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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문학] 팔루자의 유령 - 中

ㅇㅇ(49.174) 2022.07.23 05:47:20
조회 1209 추천 33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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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루자의 도심 외곽에 위치한 미 해병 🌕사단의 모 연대의 기지는 겉보기에도 철옹성을 방불케 했다. 6.5M에 달하는 황토빛의 방벽높이에 우뚝 솟은 감시초소들과 곳곳에 설치된 방어용 기관포들과 갖가지 감시장비들, 방벽 위에서 부지런히 순찰을 돌고 있는 경계병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곳을 가진 것이라고는 종교에 대한 광신 밖에 없는 무자헤딘들을 비롯한 고참 해병들이 들려준 '팔루자의 유령' 이란 존재가 과연 감히 넘볼 수 있는 곳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 난공불락의 요새에 도착한 나를 포함한 30명의 신병들은 각자 안내받은 조립식 컨테이너 형식의 내무반에서 간단하게 군장을 풀고 속한 대대의 대대장의 훈시를 듣기 위하여 소강당으로 집합했다. 분주히 오고 가며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느라 여념이 없는 고참해병들을 보며 비로소 최전선에 나와있다라는 것을 체감했던 탓이었을까, 바그다드에서의 비교적 평화롭던 시절에 익숙해져 있던 나를 포함한 다른 동료들의 낯빛에는 사뭇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반갑다, 제군들. 나는 제군들이 속한 XXX 대대의 대대장 헨더슨(Henderson)이다. 제군들도 오면서 이미 보았겠지만 이곳은 전선이다. 이 기지의 철문을 나가는 순간 마주치는 모든 대상을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해야 할만큼 우리에게 있어서는 매우 비우호적인 곳이기도 하지. 오늘 팔루자 시장에서 제군들에게 빵을 팔았던 무하마드가 당장 내일이라도 자살폭탄 테러를 하러 올 수도 있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제군들에게 물을 권하던 핫산이 품에서 총기를 꺼내 난사하여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이곳에서 생존하는 팁을 한가지 주자면, 이곳의 사람들을 너무 믿지 말라는 거다."


대대장의 작은 환영파티까지를 바라던 것은 아니었지만 소소한 환영인사를 기대했던 우리는 살벌하면서도 현실적이며 이곳에서의 생활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미리 경고해주는 듯한 대대장의 말에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나와 같은 험비를 타고 왔던 제임스 해병이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오면서 한 가지 소문을 들었습니다만, '팔루자의 유령' 이라는 존재가 있다고 하던데 혹시 그놈에 대해 밝혀진 바가 있습니까?"


그러자 대대장의 옆에 서있던 보좌장교는 물론, 주변의 정훈장교를 포함한 고참해병들 몇몇이 흠칫 놀라며 황급히 눈짓으로 말리는 듯하였으나 이를 이미 들은 대대장은 그저 가볍게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표정이 다시 굳고는 잠시 말없이 홀로 몇 걸음 서성이는 듯 하다 고개를 돌려 제임스 해병을 바라보며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밝혀진 바는 없네, 그러나 그 '개자식(여기서 대대장은 이 개자식이라는 표현을 강조해서 말했다)' 은 자네가 들은 소문과 같이 분명히 존재하고 또 어디선가 우리를 노리고 있겠지. 비록, 그 놈의 주요 목표는 우리가 아닌 기지 밖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인 것으로 보이지만 내 휘하 병사들도 놈에게 당한 적이 있는만큼 그 놈 또한 분명한 우리의 적이다. 애초에 그런 개자식이 존재하는 것부터가 우리 자랑스러운 해병대의 테러리스트 소탕과 치안유지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듯한 방증으로 보이는 듯 하여 참을 수가 없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는 그 개자식을 기필코 찾아낼 것이고 그때는 내가 친히 녀석의 머릿가죽을 벗길 것이네!"


