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자키, 큰길. 저속한 어둠의 거리를 마리와 쿠레나이는 이동하고 있었다.

쿠레나이: 하지만... 이런 일이 소원이라니.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네.

마리: 아하하. 자 자, 괜찮잖아요? 앗 찾았다! 저 간판이에요. 쿠레나이 씨가 말한 술집!

쿠레나이: 그렇네. 이 근처에서 그나마 제대로 된 가게야.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수상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마리와 쿠레나이 둘뿐으로, 책의 마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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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레나이: 뭐? 술이 마시고 싶어?

마인: 예. 신의 물방울, 천상의 물방울이라고도 하죠. 한 번만이라도 맛보고 싶다... 옛날부터 그리 생각했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의 쿠레나이에게 마인은 태연히 대답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그에 대한 답이 그거였다.

쿠레나이: 뭐야. 그런 거라면 마시고 싶은 대로 마시면 되지 않나. 뭐하면 내가 근처에서 슈퍼스트롱(술 이름?)이라도 사주지.

마인: 후후, 감사한 말씀입니다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쿠레나이: 어째서지?

마인: 저에게는 "실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죠. 술을 맛보려면 누군가에게 빙의하여 그 몸을 빌릴 필요가 있습니다.

쿠레나이: 흠...

마리: 아하. 그게 마인 씨가 하고 싶은 일.

쿠레나이: 그렇다면 역시 안되겠네. 너 같은 수상한 존재에게 몸을 빌려줄 사람이 어디있겠어.

마인: ......그렇죠. 제가 지금까지 술을 마셔볼 기회가 없던 것도 그게 이유...

마리: 네! 저요!

척 하고 마리가 손을 올렸다.

마리: 제가 마인 씨에게 몸을 빌려드릴게요! 그런 걸로 된다면... 은혜갚기예요!

쿠레나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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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레나이: 하여간... 별난 아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짓까지 하다니.

마리: 에헤헤. 죄송해요.

한숨을 쉬는 쿠레나이. 하지만 정작 마리는 평온한 얼굴로 헤헤 하고 웃는다.

마인: 감사합니다, 마리. 덕분에 소원을 이룰 수 있어요.

마리: 마인 씨! 뭘요... 오늘은 즐겨주세요♪

마리의 입에서 빙의한 마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 명의 입에서 번갈아 다른 소리가 들리는 건 참 기묘한 광경이다.

마인: 당신에게도 감사를. 설마 유예를 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쿠레나이: 네가 마리를 구했다는 점은 진짜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하면 즉시 베겠다.

마인: 후후. 알겠습니다, 쿠레나이.

마리의 안의 마인이 평온히 웃는 기척.

마리: 괘, 괜찮을 거예요! 마인 씨... 그런 짓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말로 약해져 있으니.

빙의 된 감각으로 아는 거겠지. 마리가 그리 쿠레나이를 설득한다. 

쿠레나이: 그런가. 그렇다면 상관없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며 두 사람은 주점의 안쪽에. 여기는 용병이나 마족 등의 온갖 놈들이 모이는 술집이다. 가게는 이런 시간에는 붐벼서, 천박한 웃음소리나 말싸움 소리로 가득 차있다.

마리: 하에... 그치만 위험해보이는 가게네요. 여기가, 제대로 된...?

쿠레나이: 아아, 제대로 된 가게지. ......비교적.

마리: 비, 비교적...

그러면 이 이하의 수준은 어느 정도지...하는 생각으로 마리가 가게를 둘러보는 때.

오크1: 오우오우!? 뭐냐 이 암컷들은!!

마리: 후앗!?

쿠레나이: ...

마인: 호오? 이건 흥미롭군요.

가게에는 주정뱅이 용병 오크들이 있었다. 한 손에 몇 번이고 술을 따라마신 잔을 들고 마리와 쿠레나이의 앞을 막는다.

오크1: 히히, 노예창부의 출장인가? 음탕해보이는 낯짝이구만...

오크2: 어이, 언니들 얼마야!? 잔뜩 귀여워해줄테니까 말야~

쿠레나이: 건드리지 마. 냄새나는 돼지들아.

(짝)

슬금슬금 뻗는 손을 쿠레나이가 냉랭하게 쳐냈다.

오크1: 아아아앙!? 이 년이 뭐가 어쩌고 저째?

