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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울지검으로

운영자 2009.07.29 17:06:57
조회 1227 추천 2 댓글 3

  대폭발 - 슬롯 머신 사건

  다시 서울지검으로


  여한수 사건이 1심에서 끝날 무렵 나는 검사장으로부터 기쁜 소식을 들었다. 서울로 다시 보내 준다는 말이었다. 나는 광주에 더 오래 두면 무고와 모함 투서의 상처 입을 염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폭력배들로 부터의 신변 위협도 있기 때문에 이제 옮겨야 할 때가 되었다고 했다. 또 검사장인 자신이 인사 이동으로 옮기게 되면 더 이상 나를 보호해 줄 보호막도 없어지기 때문에 더욱 지금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이미 나에게 약간의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인사권자도 물러나고 새로운 체제로 들어선 검찰 수뇌부 구조는 검사들로부터 대단한 신망과 존경을 받고 있었다. 이처럼 검찰 수뇌부가 바뀐데다 평소 인사에 초연하게 처신해 온 문 검사장의 천거라면 새 수뇌부가 들어 줄지도 모른다, 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광주로 온지 일 년 삼 개월 남짓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쩌면 이번 기회에 서울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로 나는 야릇한 흥분에 쌓여 있었다.


  그러나 인사란 알 수 없는 것이다. 지난번처럼 노 총리를 믿고 미리 아내에게 말했다가 크게 실망을 준 일이 있어 나는 아내를 포함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이 일을 입 밖에 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문 검사장이 아침 간부 회의에서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혀버렸다. 나는 이동은 이제 기정 사실처럼 돼버렸다.


  그러나 인사 시기를 한 달 이상이나 남겨 놓고 이런 소문이 돌아 곤란한 일이 많이 발생했다. 검사장은 내 인사를 기정 사실화해 놓고 총장과 장관에게 떼를 쓰려고 일부러 그랬던 것 같다. 그런 것을 생각하니 설혹 인사 이동이 내가 희망했던 대로 이루어지는 여부와 관계 없이 검사장의 깊은 배려가 고맙기 그지없었다.


  반쯤은 떠나는 것이 기정 사실로 돼 있었으므로 나는 다시 올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는 광주 지역의 모든 것을 눈과 귀에 담아 두기 위하여 가족들을 데리고 틈만 나면 여행을 했다. 풍물 구경도 하고 홍도에도 다녀왔다. 주로 주말이면 정익우, 이봉희 부장과 함께 무등산을 오르내렸는데 도심지에서 8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광주를 끌어안고 있는 무등산은 언제 올라도 한없이 포근하고 자애스러웠다. 어떤 날은 아침 일찍 이슬비를 맞으면서 두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가장 험한 코스인 무등산장 쪽에서 무등산 정상까지 오르기도 했다.


  서석대, 입석대에서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몇 장은 그후 나에게는 지울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 넉넉한 고을에 와서 나는 5.18시위를 두 번이나 겪으면서 광주의 한을 직접 체험했고, 주변 사람들을 통해 광주의 훈훈한 인심을 느끼게 되었다. 비록 피상적이기는 하지만 광주를 알고 광주의 한을 알게 된 것이 일 년 삼 개월 동안 내가 얻은 것 중 가장 큰 소득이었다.


  내가 광주에 근무하는 동안에는 지방의회 선거 이외에는 아무런 전국적인 규모의 큰 선거가 없었기 때문에 지역 감정이라는 첨예한 문제가 돌출하는 것을 본 일은 없었다. 다만 내가 처음 조직폭력배를 무차별 처단할 때 나를 음해하기 위하여 바로 그 '지역감정'이라는 망령이 불거져 나온 일은 있었다.


  조직 폭력배들을 무차별로 단속하기 시작하자 일부에서 "경상도 출신 검사가 전라도 청년들을 무자비하게 처단한다"는 엉뚱한 말을 퍼뜨린 것이 그것이었다. 이말을 들었을 때 나는 가장 곤혹스러웠다. 그때마다 나는 처가가 호남이라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하면서 수사 동기의 순수성을 설명하곤 했으나 마음은 늘 개운하지 못했다.


  긴가민가 하고 기다리던 중 마침내 서울지검으로 발령 났다는 소식을 듣자 기뻤다. 문 검사장이 거듭 고마웠다. 그리고 여한수를 구속하고 난 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그의 식구들과 친구들의 포위망 속에서 사는 것 같아 늘 답답했었는데 거기서 해방되니 속이 시원하다 못해 날 것만 같았다.

자, 다시 서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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