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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역행하는 지방행정구조 개편, 졸속 입법 절대 안된다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2.12 01:06:54
조회 227 추천 0 댓글 5


요즘 국회에서 행정구조 개편 논의가 있다. 도를 없애고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를 분할하자는 것이다. 큰 것은 쪼개고 시, 군, 구 등 기초자치단체는 몇 개씩 묶어서 60~70개 통합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경기도도 10개로 나누어지게 된다. 나도 국회의원 시절 한때 이런 구상을 한 일이 있다. 그러나 도지사직을 경험하면서 이제는 국가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나라 안에서 우리끼리 아웅다웅할 때가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세계 속에서 우리를 바라볼 때이다. 세계화 시대가 급속히 전개되고, 지방의 세계화 또한 생존과 번영의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특히 나는 도지사직을 수행하면서 중국 상해권, 북경권, 광주권, 일본 동경권, 오사카권, 싱가폴, 대만, 이런 대도시지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의 현실을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 지금 논의대로 전국을 60-70개로 쪼갠다면 어떤 행정단위도 주변의 강력한 경제권과 경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잘게 쪼개진 행정단위로는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열어가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어렵다. LG 필립스, 한류우드, 영어마을, 킨텍스, 광교테크노 벨리 등 그간 경기도가 성취한 것들이 모두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른 도가 추진하는 핵심 사업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점차 광역화되어가는 산업클러스터 형성은 물론이고, 광역, 교통 및 물 문제와 같이 국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문제들의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작은 행정단위간의 이해다툼으로 시간과 돈을 허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만약에 이번 개편논의가 현실화한다면 지방자치의 왜소화되고 거꾸로 중앙정부의 비대화로 귀착되고 말 것이다. 특색있는 지방 발전을 추진하는 지방의 힘은 약화되고 중요한 과제들은 결국 모두 중앙정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과거 개발연대의 중앙정부 만능주의가 재연되는 것이다. 분권과 지방의 경쟁력 강화라는 시대요구에 정면 배치된다. 그리고 정부는 쓸데는 많은데 돈이 없다면서 세금 올리겠다고 하는 판이 아닌가. 60-70개로 행정단위를 쪼개면서 행정조직을 바꾸고 관공서를 재편하면서 쏟아 부어야 할 엄청난 돈은 어디서 마련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런 돈이 있다면 정말 서민들을 위해 쓰는 게 낫다.   혹자는 불필요한 행정중복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행정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행정중복의 주범은 지방이 아니라, 바로 중앙정부 자신이다. 그런 점에서 중앙의 권한과 재정을 적극적으로 지방에 넘겨주고,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간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분장하는 일이 행정구조 개편보다 더욱 절실하다고 본다. 문화적, 경제적 연관성에 기초해서 주민들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는 행정구역조정은 필요하다. 지금도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기초단위간 통합을 이루어내는 길은 열려있다. 그러나 중앙에서 책상 위에 지도를 펼쳐놓고 인구수에 따라 일률적인 선을 긋는 일은 안 될 일이다. 그것은 권위주의적 탁상공론이요, 어설픈 아마츄어리즘이다. 그것은 온 나라가 불필요한 홍역을 겪게 하는 일이며 대외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지금과 같은 지방행정구조 개편 논의는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특히 한나라당은 당론이 무엇인지 분명히 재정리해야 한다. 국가지대계를 책임있게 다루어야 하는 것이 한나라당이 추구해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4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시급한 과제들이 널려있다. 정치권의 생각과 실천은 거기에 집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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