순간의 정적이 흐른 뒤, 가게 안은 침묵의 분위기에 감싸인다. 낄낄거리며 지켜보고 있던 주변의 용병들도 얼굴색을 바꾸고 일어선다.

마리: 아와와와!? 이, 이거 괜찮은 건가요 쿠레나이 씨?

쿠레나이: 글쎄?

하지만 쿠레나이는 태연히 어깨를 으쓱할 뿐. 그러자...

오크1: ......푸풋! 냄새난다니 말이 심하잖아 쿠레나이쨩! 이래뵈도 우리 한 달에 한 번은 목욕을 한대두?

마리: 에?

쿠레나이: 너무 적어.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은 해라.

오크2: 갸하하하!! 변함없이 깐깐하네!

오크3: 그보다 오크한테 돼지 운운은 PC하지 않은 걸? 차별이자너~

오크4: 오우! 사회적 약자의 르상티망을 얕보지 마!

쿠레나이: ...너희들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냐.

마리: 에? 엣?

오크용병: 가하하핫! 미안하구만 안경 낀 아가씨! 쿠레나이가 처음 보는 손님을 데리고 왔길래 조금 장난 쳐봤다!

마리: 네...? 자, 장난...?

마리가 그쪽을 보자 무리의 리더 분위기의 큰 체구의 오크가 있었다. 

쿠레나이: 후후... 아니, 놀라게 해서 미안하군. 그들과는 아는 사이다. 

오크용병: 그라제! 쿠레나이는 가끔 우리 용병과 함께 일을 맡거든. 그래서 이렇게 가끔 함께 마시는 사이라 이거지.

마리: 그, 그랬군요.

쿠레나이: 뭐,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마리. 태도가 거칠고 목욕도 안 하지만, 딱히 나쁜 짓을 하는 놈들은 아냐. 마족이나 악당 중에도 이런 녀석들은 있어.

오크3: 뭐야 쿠레나이쨩! 그런 건방진 소리 해대면 이걸로 임신시켜주마!

쿠레나이: 누가 네놈들 따위하고...

오크2: 그래그래! 쿠레나이쨩의 왕자님은 옛날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쿠레나이: 뭣, 멍청아! 그 이야기는 하지 마!

마리: ???

용병들이 낄낄 거리며 웃는다. 어쩐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진 쿠레나이가 강제로 이야기를 끊는다.

쿠레나이: 뭐, 하여튼!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대마인 동료를 데리고 온 거다. 괜찮다면 사이좋게 지내줘.

마리: 앗! 여러분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시노하라 마리라고 해요!

꾸벅 하고 인사하자 용병들도 환영한다.

오크2: 오우, 잘 부탁한다! 대마인 마리쨩!

오크4: 게히히! 안경에 거유! 덤으로 귀여워! 최고의 암컷 아니냐!

마리: 아와와... 그, 그런...

오크용병: 가하하! 네놈들 안경 아가씨가 곤란해하잖냐!

호쾌히 웃는 오크 용병이 맥주잔을 들어올렸다.

오크옹병: 그럼 환영의 건배다! 오늘은 먹고 죽는 거야!

와아 하고 점내의 시끄러운 용병들의 환성이 울린다.

1시간 뒤. 용병들의 연회는 계속되고, 좁은 점내는 즐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쿠레나이: 으으... 다들 제멋대로인 소리나 하고... 나한테도 여러가지 사정이 있다고...윽!

오크3: 이해한다 쿠레나이쨩. 세상 일이 만만치가 않지.

취하면 우는 타입인 듯한 쿠레나이가 오크 상대로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쿠레나이만이 아니라 다른 용병들도 꽤나 취기가 오른 모양이다. 

마인: 과연. 이건...꽤 괜찮은 맛이군요.

마리: 아, 마인 씨. 술은 마음에 드시나요?

그런 연석의 구석에서 마리도 볼을 빨갛게 상기시킨 채이다. 빙의한 마인에게 몸의 주도권을 넘겨, 처음으로 술을 마시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인: 예, 굉장히... 술의 맛도 그렇지만 사람들과 함께 마시며 떠드는, 이 장소 그 자체가... 사람이, 이렇게 모이는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리: 후후, 그렇네요. 쿠레나이 씨도, 오크 씨들도, 모두들 즐거워 보여요...

마리가 미소지으며 끄덕인다. 거리낌없는 농담, 천박한 소란. 하지만 점내는 용병들의 즐거운 분위기로 가득 차있다.

