다.

  우리 국민의 꺼질 줄 모르는 상승 욕구와 치열한 경쟁의식은 우리가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웬만한 수준의 성취에는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는 성정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그만큼 고단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렇게 치열하게 앞만 보고 뛰어오는 동안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리지는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이러한 우리 현실과 관련하여 조기 유학에 따른 기러기 가족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화의 거센 파도는 우리 학부모들에게 영어 습득에 대한 초조감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따라 조기 유학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조기 유학 때문에 한 가족이 치러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족의 단란함이 사라지고 홀로 남은 아버지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더욱이 조기 유학을 떠난 아이들이 모두 현지에서 잘 적응하는 것도 아닙니다. 설령 현지 적응에 성공하더라도 다시 귀국할 경우 역시 만만찮은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조기 유학을 다녀온 중고교생의 학업성적이 유학 전보다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일부 아이들은 홀로 이국땅에 남겨져 비행 청소년이 되어 현지에서 물의를 야기하고 있다는 소식도 접하게 됩니다. 기러기 가족 문제는 우리가 소중히 지키고 가꾸어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합니다.

  우리 국민은 급격한 산업화 및 도시화를 거치면서 지나치게 성취 지향적인 성향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리하여 결과가 좋으면 필요 이상으로 관대해지는 반면,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으로 나타난 ‘아름다운 패배’에 대해서는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곤 합니다. 이 때문에 어떤 아이들은 부정 행위를 통해서라도 성적을 올려 부모를 만족시키려고 합니다. 일부 고등학교는 명문대 합격자를 늘리기 위해 갖은 편법을 동원하고, 그렇게 얻은 결과를 현수막까지 내걸면서 자랑스럽게 홍보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