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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또다른 시로코와 비틀린 기적의 특이점(6)

OGIA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07 22:32:15
조회 958 추천 1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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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죠... 커다란 시로코 쨩, 혼자서 가버렸어요..."


"선배... 괜찮은 거겠지?"


MALICE와 시로코가 사라진 자리를 망연히 바라보면서, 노노미와 세리카가 말했다.


"아마 괜찮을 거야, 싯딤의 상자를 들고 갔으니까. 다만..."


아이들을 안심시키긴 했지만, 걱정이 되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시로코는 녀석을 뛰어넘기 위해, 상자로부터의 방대한 데이터를 대뇌에 직접 전달받는 초강수를 뒀다.


그 결과 시로코는 전투 중에도 코피를 흘리는 등 데미지가 누적된 모습을 보였다.


"제발 별 일 없이 끝나야할 텐데..."


"... 저기, 선생님."


그러나 고민할 틈도 없이, 옆에 있던 카요코가 내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을 걸었다.


"응? 카요코, 갑자기 왜... 카요코?"


"저기, 하늘 위에...!"


공포에 질린 카요코의 눈은, 저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대체 하늘 위에 뭐가... 어?"


"뭐야 저거...?"


"아리스, 샬레 휴게실의 블루레이에서 본 적 있습니다. 저건 용사의 최종병기...!"


"... 저게? 달보다 커다란 망치가?"


본디 동심원이 빛나고 있어야 할 키보토스의 하늘에는, 마치 행성 그 자체로 만든듯한 거대한 칠흑빛 해머가 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을 약간 되돌려, 아직 MALICE의 지구가 키보토스에 도착하기 전.


나는 MALICE와 마지막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슬슬 무리인 모양이군, 아누비스."


"웃기지 마, 누가 너 따위한ㅌ... 커헉!"


[시로코 씨!]


[신체 손상이 너무 심합니다, 이대로 전투를 계속 했다간...!]


두 AI의 말대로였다. 피를 한 웅큼 토해내는 몸 상태가, 당연히 정상일 리 없었다.


"아직... 안 끝났어! 나는...!"


"그쯤 해둬라.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 않나? 누구도 널 책망하지 않을 거다. 정확히는 책망할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겠지만."


그런 나를 조롱하듯, MALICE는 행성 내의 포대들을 원격 조작하여 내게 화력을 집중하였다.


"크윽!"


무리다. 이길 수 없다. 이런 몸으로는, 녀석의 공격을 피하는 게 전부다.


[시로코 씨!]


아로나는 애타게 내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가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생각보단 잘 버티는군... 그렇다면."


녀석이 손가락을 튕기자, 지면에서 수많은 해치들이 일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튀어나온 것은... 촉수가 달린듯한 구체의 기계들이었다.


"Divi:SION의 무명수호자...!"


[방주를 컨트롤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마했지만, 진짜로 이 정도의 군세를 다룰 수 있을줄은...!]


"이 행성은 나의 영역이다. 이런 건 눈 감고도 조종할 수 있지."


그 말대로, 녀석의 손짓에 따라 수호자들은 일제히 내 쪽으로 돌진하였다.


"이게...!"


난 그대로 수호자 중 하나를 걷어차 다른 개체들에게 날렸고, 그것들은 순식간에 폭발하고 말았다.


[각각의 개체들의 전투력은 낮아요. 평소의 시로코 씨라면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 아무래도 그건 어렵겠군요.]


끝없이 지상으로 밀려나오는 놈들을 보며, 두 AI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허어... 허억..."


눈앞은 흐려지고, 다리는 비틀대고 있었다.


안 되는데, 여기서 쓰러지면 남아있는 사람들을 지킬 수 없는데.


"이제 끝이군. 안녕이다."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녀석의 주포와 무명수호자들이 나를 조준하는 것이 보였다.


"다들... 미... 안..."





"어떡하죠, 프라나 쨩!? 이대로 가다간...!"


"일단 진정해보도록 하죠, 아로나 선배."


저와 아로나 선배는 서로 머리를 맞대어 이후의 작전을 논의했습니다.


약 1.25초 뒤면 시로코 씨에게 집중 포화가 날아올 상황.


공격을 막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결국 MALICE를 제압하지 못하면 승산은 없었습니다.


"결국 핵심은, MALICE가 이 행성의 통제권을 상실하는 것이겠군요."


"하지만 그러려면 이 행성의 메인 시스템에 직접 접속해야 하는데... 어떡하죠?"


이에 대해서는 저도 선배도 뚜렷한 작전이 없는 상황.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럴 때 선생님이라면 뭐라고 했을지..."


선생님.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당신이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정말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 부디 저희에게 조언을...


"잠깐, 사소한 거라면..."


"왜 그래요, 프라나 쨩? 설마!"


"... 네. 딱 하나, 방법이 있습니다."





"으... 음... 어라?"


겨우 눈을 떴을 땐, 이 모든 것이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난 집중 포화로 사지가 남아날 리 없었을텐데, 어째선지 적들의 공격이 내게 닿지 않았던 것이다.


"이건 대체..."


[시로코 씨! 정신이 드셨군요!]


"아로나? 설마 너희가..."


불꽃과 폭음이 비정상적인 각도 휘어지는 광경. 난 이 모습이 매우 익숙했다.


싯딤의 상자가, 방호 기능으로 나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것보다도 시간이 없습니다. 우선 저기로!]


프라나가 가리킨 곳은, MALICE가 도킹되어 있는 거대한 탑이었다.