마인: 하지만, 마리? 당신은 어딘가 개운치 못한 기분인 듯하군요.

마리: 에? 저 말인가요? 그, 그렇지 않아요...? 저도 여러분과 같이 굉장히 즐겁게...

마인: 그런가요, 그렇다면 됐습니다만...

마인은 살짝 입을 다문 뒤, 말을 계속했다.

마인: 마리에게 이야기하는 게 늦어 죄송합니다만... 저에게는 남은 힘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 소원... 조금 막연한 표현이지만 그런 것을 엿보는 힘.

그것은 마인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힘"의 부산물이다.

마리: 사람의 마음을, 엿보는...

마리: (그런가... 그래서 마인 씨,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대마인이란 걸...)

마인: 네... 그래서 조금 신경쓰입니다. 마리가 계속, 마음 한 구석에 무언가 고민하고 있는 듯해서...

마리: ......

실제로 마리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다른 대마인 견습생에 비해 뒤쳐진다는 점. 오늘 적귀와 싸울 때도 실수를 저질러 마인에게 도움을 받았고, 게다가... 약간 연상인 쿠레나이가 훌륭히 싸우고 용병들에게도 인정받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더욱 지금의 자신이 부족함을 실감하고 만다. 하지만.

마리: 딱히...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 것보다 마인 씨는 술입니다! 저는 신경쓰지 마시고 마시고 싶은 만큼 쭉쭉 마셔주세요♪

마인: ......네, 감사히 받겠습니다. 고마워요, 마리...

미소지은 듯한, 마리 속의 마인이 새로운 잔에 손을 뻗는다. 하지만, 거기에 돌연한 소란.

주점의 고객: 아앙!? 네놈들 뭔데?

????: 오호호호호!! 실례합니다 주정뱅이들아!

쾅

주점의 고격: 으헉!? 네, 네 이놈...

마리: !?

청귀: 이-런 곳에 숨어계셨던 궈네요오!? 찾았습니다 머저리들!

나타난 것은, 아까 마리가 싸운 것과 닮은 거대한 오니족. 그리고 깡패무리.

청귀: 자자, 거기 대마인년들!! 혼나기 싫으면 마인을 내놓으라 이거예요우! 

오크용병: 오우, 뭐냐!? 네놈들 우리 술친구한테 싸움 거는 거냐?

거기에 반격하듯이 점내의 용병들이 들고 일어났다.

[전투 승리]

청귀: 오호호호!! 적당히 하세요우 오크놈들!! 튀겨내서 파트라슈의 먹이로 만들어붜릴 겁니다!?

파트라슈(마견): 그르르릉!

오크1: 더러운 오니족 놈! 어디 한 번 해봐라!

[대충 싸우는 효과음]

건달무리에 오니족, 용병들이 뒤엉켜 점내는 격렬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다.

마리: 아와왓!!? 괘, 괜찮으세요!? 이런 대소동이...

오크용병: 뭘, 신경쓰지 마라. 이 근처에선 일상이야!

가하핫 하고 호쾌하게 웃으며 응전하는 오크용병. 상당히 전투에 익숙한 건지, 흉악한 깡패들 상대로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쿠레나이: 으, 으음... 하지만 오래 끌면 귀찮아지겠지. 여기선 내 최대오의로...

취해서 얼굴을 붉힌 채로 쿠레나이가 비틀비틀 칼 두 자루를 손에 든다.

오크용병: 기, 기다려!? 너 취했냐 쿠레나이!? 이런 좁은 가게에서 네 기술을 썼다간 우리까지 박살난다!

쿠레나이: 응...? 아 그르네.

오크용병: 아이고... 너네들이 있으면 방해야! 저 머저리 오니놈들은 너희를 쫓고 있는 거지? 어쩔 수 없지! 여긴 우리가 상대할테니 너희는 뒷문으로 나가!

마리: 에에!? 괘, 괜찮은가요!?

오크2: 암! 우리한테 맡기라고 마리쨩! 

오크4: 그 대신 나중에 가슴이라도 만지게 해주라! 게헤헤!

(대충 오크랑 청귀가 싸우는 장면)

격해지는 전투. 그것을 힐끗 보고는 쿠레나이가 마리에게 말을 건다.

쿠레나이: 마리, 여기선 이놈들의 말대로 하자. 신세지겠다!

마리: 네, 넷! 여러분 감사합니다!

용병들에게 예를 표하고 마리와 쿠레나이는 뒷문으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