대대장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지난 몇개월 간 고스란히 당해온 것에 대한 설움과 분노가 어려있었다. 대대장까지 저리 치를 떠는 것을 보면 이 '팔루자의 유령' 이란 미지의 존재는 분명 실재하는 것이었고 우리의 명백한 잠재적인 위협 요소로서 자리매김 하였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대대장의 훈시가 끝나고 우리는 소대장의 지시에 따라 2~3명을 1개조로 하여 경험 많고 노련한 고참 해병들의 직속 후임병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이곳에서의 상황에 무지할 뿐더러 전투경험이 다소 부족한데다 실전에 투입될 경우, 공포에 질려 방아쇠 한번 못 당길 수도 있을 우리를 곁에서 도와주고 관리해주려는 나름의 배려였으리라.


나는 앞서 대대장에게 그의 '치부' 를 건드린 제임스 이병과 같은 조로 편성되었고 우리는 조(Joe)라는 어느 병장의 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조 해병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다른 고참해병들 대다수가 미국 본토에서 복무하다 이라크로 파병왔던 것과는 달리 그는 일찍이 한국에서 주한미군 부대에서 3년간 복무한 경험이 있었고 그 곳에서 이곳으로 온지는 대략 1년 반쯤 되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오랜기간 근무했기 때문인지 그에게서는 한국 군대문화의 냄새가 짙게 나고 있었다. 우선 그는 다른 고참해병들이 흔히 우리를 부르는 '신병' 이라는 단어 대신 한국군이 신병을 부르는 속어인 '아-쎄이(A-ssey)' 라 우리를 불렀고 임무 종료 후 개인정비 시간에는 한국군이 내무반 생활 때 입는 다라는 붉은색 반바지와 내의를 줄곧 입고 다녔다. 그 반바지에는 황금빛 실로 한국어가 수놓아져 있었는데 그는 그것이 한국 해병대라는 의미이며 한국 해병대와 합동 훈련을 할 때 선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그에게 나와 제임스 해병이 한국군이 사용하는 호칭을 쓴다던지 그들이 쓰던 물품을 여전히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묻노라면 그는 그것이 하나의 존경의 표시 의미를 가진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한국에서 복무할 시절만큼 자신에게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웠던 때가 없었으며 그곳에서 만난 한국 해병대 전우들로부터 '전우애' 를 느꼈다고 했다. 비단 붉은색 반바지 뿐만 아니라 그가 사용하는 모든 한국군 군용 물품들에는 저마다 의미가 깃들여져 있으며 자신은 그것을 사용할 때마다 그들을 추억하고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사용한다고 한다라는 것이었다.


그 시절의 이야기을 들려줄 때마다 그의 푸른 눈은 늘 과거를 헤메이며 가슴이 벅차오르기라도 하는 듯 가끔 아련한 미소를 짓고는 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나와 제임스 이병 또한 자신의 영광스러운 시절을 가슴 한 켠에 지니고 살며 생각 날 때마다 낡은 훈장을 꺼내어 보는 어느 위대한 참전용사라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새삼 가슴이 뭉클해지곤 했다.


그런 몇 가지 특이한 구석이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그는 평소 우리에게 온화하고 친절한 사람이었기에 우리 또한 스스럼 없이 그와 농담을 주고 받고 하며 친분을 쌓아나갔고 임무 수행에 있어서도 내가 속한 분대의 분대장으로서 늘 동료들과 후임 해병들을 이끌며 남다른 상황 분석 능력과 대응조치 능력을 발휘하여 최대한의 전투 효율을 이끌어내는 매력적인 사내였기에 그런 그의 밑에서 나는 팔루자에서의 생활에 자츰 적응해갔다.


그리고 내가 팔루자로 배치 받은지도 두 달쯤 되었을까, '팔루자의 해병' 이라는 존재에 대한 기억도 희석되어갈 무렵, 교대조로 인근의 산지로 정찰을 나갔던 알파분대가 복귀하면서 전해온 소식은 다시금 우리로 하여금 이 유령에 대한 인식을 각인시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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