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한국판 마피아 2

운영자 2009.08.28 16:05:31
조회 3319 추천 1 댓글 2

  한국판 마피아


  카지노에서 돈을 번 그는 1970년 중반에 들어오면서부터 슬롯머신으로 업종을 바꾸었다. 그리고 이 업종에서는 전국을 석권하는 막강한 대부로 독점적인 세계를 구축해 갔다. 슬롯 머신으로 큰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부터였다. 게임 방식이 라스베이거스식으로 바뀌면서 슬롯 머신은 문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그러나 그는 살아온 과정과 사업의 성장 과정을 비교적 진솔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배후 세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없다"고 잡아뗐다.


  정덕진의 이야기를 듣고 난 나도 어린 시절 리어카에 이사짐을 싣고 엄동 설한에 이틀이나 걸려 대구에서 창녕까지 주린 배를 안고 걸어갔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국민학교 육 년 동안 다섯 번이나 걸어서 남지, 대구, 창녕, 합천, 등지로 이사를 다녔고 동사무소에서 배급해 주는 강냉이죽을 타러 여동생과 눈보라치는 대구 신천동의 큰고래마루를 오르내리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후 1972년 2월 말에 돈 1만4천 원만 달랑 들고 서울로 올라와 고려대 법대를 다니면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 무렵 정덕진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왔다갔다 변했다. 배후 세력에 대해 자백을 할 듯 말 듯 나의 애를 태웠다. 그의 마음속은 봄날같이 변화 무쌍하게 변하고 있었다. 무엇이 자신에게 이로운가에 대한 그 나름대로의 치밀한 계산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편 십여 명의 수사진을 동원하여 은행감독원, 국세청 등에 대한 가명 계좌 추적을 실시했으나 결과는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우선 1986년∼1990년 3월경까지의 가명 구좌 3백여 개는 구좌마다 거래 상황이 빈번하여 어느 것이 뇌물 구좌이고 어느 것이 투자 구좌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정덕진이 세금 포탈 혐의로 위기 상황에 있던 1988년 10월경과 1989년 11월, 1990년 3월, 1990년 9월∼10월경까지의 가명 구좌만 해도 수십 개가 넘었다. 그 중 표본 추출을 하여 1천만 원 이상의 출금에 대해서만 추적을 해보았다. 우선 은행들이 오 년이 넘은 자료는 폐기하므로 추적이 되지 않았고 한국투자신탁 수표의 경우는 하나은행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추적이 불가능했다. 또 증권 시장으로 들어 가버린 돈은 증권시장이 하루 수천억 원이 거래되고 있어 이를 처적하기란 더욱이 힘이 들었다.


  자금 추적을 해보니 대부분 사채 거래가 많았고 증권 투자, 부동산 투자가 많았다. 특별하게 뇌물로 추정되는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십여 일간 자금 추적을 해도 별다른 성과가 없는 가운데 언론은 연일 '정덕진 스토리' '한국판 마피아의 진상'을 확대 재생산하여 독자들의 호기심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정씨 비호 세력이 각계에 1백여 명이나 포진하고 있다느니, 검찰, 경찰, 안기부, 청와대, 군•정•관•언론계 등에 두루 망라되어 있다는 등의 온갖 추측성 폭로 기사가 만발했다.


  대부분의 기사는 정덕진의 라이프 스토리를 비롯하여 슬롯 머신업계의 비리 형태, 이와 공생 관계에 있는 비호 세력들에 대한 기사로 흐르다가 어느덧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강력부에 대한 칭찬 기사로 뒤덮이고 있었다.


