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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과 국민의 인식 차이

운영자 2010.09.21 12:09:11
조회 328 추천 1 댓글 1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가 법원 앞에 서 있었다. 손에 든 피켓에는 판사에게 석궁을 쏜 교수의 항변이 피 같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옆에 함께 있는 사람들의 눈에도 광기가 서렸다. 그들이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법원을 미워하는 인터넷 까페 모임이라고 했다. 그들은 내게 복사된 사건기록을 보여주면서 오판임을 강변했다. 

    얼마 전 한 부장판사는 두툼한 책 한권을 받았다. 제목은 ‘아! 현직 판사들을 죽이고 싶구나’라는 제목이었다. 보낸 사람은 재판으로 한이 맺힌 한 교수였다. 판사들과 그들은 같은 한국인이지만 서로 다른 외국어를 하고 전혀 다른 정신세계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내가 옆에서 지켜본 판사들의 대부분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타고난 모범생이고 완벽주의자다. 새벽까지 불을 켜놓고 기록과 싸우고 있다. 친척 친구의 부탁에 소중한 인연까지 잃어가면서 사법의 공정성을 지키려고 애쓴다.


    돈이나 출세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 개결한 자존심 때문이다. 그들이 바라는 댓가는 사회의 신뢰와 존경이었다. 그런데 그게 허물어져 가고 있다. 얼마 전 한 대법관을 만났다. 약자의 편에선 과감한 판결로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던 판사였다. 맡고 있는 한 사건의 당사자가 저승으로 동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협박전화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정신과의사는 범인이 실제로 행동할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그 대법관은 좋아하던 산책도 중단하고 늦게까지 집무실에 있다가 도망치듯 퇴근한다고 했다. 그의 눈에서는 회한과 분노가 은은히 타오르고 있었다. 증오가 증오를 부르고 있다. 기존의 권위주의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정립하는 사이의 과도현상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이십년간 법정을 오가면서 그 몇몇 원인들을 발견하곤 한다. 인식의 차이도 있고 작은 원인이 눈덩이같이 불어나 큰 오해를 일으키는 것도 봤다. 

    국민들은 높은 법대에서 검은 법복을 걸친 판사들을 마치 솔로몬 같은 전능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소송법상 법관은 운동경기의 심판정도의 지위다. 한 법정에서 이런 광경을 봤다. 살인혐의로 재판을 받는 두 명중 한명은 진범이었다. 서로 자기는 안 죽였다면서 상대방을 진범으로 지목했다. 최후진술 때 그들은 우리 둘 만은 진범을 아는 셈인데 재판장이 하나님같이 정확하고 현명한 판단으로 공정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재판장이 그들에게 한마디 했다. 자기는 법정에 제출된 자료 범위 내에서 논리로 판단할 의무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게 법상 판사의 위치다. 재판이 잘못 되도 그건 주장이나 증거를 제대로 대지 못한 당사자의 책임인 것이다. 판사에 대해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컸다.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는 작은 법원의 관행이나 틀들도 있었다. 판사들은 증인들의 주된 진술을 거의 믿지 않는 실정이다. 거짓말이 많기 때문이다. 더러 진실한 증언이 ‘믿지 않는다’라는 한마디로 판결문에서 배척되는 수가 있다. 이유도 없다. 당사자들은 진실이 법관에 의해 거짓으로 결정이 된 것에 대해 극도의 분노를 느낀다. 그 뒤에는 분명 부정부패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원 판결문의 범죄 사실은 공소장을 그대로 습관처럼 베껴왔다. 

    원로 논객 이영희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검사가 기소한 사실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그대로 판결문에 베끼는 법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을 보는 시각이 검사와 판사가 그렇게 똑같다면 왜 법원이 존재 하냐고 논리적인 의문을 던졌다. 사건의 폭주 때문에 만들어진 법원내부의 기능적인 관례들이 엄청난 오해와 한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재판은 절차적 정의다. 핵심은 납득이다. 사법도 서비스다. 그렇다면 눈높이도 국민에게 맞추어야 한다. 한사건 한 사건을 충분히 심리할 수 있는 판사와 시간 그리고 법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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