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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문학] 장례식장에서 - 下

ㅇㅇ(49.174) 2022.08.04 00:08:14
조회 5847 추천 137 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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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은 민준과의 약속대로 모칠, 아니 득찬의 발인식까지 함께 했다.


또한 다른 해병대 전우들, 근출을 위시한 철곤, 덕팔, 철두 등의 십여명 또한 어린 민준이 눈에 밟혔기에 황룡과 함께 꼬박 침통한 밤을 새우며 망자를 추억했다.


그리고 발인식 날 오전, 추운 겨울 날 차디찬 곳으로 들어가는 망자의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위로해주려는 듯 햇살 가득한 길을 천천히 밟으며 득찬의 관을 싣은 운구차가 장지로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황룡은 내심 모칠의 그녀, 아니 그라고 해야할까, 혹시나 유정이 모칠의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배웅하고자 숨어서라도 어디서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말없이 침통한 얼굴들과 더러는 망자와 유난히 친했던 이들의 눈물 가득한 얼굴들 사이 어디에도 유정의 작고 앳된 여성스러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무너진 기대를 뒤로 한채 황룡은 씁쓸히 웃으며 장지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그리고 정오 무렵, 장지에서의 하관 및 성분이 끝나고 황룡은 아직 아버지의 무덤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민준을 보며 말없이 근출에게 먼저 가라는 고갯짓을 했고 근출 또한 말없이 끄덕이며 황룡의 뜻대로 다른 전우들과 함께 먼저 하산했다. 제법 쌀쌀하게 부는 산속 바람에 눈이 시리고 매웠지만 황룡의 시선은 조심스레 민준을 훑고 있었다. 그리고는 멀찍이 서서 담배를 태우며 민준의 아버지와의 마지막 작별 시간을 주고자 했다.


얼마쯤 흘렀을까, 담배를 다 태운 황룡이 민준에게 다가갔다.



"그래, 이젠 어쩔 생각이냐."



갓 조실부모한 고등학생 아이에게 묻기에는 과하고 어려운 질문이었던 탓이었을까, 민준이 고개를 돌렸다.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서 고개를 떨구는 민준의 목소리에는 짙은 회의감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무엇에 대한 회의감이었을까, 황룡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으나 짐짓 모르는 체 대화를 이어나갔다.



"네 스스로 너가 하고 싶은 걸 모른다면 누가 안단 말이냐."



"뭐랄까, 그냥 제가 무언가를 하는게 의미가 없게 느껴져요. 이제 저 혼자인데 제가 무엇을 한들 얼마나 잘 되겠으며, 또 부모님조차 버린 인생이고 삶이라 생각하니 의욕도, 의지도 안생기네요. 그냥 당분간은 아무 생각없이 물 흘러가는 듯 살고 싶어요."



"아무 생각없이 물 흘러가는 듯이 산다라...."



민준의 체념어린 말을 곱씹으며 황룡은 길게 말꼬리를 흐렸다. 탄식과 함께 눈을 들어 올려다본 하늘은 높고 구름 한 점 없었다. 모칠은 저 하늘 어딘가에서 남기고 간 아들의 이러한 말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황룡은 민준의 중학교 입학의 그 날을 떠올렸다. 아들의 진학을 자랑스러워 하며 기분이다 하고 황룡에게 한끼 저녁식사를 대접하던 모칠이 생각났다. 식사의 반주로 시작된 음주는 모칠의 평소 버릇처럼 술자리로 이어졌고 모칠은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그 눈물에는 유정 없이 홀로 발버둥치며 살아온 지난 세월에 대한 외로움과 고통, 그리고 서러움, 그리고 별탈없이 자라준 민준에 대한 고마움과 자랑스러움, 마지막으로는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그런 속내를 단 한번이라도 민준에게 표현하고 드러내었더라면, 지금의 민준은 아버지를 어떻게 기억하고 추억했을까.



"아직 아버지가 원망스러운게냐?"



넌지시 묻는 황룡을 보며 민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씁쓸하게 웃음짓는 것이었다.



"혼자 저 키우시면서 힘드셨다라는건 알아요. 하지만 저한테 줄곧 하시던 말씀, 제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제게는 삶에 대한 회의라는 걸 가져다 주었죠."



