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복지 한국을 위한 과제

교육의 최종 목표는 인격의 완성 2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정말로 배워야 할 것, 그리고 정말로 가르쳐야 할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사회적 물의가 된 논문 조작 사건이나 휴대폰 집단 부정 사건은 결코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잘못된 가치관과 의식구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성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까까머리 중학생이던 시절, 내가 살던 진안의 산골 마을은 한마디로 오지였습니다. 읍내를 가려면 하루 한 번 오가는 털털거리는 낡은 버스를 기다려야 했고, 버스에서 내려서도 다리가 뻐근해지도록 20리 길을 걸어가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간혹 아버지를 따라 진안 읍내로 나가는 것은 나에게는 하나의 여행이었고 매번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휘적휘적 걸어가던 아버지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 붙어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가 많은 사람들과 거리의 풍물을 보는 것, 또 아버지가 간혹 사 주시던 장터의 주전부리는 나에게 더할 바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즐거운 나들이였습니다. 아버지께선 장날에 맞추어 놓았던 볼일을 보셨고, 나는 아버지 뒤에서 두리번거리며 세상 구경을 하고 저녁 무렵 아쉬운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 당시에는 요금을 챙기고 청소 같은 궂은일을 하던 차장이 버스마다 있었습니다.

  사건은 그때 일어났습니다. 평소에 매몰차리만큼 눈썰미가 매섭던 차장이 나에게 요금 받는 것을 빠트린 것입니다. 그 날 차장의 실수는 나에게는 분명 행운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미리 주신 버스 요금이 여전히 내 주머니 속에서 달랑거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털털거리는 버스 안에서 나는 내내 작은 흥분을 감추면서 혹시라도 “아차, 저 녀석 요금!” 하며 돌아설까 싶어 차장의 뒤통수만을 쳐다봤습니다.

  마을에 도착할 즈음 내릴 사람들이 장에서 사온 물건들을 주섬주섬 버스 문 쪽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아버지도 문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어이, 우리 아이 요금을 빠트렸네!” 하시며 차장에게 돈을 건넸습니다. 아버지 꽁무니 뒤에 붙어 눈치만 보던 나의 실망감과 당혹감, 또 부끄러움이란…….

  하지만 시골 버스에서 있었던 그 일은 나에게 정직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고, 이후 평생의 교훈으로 가슴에 남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 뒤에 대처에서 학교를 다닐 때나 종합상사 맨으로 세계를 누빌 때, 그리고 정치를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스스로를 다잡게 하는 교훈이 되었습니다.

  우리 교육이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개개인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건전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교육체제를 구축하는 일에 우리 모두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희망한국의 주춧돌을 놓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