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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문학] 동행 - 上

ㅇㅇ(49.174) 2022.08.05 00:35:02
조회 1125 추천 47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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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를 어쩐다..."


입김을 내뿜으며 황룡은 하릴없이 폰을 들여다보며 애꿎은 '재호출' 버튼만을 연신 눌러댔다.


택시 호출어플은 슬슬 조급해지는 황룡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주변에는 택시가 없다라는 야속한 멘트만 안내해줄 뿐이었다. 하기사 11월의 겨울철, 그것도 해도 슬슬 서쪽으로 뉘엿뉘엿 져가는 오후 3시경에 인적도 드문 어느 한적한 시골길을 찾을 승객이나 기사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황룡이 그럼에도 이곳을 찾은 데에는 과거 몸담았던 해병대 시절 알게된 후임이자 친구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주기 위함이었다. 홀연히 자식놈만 남기고 매정하게 세상을 버린 친구 녀석은 홀로 남은 자식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볼 낯이 없어서였을까, 녀석은 속죄하기라도 하듯 굳이 이 추운 날 경기도의 어느 이름없는 야산에 숨어들었고 황룡은 그런 그의 장지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오늘 오전 장례식장에서 나올 때만 하더라도 제법 훈훈한 날씨였기에 그냥 상복차림에 외투 한벌만 걸친채 나왔던 탓에 오후로 접어들면서 변덕을 부리는 날씨를 감당하기엔 너무나 얇은 옷차림이었다. 시골 도로변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린지 벌써 20분째, 황룡은 하릴없이 흘러나오는 콧물만 연신 훔칠 뿐이었다.



그러던 그 때, 좌측에서 코너를 돌아 다가오는 택시 한대가 눈에 띄었다. 황룡은 드디어 살았구나 싶어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택시의 빈차등에는 불이 꺼져있었지만 여차하면 합승이라도 해야하지 어쩌겠는가. 택시는 이내 황룡 앞에 섰고 조수석의 창문이 열리며 택시기사가 황룡을 쳐다보았다.



"어디까지 가십니꺼?"



기사는 머리가 희끄무레하고 나이는 슬슬 예순 줄로 접어들기 시작했을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노인의 말투에서 묻어나오는 경상도 사투리는 걸걸했다.



"아 예, 성남까지 갑니다만,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타이소!"



노인은 호쾌하게 대답하며 손짓했고 황룡은 문을 열고 조수석에 올랐다.



"아이고, 여기서 추워서 죽다 살았습니다. 한 20-30분 기다린 것 같군요."



"여그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적한 시골이라가꼬 다니는 차도 잘 없습니데이. 저도 마침 장거리 손님 데려다 드리고 오는 길이었는데 운이 좋으시네예, 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하도 안잡혀서 슬슬 애가 타기 시작하던 참이었는데..."



히터의 온기로 가득한 차 안은 후끈했고 황룡은 얼어있던 몸을 녹이며 거진 마비되어 있다시피 했던 손을 비벼댔다.



"근데 여긴 어쩐 일로 오셨답니까?"



"아 예, 지인 무덤이 여기 있어서 가는 길 마지막으로 배웅해주고 오는 길입니다."



"아이고, 그러셨구마...나도 최근에 한 두살씩 나이 먹어가다 보이, 주변에 세상 뜨는 사람들이 많더구만요, 최근에는 옆집에......"



장거리 운전하며 여간 적적했는지 마침 심심하던 차에 이야기 상대를 만난게 반갑기라도 했는듯 노인은 자신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황룡은 처음에는 노인과의 대화를 이어나갔으나 10분쯤 흘렀을까, 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워낙 추운 곳에 벌벌 떨며 서있다가 온기를 받으니 노곤해지는 것도 그렇거니와 장례식 이틀 동안 제대로 잠도 못잤던 탓에 밀린 잠도 몰려왔던 것이었다. 눈꺼풀을 억지로 지탱하고 있는 황룡과는 달리 노인은 쉴새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고 있었고 황룡은 몽롱한 와중에도 형식적으로 대답하며 영혼없는 맞장구만 치고 있었다.



어지간히 말 많으신 양반이시구만. 황룡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그저 말없이 기계적으로 고개만 끄덕이던 그 때, 노인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혹시 누구 장례식이길래 혼자 이렇게 오셨답니까? 실례가 안된다면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아, 제 군대 후임녀석입니다. 사회 나와서는 형 동생으로 지냈었죠. 혼자 온 건 아니고 다른 동기랑 후임들이랑 같이 왔다가 그 친구들 먼저 보내고 저도 돌아가려던 참이었죠."



"아, 군대 후임이었습니까? 그랬구만... 근데, 사회 나오셔서도 이렇게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친분 유지하면서 사는게 여간 쉽지가 않을텐데, 다들 사이가 어지간히 좋았나보군요?"



"네, 사실은 해병대 모임인지라, 사회 나와서 이렇게 만나는 것도 그리 드문 일은 아니죠."



대수롭지 않다라는 듯 대꾸하는 황룡의 말에 노인은 반색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이고, 해병대 출신이십니까? 저도 해병대 출신입니데이! 아이고 반갑네마..!"



"아 그러시군요 하하. 아무래도 저보다는 선배님이실것 같은데 말이죠."



"하하하, 마, 아무래도 그렇겠지예. 저는 참고로 서해 쪽 부대에서 근무 했습니더. 선상님은 어데서 근무하셨답니까?"



"아 저는..."



황룡은 순간 자신이 있던 포항의 6974 부대를 언급해야 하나 하고 망설였다. 비록 오래전의 악명이라고는 하나 아직까지 그 악명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를 피해자들도 있을 터였다. 더구나 이 노인은 경상도 사람이니 행여나 알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20년 전의 일이니 누가 알겠는가 하는 생각에 황룡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 저는 포항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랬구마, 나 때는 마, 포항이 빡센 걸로 유명했다 카던데."



다행히 노인은 황룡의 현역시절의 6974부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듯한 반응이었다. 황룡은 내심 안도하며 다시금 대화에 시동이 걸린 노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마침내 대화의 공통분모가 생긴 이 두 남자는 어느새 한적한 시골길에서 벗어나 국도로 접어들고 있었다.



- 下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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