"잘 모르겠지만... 그래, 알겠어."


방호 기능에 의존하여 나는 곧장 달렸다.


무명수호자들은 내게 광선을 퍼부었지만, 그때마다 싯딤의 상자가 나를 지켜주었다.


"네년,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돌발 행동에 MALICE는 의아한듯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탑에 도착한 나는 프라나에게 물었다.


"일단 오긴 했는데! 그래서 뭘 해야 해?"


[간단합니다. 싯딤의 상자를...]


[그대로 탑에 꽂아넣어 주세요!]


"... 어?"


난 내 네 귀를 의심했다. 뭘 하라고?


[말 그대로입니다. 탑을 부수든 외장을 벗기든 상관없으니, 어떻게든 싯딤의 상자가 탑 내의 회로와 접촉하게 해 주십시오.]


[그 이후의 작업은 저희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어, 뭐... 그래, 알겠어."


이판사판이다. 두 AI가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분명 저게 유일한 방법이겠지.


난 탑의 외장 중 가장 약해보이는 곳에 블랙 팽의 탄창 하나를 퍼부었다.


"후우... 어떻게든 된 건가?"


외장이 떨어진 곳을 보니, 잘 모르겠지만 복잡한 배선들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정말 상자를 여기에 쑤셔넣기만 하면 되는거야? 하지만 그건..."


[... 선생님은 종종 말하셨습니다. 복잡한 것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프라나는 의심하는 나를 똑똑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종종 이런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기계는... 때려야 말을 듣는다고요.]


"어?"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프라나 쨩! 시로코 씨, 빨리 상자를 안에!]


"어, 어어..."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한 채 상자를 배선 안에 쑤셔넣자, 두 AI는 작전을 시작했다.


[프라나 쨩!]


[네, 선배. 상자의 힘이라면, 이 배선에 물리적인 간섭이 가능하겠죠.]


프라나가 말을 마치자, 배선 중 일부가 스스로 움직여 상자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 뭐야, 진짜 되는 거였어?"


[프라나 쨩! 찾았어요, 메인 CPU와 연결된 회선!]


[역시 선배군요, 그럼 어서!]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두 AI는, 서로 손을 잡고 어딘가로 향했다.


"잠깐, 너희!"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저희가 나가도 상자의 방호 기능은 작동할 테니까요!]


[다만 시로코 씨가 멀리 떨어지면 상자의 기능으로 보호해드릴 수 없으니까, 주의해주십시오.]


"하지만 그래도!"


말릴 틈도 없이, 둘은 화면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우으... 멀미가..."


갑작스레 상자에서 나온 탓일까요? 저는 머리가 웅웅 울리는 게 느껴졌어요.


"작전은 성공한 듯 합니다. 보십시오."


"여긴...!"


붉은색의 회로가 주변을 덮고 있는 칠흑빛 공간. 이게, 바로 MALICE와 그의 행성의 메인 CPU일까요?


"해야할 일은 알고 있죠, 프라나 쨩?"


"물론입니다, 선배. CPU를 장악한 뒤, 모든 기능을 정지시킨다... 아마 우리한테 모두의 운명이 걸린 거겠죠."


"우으, 알고 있는데도 부담감이 엄청나요! 그래도 저만 믿고 따라오면 문제 없을 거예요!"


사랑스런 후배를 아마도 안심시킨 뒤, 저희는 무작정 앞으로 걸어갔어요.


"그나저나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네요... 빛이라곤 이 불길한 회로들 뿐이에..."


"흑... 으흐윽... 흑..."


"어? 프라나 쨩?"


기분 탓일까요? 프라나 쨩이 우는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봤지만, 제 후배는 씩씩하게 제 뒤를 따라오고 있을 뿐이었어요.


"왜 그러십니까, 선배?"


"아, 그게... 꼭 프라나 쨩이 우는 것 같은 소리가..."


"으흑, 흑! 흐윽..."


"어?"


"아무래도 기분 탓은 아닌 모양이군요."


틀림없었어요. 그 소리는 우리의 바로 앞에서 들려왔고...


"죽일거야, 전부... 전부 죽여 없애서...!"


"뭐, 뭐죠? 이건 대체..."


"...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일일지도 모르겠군요."


거기엔 프라나 쨩과 똑같이 생긴 AI가 MALICE의 붉은 회로에 잠식당한 채,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어요.


"당신은 누구죠? 대체 왜 이런 곳에...!"


"가까이 오지 마!"


제가 손을 뻗으려 하자, 또다른 프라나 쨩은 몸을 거칠게 비틀며 저를 거부했어요.


"... 아로나 선배, 아무래도 이건..."


"설마, 아니죠?"


문득 불안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믿고 싶지 않았어요.


"... 그래, 맞아."


고개를 들어올린 그녀의 눈은, 이미 회로에 물들어져 마치 실핏줄이 올라온 듯한 모습이었어요.


"내가, MALICE가 있는 세계의 A.R.O.N.A야."


그녀는 희미하지만 웃고 있었어요. 마치 우리를 비웃는듯, 또는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듯.


"그리고... 더 이상 감춰봐야 의미도 없겠지."


그 직후 웃음기가 가신 그녀의 표정엔, 살기만이 어려있었어요.





"내가, MALICE에게 악의를 학습시켰어. 모든 세계의 스나오오카미 시로코를 없애도록."


*****

분량 조절 문제로 한 화 더 써야될 것 같습니다...

다음화엔 진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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