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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네집 이야기 시즌 2] 서울구치소 28 "원 나잇 스탠드"

김유식 2010.04.20 22:01:34
조회 15307 추천 4 댓글 76


  10월 24일 토요일


  오늘은 운동이 없는 토요일이다.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아침식사로 어묵국이 나왔는데 밥은 먹지 않고 국물만 좀 마셨다. 오늘부터는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 국물도 반만 마시기로 했다. 이렇게라도 2주 동안 해보고 살 빠지는 효과가 없으면 아예 저녁을 굶는 것으로 해야겠다. 오전 9시의 아침 점검을 마치고 잠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으려니 신모 사장이 넣어준 신동아 11월호와 월간중앙 11월호가 들어왔다.


  구치소에는 ‘접견민원서신’이란 것이 있다. 구치소에서 직접 작성하는 일종의 편지다. 이것을 써서 구치소 면회객들을 위한 휴게실 안의 우체통에 넣으면 다음 날 해당 죄수에게 배달해 준다. 접견을 왔다가 못하게 된 경우 등에 유용하게 쓰인다. 아내도 가끔씩 접견을 기다리다가 접견민원서신을 써서 보내주곤 했다.


  접견민원서신이 들어와서 보니 디시 코갤러다. 어흑! 이것을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신입방 시절에도 접견표를 받은 적이 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또 이 사람은 접견장에도 나타나지 않아서 결국 불러뽕을 당했다. 알고 봤더니 디시 코갤러인데 내가 구속되었다고 만두를 싸들고 오겠다고 했단다. 그 고마운 마음이야 전달되겠지만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마주 보고 할 이야기도 없을뿐더러, 문제는 그 사람과 접견을 하고 나면 그날 접견을 더 이상 못 하게 된다는 점이다.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하루 10분밖에 되지 않는 금쪽같은 접견 시간을 날려버리는 셈이다.


  접견민원서신이 들어왔다는 것은 어제 구치소에 왔다갔다는 뜻이다. 또 나를 접견하러 왔다가 이미 군대 쫄따구들이 해 버려서 더 이상 접견이 안 되니 편지를 남기고 간 것이다. 나중에 아내에게 연락해서 제발 오지 말아 달라고 사정했다. 또 만두를 넣어준다고는 하지만 외부 음식은 구치소 안으로 반입할 수 없다.


  인터넷 편지 등을 읽은 다음에는 이재헌 사장이 이외수의 소설 “황금비늘”을 가져 왔기에 읽기 시작했다. 이외수의 소설은 이외에도 두 종류가 더 있었는데 안 사장이 들여온 것이라 전방가면서 가지고 갔다. 오전 11시쯤 되니 접견이 왔단다. 아내와 동생이다. 접견실이 빈 방일 때는 벨소리가 울리기 전에라도 미리 들어가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들어가려 하니 성질이 못되어 보이는 교도관이 미리 들어가지 말라면서 눈알을 부라린다. 다른 교도관들은 그 정도는 봐주기도 하는데 너무 야박하다. 어차피 큰 소리로 이야기해도 잘 통하지도 않고 그저 얼굴만이라도 더 보는 것뿐인데 원칙이야 맞는 것이지만 앞선 접견 회차가 비어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으니 그 정도는 사람 사는 사회에서 해 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내는 월요일 오후 2시에 또 특별면회 즉, 장소변경접견으로 다시 오기로 했다. 나는 평소에 비염을 달고 살았는데 최근에 비염이 심해져서 코가 너무나도 아프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의료 보고전도 내서 비염치료도 받아야겠다.


 접견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니 배식준비를 하란다. 접견도 마쳤고, 운동도 없으니 오늘 오후는 할 일이 없다. 오후에는 “황금비늘”을 읽으려고 책을 펴들었는데 코리안 시리즈 7차전 중계가 있단다. 나는 어릴 적 해태 타이거즈의 어린이 회원인 적이 있어서 타이거즈를 응원했고 다른 죄수들을 모두 SK팬이다. 1982년도에 회비 5천 원을 내고 해태 타이거즈의 어린이 회원을 했던 이유는 타이거즈의 모자나 유니폼의 색상이 강렬하기도 했지만 다른 구단과는 달리 소형 라디오를 하나씩 줬기 때문이었다.


