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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무의 세계 3

운영자 2009.07.16 15:26:50
조회 1135 추천 1 댓글 2

  업무상무의 세계

  이즈음 부장이 수사 개시를 독려하고 나섰다. 8월에 있을 정기인사를 의식하여 실적을 쌓으려는 목적에서 그러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리한 독촉이었다.


  아직 수사를 개시하기에는 자료가 미흡하다고 버텼지만 부장은 빨리 진행하라는 재촉을 멈추지 않았다. 미흡하나마 수사를 개시 하기로 작정하고 그날 밤 건설업체 사장 한 사람을 사무실로 조용히 불렀다.


  경지 정리 일괄 담합건을 집요하게 추궁하자 ‘전남건조회’를 통해 건달들이 일괄 담합하였고 작성했다고 말해 주었다. 담합표가 있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건 어디다 두느냐고 끈질기게 묻자 자기 사무실 오른쪽 책상 서랍 맨 아래 칸에 감추어 놓았다고 했다.


  ‘전남건조회’ 라는 단체는 전남 건설업계의 입찰 유지라는 목적으로 건달들이 주동하여 움직이는 단체였다. 건설업계 사장이나 회장 몇 명을 고문으로 앉히고 자신들은 실무 책임자가 되어 담합입찰을 모두 조정하는 기구였다. 이 기구를 통하여 대형 공사 입찰이 대부분 조정, 통제되었고 건설업계에서는 이 기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이 일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건 아시지요? 내일 압수 수색 영장을 들고 정각 10시에 사무실로 찾아갈 겁니다. 담합표는 그 자리에 두세요. 절대 없애거나 다른 데 숨기면 안 됩니다. 그런 놈들에게 당하고만 살 수는 없잖습니다.”

  “그런 놈들은 척결해야 마땅하지요. 시키신 대로 하겠습니다.”


  대답을 하는 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엿보였다. 그러나 그 역시 건설 폭력은 사라져야만 한다는 기본 원칙에 동의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말한 대로 이틀날 10시에 수사관들과 함께 회사 사장실에 들어가 내가 직접 압수 수색을 했다. 사장은 마지못해 응하는 척하면서 압수 수색에 협조했다.


  이리저리 뒤지는 척하다가 그가 말한 대로 오른쪽 책상 서랍 맨밑을 뒤지니 역시 담합표가 나왔다. 나는 곧바로 사장을 연행하여 돌아왔다.


  그를 통해 담합표를 제시하며 1989-1990년 전남 지역 경지 정리공사 7백억원에 대한 일괄 담합과 건조회의 역할 및 기능을 자세하게 조사할 수가 있었다. 그러고는 바로 담합 입찰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을 광주 전남 지역에 쫙 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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