  나는 이삼 일, 또는 삼사 일에 한 번씩 새벽녘에 귀가하여 두세 시간 눈을 붙이고 다시 출근하는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었다. 초기의 수사는 내가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정덕진 형제로부터 단서를 이끌어 내야 다른 부분의 수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검사들이 참여해도 별다른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덕진과의 어느 정도 교감을 얻은 것이 구속 후 일 주일이 지난 5월 10일경이었다. 이때쯤 나는 배후 비호 세력의 범죄에 대한 수사에 자신감을 가지고 혼자만의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1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153 또 다른 역사의 마당을 꿈꾸며 -끝- [118] 운영자 09.10.27 16546 69
152 반역의 장 3 [4] 운영자 09.10.22 5549 6
151 반역의 장 2 [2] 운영자 09.10.14 3225 3
150 반역의 장 1 [5] 운영자 09.10.13 4856 4
149 이카로스의 날개 4 [2] 운영자 09.10.12 3275 1
148 이카로스의 날개 3 [2] 운영자 09.10.08 3010 2
145 정덕일의 출두 4 [2] 운영자 09.09.25 4127 1
144 정덕일의 출두 3 [2] 운영자 09.09.23 2912 2
138 정덕진 무너지다 4 [2] 운영자 09.09.10 3702 2
137 정덕진 무너지다 3 [3] 운영자 09.09.09 5895 4
136 정덕진 무너지다 2 [4] 운영자 09.09.08 3957 2
135 정덕진 무너지다 1 [2] 운영자 09.09.07 6128 3
134 적출되는 배후 세력 4 [2] 운영자 09.09.04 3051 1
133 적출되는 배후 세력 3 [2] 운영자 09.09.03 2768 2
132 적출되는 배후 세력 2 [3] 운영자 09.09.02 3220 3
131 적출되는 배후 세력 1 [3] 운영자 09.09.01 3665 1
130 한국판 마피아 3 [3] 운영자 09.08.31 3200 2
한국판 마피아 2 [2] 운영자 09.08.28 3319 1
128 한국판 마피아 1 [3] 운영자 09.08.26 3812 2
127 정덕진 체포 3 [2] 운영자 09.08.25 5543 1
126 정덕진 체포 2 [3] 운영자 09.08.24 3487 1
125 정덕진 체포 1 [2] 운영자 09.08.20 3681 1
124 비호 세력을 차단하라 3 [3] 운영자 09.08.19 2639 1
123 비호세력을 차단하라 2 [4] 운영자 09.08.17 2170 1
122 비호 세력을 차단하라 1 [2] 운영자 09.08.14 1593 1
121 평검사가 감히……… 4 [2] 운영자 09.08.13 1796 2
120 평검사가 감히……… 3 [2] 운영자 09.08.12 1720 3
119 평검사가 감히……… 2 [2] 운영자 09.08.10 1745 2
118 평검사가 감히……… 1 [3] 운영자 09.08.07 2343 2
117 정 패밀리 - 범죄의 역사 [3] 운영자 09.08.06 2277 5
116 황금알을 낳는 악의 거위 2 [2] 운영자 09.08.05 1232 3
115 황금알을 낳는 악의 거위 1 [2] 운영자 09.08.04 1265 3
114 보험 방화 사건 3 [3] 운영자 09.08.03 942 2
113 보험 방화 사건 2 [2] 운영자 09.07.31 1123 2
112 보험 방화 사건 1 [2] 운영자 09.07.30 1173 2
111 다시 서울지검으로 [3] 운영자 09.07.29 1228 2
110 사필귀정 2 [2] 운영자 09.07.28 1278 1
109 사필귀정 1 [2] 운영자 09.07.27 2056 1
108 폭력배 두목의 끈질긴 도전 [2] 운영자 09.07.24 2155 1
107 일망타진 2 [2] 운영자 09.07.23 1109 1
106 일망타진 1 [3] 운영자 09.07.22 1180 1
105 미끼 3 [2] 운영자 09.07.21 946 1
104 미끼 2 [2] 운영자 09.07.20 1000 1
103 미끼 1 [2] 운영자 09.07.17 1146 1
102 업무상무의 세계 3 [2] 운영자 09.07.16 1139 1
101 업무상무의 세계 2 [2] 운영자 09.07.15 960 1
100 업무상무의 세계 1 [2] 운영자 09.07.13 1289 1
99 담합 입찰과 떡값 4 [3] 운영자 09.07.10 1249 1
98 담합 입찰과 떡값 3 [2] 운영자 09.07.09 980 1
97 담합 입찰과 떡값 2 [2] 운영자 09.07.08 1070 2
12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