"네 아버지도 알고 보면 좋은 아버지였다라는 그런 뻔하디 뻔하고 너도 공감 못할 위로는 나도 하지는 않으마. 그런 말을 서슴치 않고 네게 한 네 아버지는 분명 부모로서는 부족한 사람이었지. 그러나 네 아버지도 너를 아끼고 자랑스러워했단다. 다만, 그 감정을 표현을 못했다라는게 단점이었지."



민준은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네 아버지도 그렇고 네 어머니도 그렇고 둘 다 아마 막막했을거다. 사회로 나오면서 말이지. 당시 둘 다 기껏해야 20대 초중반이었으니 말이다. 사회경험도 전무했던 둘이서 갑작스럽게 부딪히고 헤쳐나가기에는 아마도 너무나 가혹하고 냉정한 현실이었을테지. 그리고 그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네 어머니는 떠나갔던 것이고."



유정의 대목에서 황룡은 씁쓸히 웃었다.



"네 아버지와 어머니의 차이가 뭔 줄 아니? 네 아버지는 어머니와 달리 의지를 잃지 않았다라는거야. 잃지 않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든, 혹은 쉽든 어렵든 간에 말이지. 너더러 이제 와서 네 부모님을 이해하고 동정하며 용서하라고 하지는 않으마. 다만, 네 자신을 위해서 최소한 네 아버지가 지녔던 장점, 이 점만큼은 기억하고 너 또한 거기서 무언가를 얻어갔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황룡은 가볍게 한숨 지었다.



"네 말대로 아무 생각없이 그저 물 흘러가듯 살기에는 너의 남은 시간과 인생이 너무나 아깝지 않니? 지금 당장 생각나는 목표가 없다면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 것이라도 좋으니 그것부터 시작해보렴. 예를 들어 오늘 하루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겠다라든지 혹은 잠을 푹 자는 것이라든지 말이야. 무엇이든 좋아.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하나둘씩 해보는거야. 그렇게 하나 둘씩 하다보면 네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보이게 되고 거기서 네 삶의 방향이란 것이 정해질 것이며 자연스레 그 방향으로 나아가며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이루고 싶다라는 의지란 것 또한 느끼게 될 거란다."



이제는 선선하게 바뀌어 가는 바람을 느끼며 황룡은 가볍게 미소지었다.



"인생이란게 별거 있겠냐, 그런게 인생이겠지. 내가 살아보니 그런거 같더구나."



씨익 웃는 황룡을 보며 마주보는 민준의 입가에도 아직은 희미한 듯, 그러나 뚜렷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 민준을 보며 황룡은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어 민준에게 건네었다.



"자, 이건 삼촌들이 모은 용돈이다. 손수잘, 아니 수혁이 놈이 자기가 제일 많이 넣었다라고 꼭 전해달라고 하더구나."



황룡의 농담에 민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감사하지만 이미 부조금도 주시고 여러모로 도와주셔서... 받기가 죄송해요."



"까불지 말고 받아 임마, 이럴 때는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받는거야."



황룡은 봉투를 민준의 손에 쥐어주었고 민준은 몸둘 바를 모르겠다라는 듯 말없이 봉투만 만지작 거렸다.



"그나저나 이제 점심인데 밥 먹어야지? 뭐 먹고 싶냐?"



기대에 찬 눈빛으로 민준을 바라보고 있는 황룡은 이렇게 묻고 있는 듯 했다. 지금 너의 첫번째 목표는 무엇이느냐고.


민준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음... 날도 춥고 하니 국밥이 먹고 싶어요."



"그래! 국밥 좋지, 얼른 가자! 너 말대로 날도 추운데 딱 알맞는 선택이네!"



황룡은 민준의 팔을 잡아끌며 쾌활하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 민준의 얼굴에도 슬몃 웃음이 피어나는 듯 했다.



"마침 덕팔이 삼촌이 포항에서 올라와서 서울에 국밥집 차렸다고 했는데, 여기서 금방 가니 얼른 가자!"



아직은 초설이 채 녹지 않아 얼어붙은 산속 오솔길이었으나 민준의 마음에 불기 시작한 훈풍은 얼어있던 길마저 녹이는 듯 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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