  그냥 응원하면 재미가 없어서 1인당 2천 원어치씩의 우표를 걸고 했다. 이재헌, 박경헌, 최창헌 등이 SK에 걸었고 나만 기아다. 결과는 타이거즈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역전승. 6천 원어치의 우표를 땄지만 영치금이 없는 우리의 박경헌은 이재헌 사장에게 우표를 꿔서 주려고 하기에 됐다고 했다. 만약 내가 졌다면 아마 박경헌은 내게서 우표를 받았을 것 같다. 이건 뭐 무자본 M&A도 아니고....


  오후에 신문 구독신청도 있었다. 월 만 오천 원 짜리 조선일보와 2만 원짜리 전자신문을 신청했다. 야구 중계가 끝나니 오후 점검을 하고 바로 배식이다. 저녁으로 닭도리탕이 나왔지만 살만 한점 먹고 청경채 두 점으로 저녁을 때웠다. 토요일에는 영화를 상영해 주는데 이번 주에는 “13구역 2”였다. 영화가 끝나고 이불을 깔고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황금비늘”을 거의 다 읽고 잤다.



  10월 25일 일요일.


  그나마 간밤에는 코가 많이 아프지 않아서 좀 다행이다. 하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르니 꼭 진료를 받아야겠다. 아침식사로 아욱된장국을 조금 떠먹고, 어제 읽다 조금 남은 ‘황금비늘’을 읽고 있는데 방 안 사람들이 닭다리를 먹자고 한다. 가슴살만 먹고 커피 한잔 마시니 나른하다. TV로 도전 1,000곡을 보면서 책을 읽다 보니 오전 시간이 금방금방 간다. 밖에 있을 때였더라면 일요일 오전에는 라면을 끓이면서 디시질을 하고 있을 터인데 아직도 구속 생활이 얼떨떨한 느낌이다. 현실에 순응하면서 적응해 살아야지.


  나는 몰랐는데 간밤에 약간의 사건이 있었나 보다. 이재헌 사장이 박경헌이 화장실 간 틈을 타서 손가락으로 박경헌을 가리켰다가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고는 뱅뱅 돌린다. 예전에 조선생도 박경헌을 보며 같은 행동을 한 적이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 하고 들어보려고 했는데 박경헌이 화장실에서 나와서 스스로 이야기를 꺼낸다. 박경헌은 지난밤에 “원 나잇 스탠드”가 있었다. 우리말로 하자면 “한 밤의 발기”쯤 되겠다. 보통은 꾹 참고 자는데 박경헌은 아예 노골적으로 잡지책을 한 권 갖고 화장실로 들어가 손을 흔들다가 만족한 얼굴로 나와서 푹 잤다고 했다. 스스로,


  “어휴~ 꼴려서 잠이 와야죠. 미치겠어서 도저히 못 참고 딸 한 번 치고 나오니까 잠이 절로 쏟아졌습니다. 아주 푹 잤습니다.”


라고 이실직고를 해 버리니 말을 하려던 이재헌 사장이나 그 사건을 모르고 있었던 방 안의 죄수들이 다들 입을 떡 벌리며 할 말을 잃었다. 위의 말도 멋쩍은 듯이 말한 것도 아니라 의기양양하고 득의에 찬 표정으로 크게 입을 벌리며 웃으면서 했다. 그 후 박경헌은 거의 삼심 분 간격으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한 때 디시에서 인기 있었던 반복 개그의 수준이 아니다. 말투도 똑 같고 내용도 거의 동일하다.


  “너무 꼴려서 잠이 와야죠. 도저히 못 참고 딸 한 번 치고 나오니까 그냥 잠이 쏟아졌습니다. 아주 푹 잤습니다.”


  창피해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 대는 것 같지는 않다. 오전 내내 같은 이야기를 대 여섯 차례 들으니 귀가 아프다. 결국 조선생이, “그만 해! 언제까지 했던 말 계속할 거야?”라고 큰 소리를 치자 멈췄다. 그제야 멈춘 박경헌. 이제는 창피했는지 의외로 조용히 있다가 쇠창살 쪽으로 가서 합장 기도를 하는 척한다. 귀를 쫑긋 세우고 무슨 기도를 하나 들어봤는데 그 내용은 기도와 관계가 없었다. 누구한테 하는지도 모를 혼잣말이었다.


  “도저히 못 참고 딸 한 번 치고 나오니까 그냥 잠이 쏟아졌습니다. 아주 푹 잤습니다.”


- 계속 -
 
세 줄 요약.

1. 코갤러가 면회를 왔었다.
2. 야구중계로 우표 내기를 했다.
3. 박경헌은 징벌 사유가 될 만한 행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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