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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루>를 보고

프레디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13 13: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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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는 두 가지 대상의 모습이 분리되어 각각 교차되며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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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마음속에서 불타며 번져가는 무언가로 인해 불면의 어려움을 겪는 한 여성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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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두 개의 다른 풍경을 묘사한 스크린(과 그 스크린의 세트장)이다. 불면증 환자의 내면과 꿈을 보여주는 듯한 이 두 스크린에는, 각각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옆으로 해가 떠오르는 풍경과 궁전으로 이어지며 끝나는 길의 풍경이 그려져 있다.

여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의 내면적 풍경에서, 궁전으로 다다르는 피안 같은 꿈의 세계 속으로 침잠하고자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마음속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불길로 인해 계속해서 뒤척이고, 두 풍경의 스크린은 계속해서 오르내리며 그녀가 쉽게 꿈에 빠져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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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일련의 장면들 다음으로는 두 풍경의 스크린이 위치하고 있는 세트장이 드러나는데, 이 세트장은 위라세타꾼답게 정글의 모습이며, 스크린과 세트장을 사이로 검은색의 프레임과 유리창이 설치되어 있다. 검은색 프레임 바깥의 세트장에서 실제로 타고 있는 불은, 프레임의 유리창을 통해 스크린 쪽으로 비추어지는데, 이는 플라톤의 동굴, 혹은 영화관을 떠올리게 한다. 여인의 내면/꿈을 나타내었던 스크린은 여기서 영화로 은유되며 '내면/꿈으로서의 영화'라는 개념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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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 영화를 충격적으로 만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이어지는 마지막 세 개의 쇼트들이었다. 이 영화는 마지막으로 불타오르는 불면자의 모습을 비춘 뒤, 다음 샷으로 스크린의 태양(불의 근원)과 불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불면자의 이미지와 스크린의 이미지를 (각각 제시함으로써) 분리시켜 둘 사이의 경계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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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이어 논란의 마지막 장면이 제시된다. 이 쇼트는 세 가지 측면에서 충격을 주며 그동안 제시되었던 현실과 꿈,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지우는데,
일단 첫 번째로 그동안 계속해서 분리되어 제시되었던 잠들고자 하는 현실의 여자와, 여자의 '내면/꿈으로서의 영화'의 세계(스크린)가 사실 세트장이라는 한 공간에 위치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위치의 경계가 파괴된다.
둘째로, 유리창에 비추어진 것으로 나왔던 불의 모습이 프레임의 유리창 바깥에 존재하던 불이 유리창을 통해 비추어진 것이 아니라, 유리창 안의 스크린 쪽 장소에 실재하는 불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유리창 안쪽(스크린 쪽)과 바깥쪽, 영화(유리창 안쪽)와 현실(유리창 바깥쪽)의 경계를 지운다. 그럼으로써 이 영화 속에서 영화는 더이상 단순한 '내면/꿈으로서의 영화'에 불과한 개념이 아닌, 그보다 더 큰 무언가가 된다.
또한 셋째로, 마지막 장면은 유리창 안쪽인 스크린 쪽(영화로 은유되는 세계)에서 유리창 너머의 불타는 여성(현실)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이 영화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영화가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의 역전 또한 일어나게 된다.

그동안 영화가 제시했던 현실의 세계와 영화의 세계 간 경계가 흐려지는 마지막 샷까지 다다른 순간, <블루> 속 영화의 개념은 더이상 이전의 '내면/꿈으로서의 영화' 따위가 아니다. 아피찻퐁에게 '영화'란 단순한 내면이나 꿈에 대한 묘사, 혹은 현실의 촬영과 같은 일방적 시선에 불과한 것이 아닌, 현실과 꿈과 영화의 경계를 뒤집고 지우는, 호접지몽으로서의 '하나'의 영화이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경계가 흐려지는 연옥의 공간은 그의 영화가 언제나 그래왔듯이 '정글'이라는 세트장이자 영화관이다.

단순히 12분짜리의 영상, 10개만의 샷을 통해 경계를 만들고 지우며 자신의 영화관(觀)을 재확인하는 그의 단편은 상당히 놀라운 경험이었고, 그의 다른 영화들도 한시 빨리 감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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